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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Dec 13. 2016

영화보다 더 위험한 현실 <판도라>

ㅡ'힘든 세상이어도 우리는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봉일 2016.12.7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현실의 심각성을 알리지 않으면 안된다. 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영화 <판도라>.

 

영화 속 원전 폭발의 위력과 피해도 엄청나지만 현실의 원전 사고는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점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지은 지 40년이 다 돼가는 노후된 원전 시설이

6.1 규모의 지진 발생으로 원자력 냉각기에 이상이 생기고, 결국 끔찍한 원전 폭발 사고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9월 12일 경주의 규모 5.8 강진 이후, 지금까지 수백 차례의 여진이 끊이질 않고 있다. 어제(12일)도 경주에 규모 3.3 지진이 발생했다.


이제 정말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결코 지진에 안전하지 않다. 원전 사고 또한 남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큰 재난이 닥치기 전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지만 손 놓고 있다간 그 어느 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 원전 밀집도가 세계 1위라고 한다. 결코 반가워할 수 없는 1위 중 하나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경주 지진 진원지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월성 원전, 고리 원전이 있다.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고리나 월성만큼 잠재적 피해도가 높은 원전 부지는 드물다고 한다.


원자력발전소 반경 30㎞에 사는 주민 수를 감안해 원전의 잠재적 피해를 측정했을 때, 일본의 후쿠시마보다 한국 고리 원전의 잠재 위험이 40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리 원전에는 8기의 원자로가 밀집돼 있고, 추가로 2기가 더 건설될 예정이다. 주변 30㎞ 이내에는 380만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월성 원전 역시 후쿠시마에 비해 잠재적 피해도는 7.8배 높았다. 월성 원전부지에는 6기의 원자로가 밀집돼 있고 반경 30㎞이내에 130만명이 거주한다.

전세계적으로 188개 부지에 446기의 원자로가 건설돼 있는데, 이중 6기 이상의 원자로가 한 부지에 건설된 경우는 11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은 4개의 원전 부지 모두에 6기 이상의 원자로가 밀집돼 있다.

박정 의원은 “다수호기가 밀집돼 있음에도 다수호기 부지의 위험성 평가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신고리 5·6호기를 승인받았는데, 승인이 되고 난 후인 7월부터 3년간 리스트 평가를 할 예정이다. 앞 뒤가 바뀐 셈”이다.

                                      ㅡ 9월 27일자 경향신문


한 마디로 지금 이 상태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치명적인 회복불능의 재난을 맞게 된다는 뜻이다.


이 영화에서 정부는 전 국민의 혼란 야기를 핑계로 원전 폭발 사실을 은폐ᆞ축소하고 원자력 발전소 직원들과 원전 지역 주민들은 이에 속수무책으로 희생당한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도 원자로 폐로나 걱정하고 있는 잘나신 윗분들 모습에


"지금 뭐하시는 겁니"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정부는 어디서 뭘하는지 묻고 싶"


는 영화 속 방송 멘트는 세월호 사건 또한 떠올리게 한다.


"이 나라가 겨우 이것밖에 안돼?"


국민들이 분노하고 외쳐야 할 말을 영화 속에서는 무능한 정부가 하고 있다. 어이없다고 말할 밖에.


 "1만 7천명도 우리 국민입니"


라는 영화 속 외침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

실제 현실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130만명, 380만명의 주민들이 원전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와 방사능 누출사고를 가정했을때 주민대피 등에 대한 방사능 방재 대책은 아직까지도 너무 허술하다.

또한 원전 사고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집결지로 모여 구호소로 이동해야 하는데 주민들은 이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미 너무 많은 원전이 들어섰고 380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방재대책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근원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방재 대책에 대한 수용 능력을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서토덕/환경과 자치연구소 기획실장

또 사고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방사능 방재 업무 인력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방사능 누출시, 지차제의 현장조치 매뉴얼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많다.

          ㅡ 12월 12일자 KNN부산경남방송 기사


대체 확실한 게 뭐란 말인가.


"비상 대피 계획 같은 건 없다"


는 영화 속 대사에서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현실에서도 영화처럼 아니 영화보다 더 대책이 없다.  원전 사고가 터지면 그냥 주민들은, 국민들은 죽으라는 건가?


KNN 기사의 원문과 방송 영상

http://www.knn.co.kr/117898


"이제서야, 이제서야 궁금해지셨습니까?"


영화 후반부에 소장의 외침이 정부의 무책임한 모습 뿐만 아니라 나의 무관심과 무지를 질책하는 것 같다.


"우리가,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가족들 다 죽는다"


"죽으러 가는 게 아니라 살리러 가는 거라 생각해라"


결국 무고한 사람들이,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살고 싶어했던 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나선다.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재혁(김남길 분)의 말처럼 내가 자초한 일도 아니고 억울한 세상이지만 우리가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너무 늦었어"


라는 한탄이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그 결과는 비극과 참혹함 뿐이다.


더이상 정부의 무능함에, 늑장대응에, 안전불감증

 무고한 국민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이 영화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물려주겠습니까.

안전하고 편안한 세상을 물려주겠습니까."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우리는 재앙 속에서 

그 희망을 찾아야 한다.


라라랜드처럼 아름다운 영화도 좋지만 이 영화야말로 재미를 떠나 우리가 필히 봐야 될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 정보ㅡ

감독 : 박정우

주연 :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그리고 김명민

상영 시간 : 1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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