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사이 Dec 16. 2016

감출 수 없는 진실들 <다이빙벨>

ㅡ '그 날, 국가는 없었다'

<다이빙벨>


썩은내가 진동한다.

입만 열면 거짓말.

우리가 탄 배는 어디로 가는가.



"산 생명 있는데 눈 하나 깜짝 않고..

이건 악마집단이야, 악마.."


13일 tbs 교통방송에서 방영됐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당시 다이빙벨 투입 과정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보여준다.


대형극장에 단 한번도 걸어주지 않던, 묻힐 뻔한 이야기가 다시 빛을 보게 되어 다행이다.

지금은 유투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공개해 놨다.

방송 이후, 공중파에서 방영하라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다이빙 벨> 제작자인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님은 어제(15일) 생전 처음 자료제공자 자격으로 특검에서 브리핑을 받고 나왔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4년 간 모은 박근혜 자료를 특검에 제출했다.


이상호 기자님, 그동안 애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알아야 할, 밝혀야 할 진실이 많이 남아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다큐를 보는 내내 분노감과 먹먹함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무책임한 정부, 구조하지 않은 해경, 거짓을 퍼뜨린 언론의 추악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거친 말들이 내뱉아진다.


<다이빙 벨>의 주인공인 알파잠수기술공사 경력30년의 이종인 님은 자비 1억여원 들여 '다이빙 벨'을 이용한 효율적인 구조 작업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해경은 자기네들 구조 작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다이빙 벨'에 바지선 진입을 허락해 주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산 생명 있는데 눈 하나 깜짝 않고..

이건 악마집단이야, 악마.."


유가족들은 해수부 장관과 해경청장과 함께 한 자리에서 '다이빙 벨' 재투입 약속을 받아내고 다음 날 이종인 님은 다시 구조 작업을 시도했다.


해경은 유가족들과 기자들 동행도 허락해준다더니 정작 당일날 모든 약속을 뒤집고 딴소리를 하고 있다. 그 누구의 동행도 불허하고 위치를 거짓으로 알려주어 작업을 지연시킨다.

'다이빙 벨' 호스가 끊어져 있거나 작업 중에 해경 고속정이 불시에 접근하여 충돌을 일으킨다거나 구조를 방해하는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벌어진다.


별 달고 나타난 정체모를 권력자에 의해 '다이빙 벨'은 실패임을 강요하고 '다이빙 벨'을 실은 배를 빼라는 폭행, 공갈, 협을 받는다.

구조 시스템은 힘 없는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최악의 벽이었다.


한마디로 심경을 표현해달라는 이상호 기자의 말에


"한마디로..한마디로 개같애.

이거를 막는 사람이 양심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그러면 안돼. 권력이 체면이 뭐가 중요해. 이러면 안되는거야.."


이종인 님은 결국 울분을 터뜨린다.


그런 그를 몰아세우며 막말을 일삼는 언론 기자들..그래서 기레기라고 하는구나.


전부 거짓말.
개쓰레기같은 조작.
잔혹보다 끔찍한 의혹.
당신들은 어떤 의혹을 받아도 싸다.

이것이 과연 나라인가?

그날 국가는 없었다..

                 ㅡ  박민규, 《눈 먼 자들의 국가》 中


다큐의 마지막, 고 강승묵 군아버 말에 가슴이 먹먹하다.


"아들한테 통화할 때 해경 말 잘 듣고 행동하라 얘기했던 게 가슴이 너무 아파요..내가 그 말만 안했어도 친구들이랑 살아나올 수 있었을텐데..아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그 분도, 인터뷰하시는 이상호기자님도, 보고 있는 나도 끝내 울음이 터지고 만다.


6차 촛불집회 때 세월호 유가족 어머님께서 떨리는 목소리로 '아직 4월 16일 그날을 살고 계신다'고 했던 말씀이 떠나질 않는다.


세월호라는 배를 망각의 고철덩이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밝혀낸 진실을 통해 커다란 종으로 만들고 내가 들었던 소리보다 적어도 삼백 배는 더 큰, 기나긴 여운의 종소리를 우리의 후손에게 들려줘야 한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ㅡ  박민규, 《눈 먼 자들의 국가》 中


붉은색 구명조끼들이 일제히 창문에 붙어 구조를 기다렸던 그 시간, 해경은 그저 사고 해역에서 맴돌았을 뿐, 그 바다 어디에도 국가는 없었던 시간.

검푸른 바다 어디에도 국가는 없었던,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았던 암흑의 시간들, 그러면서도 기회만 있으면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골든타임을 외쳤던 말 그대로 후안무치의 시간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졌으나 눈 감은 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답답한 부정의 말들..

ㅡ 12월 15일자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 브리핑 中


이제라도 진정 눈 뜬 국민들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유투브에 공개한 <다이빙벨> 감독판 (80분)

https://m.youtube.com/watch?feature=youtu.be&v=t1lQ6OmMDz4


매거진의 이전글 아쉬움이 남는..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