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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Oct 05. 2016

문학과 글쓰기의 치유적 힘 《내마음을 만지다》

ㅡ'아프다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문학치료 연구교수를 역임한국글쓰기문학치료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이봉희 교수님의 책 《내마음을 만지다》.

출간일 2011년 11월 21일


이 책에는 문학치료사로 활동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는 문학과 글쓰기의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지난 날 마음을 다독이며 읽었던 심리 상담가 박민근 작가님의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와는 또다른 위안과 공감을 준다.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나 자신을 긍정하게 한다.


내 안에서 소리치고 싶어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비난하기 이전에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헤아리고 받아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긍정입니다.


공황장애를 겪었던 김동영 작가님이 정신과 전문의와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에세이 《당신이라는 안정제에서처럼 내 마음을 대변해 준다.


문학은 내가 아프다고 말하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나도 그래"
라고 말해준다.


저자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살다보면 언젠가 내면의 불이 꺼지는 때가 있지만,

그 때 누군가의 우연한 만남은 그 꺼진 불을 다시 타오르게 할 수 있다고.

내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살게 한 만남이 있었다.

극심한 불안과 우울증으로 나쁜 마음 먹었을 때

나를 끌어내주었던 그런 만남.


정말로 삶의 중심이 되며,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주체가 되어 행동할 수 있게 된 지금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뒤늦은 일탈로 일상이 산산조각 난 경험을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리 내면 깊은 곳에는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묻어둔 아픔이 있습니다.
들어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호소하는 이야기들이 숨어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억압하는 데 길들여져 왔습니다. 그것은 옳고 나쁘기 이전에 하나의 흐르는 에너지입니다. 무조건 억압할 게 아니라 올바른 방법으로 해소시켜야 합니다. 슬프고 분노하고 우울하고 두려운 마음들, 이 모든 해결되지 못한 감정 에너지는 우리 몸 어딘가에 다른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가 예기치 않을 때, 예기치 않은 모습으로 돌출됩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적인 질병이나 여러 정서적인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예를 들어 강박증, 소외감, 외로움, 권태감, 흥미 없음, 공허함, 무기력 등입니다.


불안감과 우울증이 극에 달했을 때 정신과를 찾은 적이 있었다. 나처럼 상담과 치료를 받으려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나와 같은, 혹은 나보다 더한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실제 생활에서는 숨기고 살아가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의 시 <그날>의 한 구절처럼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못한 지난 날들.

몸이 아프면 부끄럼 없이 병원에 가거나 치료를 받지만 마음이 아플 땐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아픔과 상처를 더이상 숨기거나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아픔은 살아 있음의 증거입니다. 이 아픔을 잘 견디고 나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누군가도 이미 내가 아파하는 그 삶의 자리를 지나갔고, 그리고 당당히 살아남았다는 것을. 또한 그 아픔보다 한 치 더 성장하고 깊어졌다는 것을. 그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초라하고 서툴지라도
나는 소중한 존재


정말로 삶의 중심이 되며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평생 알게 될 모든 사람들 중에서 당신이 결코 떠나지도 잃어버리지도 않을 유일한 사람은 오직 당신 뿐입니다.

                       ㅡ 조 쿠더트, 《실패자의 충고》 中


마음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글쓰기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은 마음속에 어떤 형태로든 남아있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울함, 공허감, 분노와 원망, 인간관계의 마찰 등 부정적인 형태로 나타나 고통을 가중시킨다.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무조건 억압할 게 아니라 표현하고 해소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저자는 글쓰기를 추천한다.


서운한 마음이 연기처럼 가득 차 있다면, 분노가 위태롭게 끓고 있다면 얼른 종이를 꺼내서 그 감정을 글로 써서 폭발시켜 보십시오. 때로는 종이 위에 자유롭게 낙서를 하고 찢어버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감정의 응어리를 종이 위에 해방시켜
몸 밖으로 배출해보세요.


어느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내 자신의 평화와 건강을 위해서.

고통스런 감정을 글로 풀어놓아보자. 격한 감정은 잠잠해지고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기도 한다.


슬퍼하는 것을 허락하기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상처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확 뜯어내 버리고 싶지만 떼어내려 할수록 더 단단하게 옥죄어 오는 그런 상처들.


