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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Apr 10. 2016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마종기 시작诗作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나는 내 시가 한국 문학사에 남기보다는

내 시를 읽어준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속에 남기를 바란다'ㅡ마종기


이 책의 저자 마종기 작가님은 의사이면서 시인이다.

언뜻 보기엔 성격이 전혀 다른 직업이지만

장석주작가님의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에서 였던가..

의사는 육신을 치유하고 시인은 정신을 치유하는 데서 공통점이 있다고..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어느 한 쪽이 치유되어야 다른 한 쪽도 온전히 치유될 수 있는 것이기에 둘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그렇게 보면 어떤 직업이든 문학과 전혀 무관하지가 않으며 머리와 가슴에 울림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거 같다.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우화의 강1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한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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