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사이 Oct 31. 2016

밑줄 긋는 여행, 전라도

ㅡ 고창 선운사, 고창 국화축제, 진안 마이산


여행은 땅을 읽는 독서가,
책을 읽는 사람은 진지한 여행자
 ㅡ 이희인, 《여행의 문장들》 中



책과 여행은 여러가지로 통하는 면이 많다.

책을 읽는 마음으로 여행을 다닌다.


오래전 읽었던 책들도 다시 읽으면 새롭듯이

오래전 밟았던 땅 역시 다시 밟아도 새롭다.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글로 써서 남겨놓듯이

자연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글로 기록해놓는다.


책을 읽으면서 여운과 감동을 주는 부분에 밑줄을 긋고 페이지를 표시하듯이

여행을 하면서 길 위에 밑줄을 긋듯이 그 순간의 감흥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다.


소중하게 읽어내려간 책에 밑줄을 긋듯이 여행을 통해 땅을 읽어나가며 땅 위에 밑줄을 긋고 다녔습니다.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그 생각이나 길이 나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고, 그 찬란한 순간을 꼭 붙잡겠다는 것이며, 잠시 마음을 뒤흔든 감동 속에 조금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것입니다.
             
                               ㅡ 이희인, 《여행의 문장들》


지난 주 강원도 여행에 이어 며칠 전(10. 29 토) 조금 더 멀리 전라도에 다녀왔다.

전라도는 엄마의 고향이다. 엄마에게도 내게도 거리가 멀어 자주 찾지 못하는 곳이지만 그만큼 더 애틋한 공간이다.

전라도의 산천은 민요의 가락처럼 구성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길을 달리며 바라보는 산의 능선이 예술이다.


선운사 앞,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다리 풍경

이 곳은 고창 선운사.

단풍이 완연히 들지는 않았지만 자연 그대로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해주는 곳이다.


내 마음도 한들한들 단풍 닮아 가벼워지고 싶다.

어지러운 시국에 나 혼자만 가벼워지려 하는 건 아닌지 근심이 많은 나날들이지만

선운사의 풍광 속에 몸과 마음을 잠시 맡겨둔다.


누가 시작했을까. 홀로 우뚝 쌓아올린 돌탑.

작은 소망 하나를 보태본다.


환하게 매달아 놓은 연등처럼 어두운 마음은 밝아지고 따스한 마음은 등불되어 퍼져나가기를..


선운사 만세루

녹차하나 띄워 주신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추운 마음 녹여낸다.


높다란 감나무에 매달린 아롱아롱 주홍 감구슬들
내 눈에는 등 무늬가 하트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벌레마저도 이토록 신비롭고 사랑스럽다니..


아이처럼 순수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고창 선운사의 자연과 가을.


몸과 말과 마음을 바로 해야한다는 가르침이 절로 새겨지는 이 곳 도솔암 단풍 모습을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담아내주신 노란보석 작가님. 그 분의 글과 사진을 보며 다시 한 번 황홀경에 빠진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고창 국화 축제의 현장이다.


고창 국화 축제는 10. 28(금)에서 11. 6(일) 까지

세계문화유산 고창 고인돌 공원에서 진행된다.

100만 송이 국화꽃도 보고 아이와 함께 선사체험도 할 수 있다.

아이가 탐내던 억새풀 항아리 ;D

선사농경체험, 고인돌 분장ᆞ의상 체험, 사냥 체험 등을 완료하면 쿠폰을 준다. 모아진 쿠폰으로 고구마와 바비큐를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다.


전주 전동 성당 '농민 백남기 님의 안식을 기도합니다'

외면할 수 없는 아픔,

안식을 찾을 새도 없이  다시 혼탁해진 현실에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전주를 경유한 다음날인 10. 30 (일)에는 마이산을 찾았다.

가고 오는 길에 저멀리 보이는 마이산의 두 암봉,  동봉(수마이산)과 서봉(암마이산). 두 봉우리의 모양이 말의 귀처럼 생겼다 하여 마이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봄에는 안개 속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수목 사이에서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 귀처럼 보인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해서 문필봉(文筆峰)이라 부른다.


산 전체가 거대한 바위이기 때문에 나무는 그리 많지 않지만 군데군데 관목과 침엽수, 활엽수가 자란다.


마이산 타포니 지형

마이산은 물리적·화학적 풍화 작용을 받아 암석의 표면에 형성된 움푹 파인 풍화혈(風化穴)이 암벽에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타포니 지형을 보여준다.


마이산을 올라가다 보면 사람들이 무수히 쌓아놓은 돌탑들을 볼 수 있다.


마이산 탑사에 이르러 미륵존불과 함께

숨은 비경을 만나다.


마이산의 천지탑.

이 곳의 돌탑들은 아슬아슬하면서도 견고하다.

30여년에 걸쳐 마이산 탑사의 돌탑을 만드셨다는 석정 이갑용 선생을 다.


천지탑은 인간이 축조한 걸작이라
만인의 정성을 괴어올린
숭고한 모습 한개 두개 올려놓은
저들의 소망을 받드는가

한 계단 두 계단 헤아리며
어찌 하늘 층계를 오르내리나
아!무거움을 내려놓을 곳이
바로 여기인 것을

                                        ㅡ 허호석, <마이산>中


자연의 숭고함에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가짐을 바로 한다.

다음은 어느 여행지에서 밑줄을 긋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경주의 가을, 역사를 돌아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