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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Oct 23. 2016

강원도 가을 여행

ㅡ 봉포해수욕장, 구룡령 드라이브, 홍천 은행나무


가을은 바쁘다.


바다도 보고 싶고

산도 보고 싶고

단풍도 보고 싶어 분주해진다.



가을은 나쁘다.


바람을 느끼고 싶어서

하늘을 느끼고 싶어서

밖으로만 밖으로만 나가게 한다.



이것도 저것도 심드렁

책에도 눈을 떼게 되니

독서의 계절란 말이 무색하다.



마음 둘 곳 찾지 못하고

노오란 그리움에 젖어들어

안타까운 마음만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가을은 아프다.





바다도 보고 산도 보고 단풍도 보고 싶어 또 훌쩍 떠났다.


강원도 고성의 봉포 해변이 바로 눈앞이었던 펜션.

금요일 오후에 출발하여 도착한 시간은 깜깜한 밤.

쏴아ㅡ쏴- 끝없이 이어지는 파도 소리.

술이 아닌 파도 소리에 한껏 취해 잠을 청하고

다음날,

여전한 파도 소리. 한적하기 그지없던 아침 바다.

산은 때로는 오르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바다는 그럴 필요가 없기에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족하다.


산의 매력.
정상이 있어 도전 의욕을 갖게 한다.

바다의 매력.
정상이 없어 욕심을 내려놓게 한다.

당신의 매력.
때론 산을 때론 바다를 찾을 줄 안다.

                                              ㅡ 정철, 《한글자》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줄지어 있는 새들.

나처럼 바다 감상 중일까.

아침을 시작하는 준비 의식일까.

새들 또한 매력적이다.


바다로 나갔다.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파도 앞에서 까불다

뒷걸음질치다 파도에 풍덩.

자빠져버렸다. 흠뻑 젖었다.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까지 짠맛을 봤다.

무려 3천장이 넘는 사진들이 이렇게 또 한순간에 날아가는구나. 진작에 백업해놓을 걸.

마음을 비웠다.

살리면 다행이고 못살리면 깨끗이 새로 시작하기로.

그래도 다급한 마음에 모래로 뒤범벅된 옷을 입은 채, 몸에서는 물이 뚝뚝 흐르는 채로 핸드폰을 먼저 닦아줬다. 배터리를 분리해서 드라이로 말려줬다.

배터리를 끼고 전원을 껐다켰다 해봤다. 당연히 켜질리가 없다.

아차 싶었다. 이런 경우 절대 전원을 켜거나 드라이로 말리는 행위는 오히려 역효과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네비를 찾아보니 다행히 인근에 삼성서비스센터가  

있었다. 수리 기사분이 2시간 정도 말려봐야 할 것 같다는 말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생각지도 않게 강원도까지 가서 핸드폰 수리를 맡기게 되다니.


두시간 여 동안 원래 계획했던 설악산을 갈 수도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기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근처 식당을 찾아 기대없이 먹게 된 섭(홍합)돌솥밥과 섭죽은 의외로 맛있었다.

다시 서비스센터로 왔다.

일요일인 오늘 여느 때처럼 이렇게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릴 수 있다는 건 다행히도 핸드폰이 원상복구 됐다는 거다. 만 천 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으랴.

시간은 어느새 오후 2시가 다돼가고 일정을 변경했다. 올라가는 길에 홍천 은행나무숲을 둘러보기로.

그런데 생각지 못한 절경은 목적지에서가 아니라

속초에서 홍천 은행나무숲 가는 여정에서 만났다.

굽이굽이 엄청난 각도로 휘어진 구불구불 산을 타고 오르내리는 드라이브 코스는 아찔하면서도 환상적이었다. 온통 산으로 둘러진 해발 1,013m 구룡령을 넘는 그 코스는 푸름 속 붉고 노랗게 다양한 빛으로 물든 단풍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때묻지 않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심심산중(深深山中)의 절경을.

사진으로 담지 못해 애석하지만 내 눈에 가득 채운 단풍 든 산의 모습은 잊지 못할 풍경으로 오래 기억될 거 같다.

아슬아슬 드라이브 코스를 오토바이 타고 질주하던 분들도.


홍천 은행나무숲 초입의 은행나무

아찔하고도 환상적이어었던 굽이굽이 산을 넘어 홍천에 도착.

은행나무숲 입구는 장터에 수많은 인파와 차들로 복잡했다.

김이 모락모락 가마솥 안, 찰진 옥수수들.

세 개에 삼 천원. 맛있다.


노랗게 노랗게 물든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잎들이 아쉽기만 하다.


석양을 바라보며 서울로 향하는 차들의 행렬.

가을 풍경을 뒤로 하고 올라가는 길은 꽉 막혀있다. 마음은 아직 단풍 든 산 속 풍경에 머물러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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