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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Oct 16. 2016

10월의 제주 2

ㅡ 아부 오름, 아끈 다랑쉬 오름 그리고 금오름

주에 가면 꼭 들르는 코스가 몇 군데 있다.

그 중 저마다 조금씩 다른 매력을 지닌 제주의 오름을 찾아 올라가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가을, 오름 전체가 억새로 둘러쌓인 환상적인 장관을 보여주는 오름은 단연 새별 오름과 용눈이 오름이 아닌가 싶다.

새별 오름은 아이도 가뿐히 올라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기 충분했으며, 용눈이 오름은 조금더 시간이 소요되지만 정상에 올라 사방을 내려다보는 확 트인 풍경은 걸어 오른 수고를 잊게 만든다.


올 가을, 또다른 오름들을 찾아 올라가보기로 했다.

우도에서 배 타고 나와 첫 번째로 향한 곳은 '아부오름'.

(위치  :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 164-1)


아부 오름 앞은 주차 공간이 따로 없다. 한적한 2차선 도로 오른쪽 옆길에 몇 대의 차량을 따라 주차해 놓고 걸어올라가본다.


아부오름(앞오름)은 산모양이 움푹 파여 있어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믿음직하게 앉아있는 모습과 같다하여 亞父岳이라고 불리게 된 오름이다.

오름 올라가는 길에 만난 꽃과 혼연일체가 된 나비 한마리
아부 오름 정상 안쪽의 굼부리

억새는 볼 수 없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높지 않아 아이와 함께 가볍게 오르기 좋은 오름이다.

 아부 오름 정상에 다다르면 가운데 함지박과 같은 둥그런 굼부리가 파여있다. 

오름 대부분은 풀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공으로 심은 삼나무 사이로 상수리 나무, 보리수 나무 등이 있다.(삼나무는 영화 '이재수의 난'촬영 시 심은 것이라고 한다)

근처에 목장이 있어서인지 방목한 소들도 볼 수 있고 풀밭 곳곳에는 커다란 소똥들이 눈에 띈다.


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아끈다랑쉬 오름'.

(위치 :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2593)


'아끈'은 '작은'이라는 뜻으로, 다랑쉬오름 옆 자그마한 오름이 바로 '아끈다랑쉬오름'이다.

왠지 다람쥐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 하여 다랑쉬(도랑쉬, 달랑쉬)라 부른다고 한다.

야트막한 오름이나 올라가는 길은 비탈진 좁은 흙길이라 자칫 미끄러질 수 있어 조심조심 올라가야 한다. 내려올 때는 더더욱.

정상에 다다르면 억새들의 인사와 함께 사계절 나홀로 푸른 나무 한그루가 맞이해 준다.

나무 한 그루를 기점으로 정상 둘레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바람 따라 같은 방향을 향해 휘날리는 억새들을 헤치고,

억새들 건너편 앞쪽엔 다랑쉬오름이 보이고,


오름 뒤쪽으로는 잘 닦여진 밭풍경을 볼 수 있다.


무성한 억새에 파묻힌 좁은 길들을 따라 둘레를 한바퀴 돌고난 후, 다시 만난 나무 한 그루.


숙소로 돌아와서 아이는 낮에 마셨던 주스병을 깨끗이 씻어 물을 담고 억새를 꽂아 놓는다. '억새풀 화분'이라 적어놓는 아이의 귀여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10월 15일)에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방림원을 거쳐 금오름에 올랐다.

(위치 : 제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산1-1)


금오름(금악오름)은 차타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오름이다.

오름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가는 길 오른쪽은 확 트인 경관을 선사해준다.

차로 올라갈 수 있는 오름으로는 작년 여름 중에 갔던 '군산 오름'이 있다.

군산 오름은 차로 올라가기에도 굉장히 가파른 길이었고 차를 세우고 좁은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야만 비로소 감탄이 절로 나오는 사면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반면, 이번에 오른 금오름은 정상까지 걸어서 또는 차로 올라간 후, 정상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사방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금오름 정상의 가운데 모습

지금 금오름은 오름 전체는 아니지만 이렇게 곳곳에서 억새들이 반겨준다.

지난 주 세찬 바람의 영향 탓인지 강한 억새들도 중간중간 쓰러져있거나 황폐화된 모습이 보여 안쓰럽기도 하다.


날이 흐려 사진은 많이 아쉽지만 아이와 함께 충분히 다녀올 만한 오름이다.


다음 여행에는 어떤 오름들을 만나게 될까.

가 본 오름보다 못 가 본 오름이 삼백여 개가 넘는 제주이니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여행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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