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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Dec 15. 2016

아쉬움이 남는..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ㅡ되돌릴 수 없기에 소중한 시간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한 때 기욤 뮈소의 소설을 내리 7권을 읽은 적이 있었다. 《센트럴 파크》, 《내일》, 《종이여자》,《지금 이 순간》, 《7년 후》, 《구해줘》그리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까지.


그의 소설들은 기욤 뮈소 특유의 감각적이고 스피디한 문체와 로맨스에 그치지 않고 서스펜스가 가미된  역동적 스토리에 휘리릭 읽게 된다.

이야기 속에 빠져들다보면 끝에 꼭 생각지 못한 반전을 만나게 되는 묘미도 있다.

현실 세계와 상상의 세계 간의 관계, 픽션과 허구의 경계를 쉽고도 자연스럽게 무너뜨려버리는 이야기꾼 기욤 뮈소.


그의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제작한다고 했을 때 무척 설레면서 기다려왔다.

특히 시간 여행(타임 슬립)을 소재로 하는 소설 중 하나였기에 더 기대가 컸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외에도 《내일》, 《지금 이 순간》등도 시간을 넘나드는 작품이다.)


타임슬립은 흥미롭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이진욱 주연의 드라마 <나인:아홉번의 시간 여행>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는 장면장면에서 <나인>이 떠오른다.

(실제 기욤 뮈소의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3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의 알약 10개 vs 2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한 향 9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되돌리고 싶은 시간들, 바꾸고 싶은 순간들에 대해.


'인생을 다시 쓸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실수를 바로잡고 싶어질까?

우리 인생에서 어떤 고통을, 어떤 회한을, 어떤 후회를 지워버리고 싶을까?


진정 무엇으로 우리 존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되기 위함인가?

어디로 가기 위함인가?

그리고 누구와 동행하기 위함인가?'


              -  기욤 뮈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中



하지만 시간을 마음대로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의 시간들이 간절하게 살아질까?

인생은 단 한번 뿐이고, 돌아갈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한 것이고, 더 큰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더라도 운명에 대처하는 방식은 내 뜻대로 선택할 수 있다'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속 엘리엇의 생각처럼,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리느냐는 전적으로 내 의지에 달렸고, 이에 따른 책임과 후회도 내가 져야 할 몫이다.


영화와 원작의 비교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핑거스미스》를 영화화했던 <아가씨>와는 다르게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아가씨>는 이전에 리뷰한 바 있지만 많은 부분 원작과 달라 비교하며 보는 맛이 있었다. 영화의 빼어난 영상미 뿐만 아니라 인물과 소재, 결말 처리 방식에 변화를 준 점이 신선했다.


반면, 영화 <미비포유>는 원작과 닮았으나 많은 부분 생략되어 책에서 느낀 풍성함과 여운이 좀 덜했는데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도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적 소재임에도 특별한 CG 없이 원작에서만큼의 풍성한 느낌과 흥미진진함은 덜하다. 보는 동안 지루하진 않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소설이 워낙 스피디하고 역동적인 느낌이 강했어서 영화에서도 그런 긴장감과 재미를 기대하고 봐서일 거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봤을 당시에 영화 자체의 포인트를 놓친 부분도 있어 더 아쉬웠는지도..)


영화는 서울과 부산을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정서나 상황에 맞게 198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있다. 이 점은 원작에서 느낄 수 없는 묘미이기도 하다. 소설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서정적인 감성에 심혈을 기울인 것 같다.

(판권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던 기욤 뮈소.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한국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 뿐만 아니라 원작을 한국적으로 각색하려 노력한 홍지영 감독님의 의지가 잘 전달된 덕분이기도 하다)


김현식 님의 노래와 더불어 그의 LP판이 중요한 소재로 나오고,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의 'Make you feel my love' 도 삽입됐다.( 밥 딜런의 노래는 어느장면에서 나왔는지 놓쳐버렸다;;)


배우 김윤석(현재의 수현 역), 변요한(과거의 수현 역),채서진(수현의 연인 역, 배우 김옥빈 동생)의 연기도 좋았고, 수현의 과거현재 친구 역할을 맡은 한세하, 김상호님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극의 재미를 더해줬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으로 얻은 10번의 기회.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꿀 수 있다면..그것이 초래하는 또다른 결과는.? 또한 과거의 변화는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지금의 나는 누구와 함께 있게 될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처럼 내가 과거의 연인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남편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 내 곁에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도 없었을 것이다.


그 무엇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결말은 어떻게 맺어질 것인가.

 

'나는 당신이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보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끼기를 희망한다.'


고 했던 기욤 뮈소의 말이 그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보고싶은 사람이 있는데 볼 수 없을 땐 어떻게 하죠?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해. 그 기억만으로도 살아져.'


                      ㅡ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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