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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Oct 18. 2016

10월의 제주 3

ㅡ 이중섭미술관, 비양도, 협재 해변

여행 셋째날이었던 10월 14일. 이번 여행에서 꼭 가리라 맘 먹었던 '이중섭 미술관'을 찾아갔다.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로 27-3)


전날, 숙소를 부러 '이중섭 거리' 가까이 잡았기에 다음 날 아침 여유롭게 길을 나설 수 있었다.


미술관 들어가는 입구. 돌담의 노란 꽃이 화사한 인사를 건넨다.


제주 느낌 물씬나는 이중섭 미술관 건물 전경

지금은 이 곳에서 '내가 사랑하는 이름'으로 특별 기획전을 하고 있다. 그에 걸맞게 전시관 2층에는 주로 아내 마사코와 주고 받은 애틋한 편지들과 그리운 가족들에게 보낸 그림편지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중섭 화백의 손편지를 하나하나 보고 있으니

'예술은 끝없는 사랑의 표현이다'라고 했던 그의 말이 절절히 느껴진다.


미술관 들어서기 전 왼쪽 돌담쪽에 연리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나무의 이름은 이중섭 화백과 아내의 애칭이 담긴 '아고리와 아스파라가스의 사랑나무'이다. 이 연리지 나무에 적힌 '사랑하세요. 그리고 또 사랑하세요'라는 문구 떠오른다.


올해가 이중섭 화백(1916~1956)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이중섭 화백을 기리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있었다. 그 중,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전시회'에

못 갔던 아쉬움을 이번 여행에서 조금 달래고 싶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 전시회 관람 후기는

이중섭 화백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담아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써 주신 HYGGE 작가님 글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https://brunch.co.kr/@jeung/94


이중섭 미술관 내에서는 1층 전시실에서 2층 전시실로 이어지는 계단 옆 벽에 걸려있는 <황소>작품만이 촬영 가능하다.


미술관에서 구입한 이중섭 화백의 그림 엽서 12장


3층 옥상에 올라가면 이중섭 화백이 11개월 남짓 서귀포에 머물면서 바라보았을 풍경이 내려다 보인다. 저 멀리 섶섬과 문섬도 함께.


미술관을 나서면 '이중섭 공원'과 '작가의 산책로'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다음 여행에는 그 길을 따라 여유롭게 사색하며 걸어보고 싶다.


정다운 돌담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중섭 화백이 머물렀던 초가집이 보인다.


실제 그가 지내던 곳은 초가집 오른쪽 한 귀퉁이에 1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방 한 칸의 공간.

벽에 붙여진 그의 시 <소의 말> 중,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라는 문구가 가슴을 울린다.


초가집 지붕 위 붉은 꽃은 아름다움을 더하고,


떠나는 발걸음은 아쉬워,

미술관 입구의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서 있어 본다.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제주 서부의 작은 섬 비양도.

(위치 : 제주시 한림읍 한림해안로 146)


비양도에 들어가는 배는 9:00, 12:00, 15:00 이렇게 하루에 세 번 뿐이다.

서귀포에서 부지런히 차를 몰아 12시 배 시간에 맞춰 한림항에 도착했다.


한림항 저편으로 비양도가 보인다.


우도와는 달리 비양도 가는 배에는 차를 실을 수 없다. 비양도는 약 50여명의 사람이 탈 수 있는 작은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이다.


비양도로 향하는 배가 출발하고,


배 타기 전, 새우깡을 준비한 아들은 갈매기들을 불러모은다.


약 15분여 후, 짙은 초록빛 바다 위의 작은 섬 비양도가 지척에 보인다.


섬에서 바라본 하늘과 바다.


항구 근처에는 비양도가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임을 알리는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붉은 동백꽃이 피었을 산책로도 걸어보고,

반가운 억새도 만날 수 있었다.


점심은 호돌이 식당에서 보말죽과 한치물회를 맛있게 먹고,


바람이 들락날락할 것 같은 소라 껍데기

섬 왼쪽으로 조금 걷다보면 주황색 건물의 카페가 있는데 이 곳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친정엄마와 나는 걷기로 하고 아이가 탈 자전거 한 대를 빌렸다.(대여료 5천원)


비양도의 해안을 따라 거닐다 보면 기암괴석(왼쪽)과 '코끼리 바위'(오른쪽)를 만나게 된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더 가다보면 '애기업은돌'

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바위에 지성을 드리면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코끼리 바위'와 '애기업은 돌'은 친절하게도 길 바닥에 이름이 쓰여 있어 찾기가 어렵지 않다.


비양도 해안가에는 이렇게 미역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짭조름한 바다의 향 가득한.


앞바퀴에 바람이 빠진 자전거를 빌리는 바람에

씽씽쌩쌩 달리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페달을 돌려 앞서가는 아이.


섬을 반 바퀴 이상 돌다보니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습지를 이룬 펄랑못과 산책로가 보인다.


해안가를 걷는 내내 자동차 한 대를 못 봤다.

이 얼마나 한적하고 평화로운지..!

아이는 맘놓고 자전거를 세우고는 억새를 향해 달려가 인사한다.


섬을 거의 다 돌 때 쯤 만나게 되는 비양도 유일의 초등학교. 아이들 수가 몇 안 된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섬을 도는 동안 아이들을 한 명도 못 본 거 같다.


천천히 걸으며 섬 해안가를 한 바퀴 돌고나니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가량의 시간이 지났다. 빨리 돌면 한 시간도 채 안되는 작고 아담한 섬 비양도.

늘 협재 해변에서 바라보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난 비양도는 좋은 추억이 되기에 충분했다.


세시쯤 배를 타고 다시 한림항으로 돌아왔다.

(비양도에서 돌아오는 배는 15시 15분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날이 아직 맑다.


협재 해변 근처의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바다를 보러 나왔다.


직접 건너갔다 온 덕분에 협재에서 바라보는 비양도의 모습이 한결 더 친근하다.


이렇게나 한적한 해변이 여름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어 발길을 근처 다른 해변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협재 해변 대신 금능 해변에서 아이와 함께 신나게 다슬기를 잡고 놀았던 올 여름의 기억.


역시 물 빠질 때의 제주 바다는 매력적이다.

투명한 물빛에 모래색깔 보호색의 물고기, 게, 그리고 모래위를 뽈뽈 기어다니는 소라게.

작은 생명체들의 움직임이 좋다.


아이와 함께 잡아보고 관찰하고,

조금 뒤 바다에 다시 놓아준 아이들.

우리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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