상처는 그 깊이와 크기마다 새살이 나는데도, 그 굳은 딱지가 풀어지는데도 각기 다른 시간이 걸립니다. 그 덩어리가 무엇이든 간에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는 상처의 딱지가 채 굳기도 전에, 상처에서 새살이 돋기도 전에 그 딱지를 뜯어내버리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 굳은 아픔과 기억을 용감하게 끌어안고 조금씩 녹여내야 합니다.
가슴 한 구석에 돌부리처럼 남아있는 단단한 덩어리와 그 속에 갇혀 혼자 두려워하고 있는 '과거의 나'를 보듬으며 이렇게 말해 주십시오.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장맛비같은 눈물로
 흠뻑 다독여 녹여주세요.


너무 어렵게 말하지 말자
너무 어렵게 이야기하며 살지 말자
사랑한다면 사랑한다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있는 그대로만 이야기하고 살자

ㅡ 강재현, <너무 어렵게 이야기하며 살지 말자> 中


부끄럼없이 내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싶다.

힘들다고, 아프다고, 두렵다고, 외롭다고, 용서해달라고, 용서하겠다고, 당신이 필요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

그리고 내 말을 들어준 당신께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 그 누구도 아픔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누구도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도 없습니다.
가끔 상대를 향해 "당신(들)은 몰라!"하고 소리치고 싶을 때면 영화 <아이 엠 샘>의 샘에게 퍼붓던 리타의 고통이 떠오릅니다. 누군가 내게 '당신 같은 사람은 모를 걸'하는 표정을 지을 때도 리타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정말 "나 같은 사람이요?그래요, 나 같은 사람에 대해서 말해줄까요?"하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절실하게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또한 진실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의 신음소리까지 다 듣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지치지도 않고 나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힘이 되어 주는지.

누군가가 나보다 더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


그러므로 나역시도 정신을 차리고 나의 길을 가고 싶다. 나를 필요로 한다고 고백하는,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ㅡ 베르톨트 브레히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그래도 그리워할 것이다

때로는 누군가를 향한 미움과 분노와 상처로 견딜 수 없을지라도 다시 사랑하고, 다시 그리워하는 을 포기하지 않기를.


사막같은 인생길, 외로운 사람들이 모래알처럼 서로 스쳐가는 건조한 만남 속에서 언젠가부터 진정한 사랑도, 배려도, 믿음도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그 가시밭 같은 여정 속에서 여전히 사랑과 감동을 기대하는 것, 그것을 찾아내어 나의 삶이 되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일생 포기해서는 안 되는 치열한 훈련이자 창조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절망이 온몸을 뒤더라도 그리움과 열정은 포기하지 않기를.

무감각한 돌처럼 석화되지 않기를.

그리워할 무엇 하나 없이 사막 같은 가슴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지 않기를.

눈보라 치는 잿빛 하늘을 품은 채 희망없이 살아가지 않기를.

영원히 잡히지 않는다 해도 그리워하며 바라볼 별 하나 가슴에 품고 살 수 있기를.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ㅡ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중에서


살아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고통스럽고 아픈 경험, 억울하고 부당한 일들이  

지금 내 삶의 전부인 양 절망하지 말자. 

내게 지금 축복이고 행복인 경험들이

지금 내 삶의 전부인 양 교만하지 말자.

좀더 겸허한 마음으로 지금의 내 삶을 살 수 있기를.


지금  나의 삶이 불행하다고
결코 실패는 아닙니다.
내 인생의 연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가라앉더라도 다시 솟아오르기를.

절망의 순간에도 나를 포기하지 않기를.


당신들 나를 땅에 눕혀 짓밟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 먼지처럼 일어나리라.

자꾸 솟는 달처럼 해처럼
어김없이 밀려오는 조수처럼
높이 솟는 희망처럼
그래도 나, 솟아오르리라

ㅡ 마야 안젤루,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 中





책의 말미 저자의 말처럼,

욕심의 키가 커져서 사는 일이 버겁게만 느껴질 때,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보며 말해봅니다.


"살아 있는 건 참 좋은 거야!"


쓸쓸해도 오늘 하루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ㅡ 정호승, <햇살에게>


이렇게 또 책을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당신에게로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지성 작가님이 만들어 주신 캘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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