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사이 Apr 13. 2016

《보통의 존재》

진짜 보통의 존재는..

《보통의 존재》 이석원 에세이


사람이 일평생 유년의 기억에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은 불행일까 행복일까. 그리움에 젖어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것으로만 보면 불행일 것이고,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또한 행복일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창작자라면 창조는 천재성이 아닌 고통에서 더 많은 것이 비롯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좋은 작품을 내기가 힘들다. 인생의 굴곡이 험준할수록 작품에도 그만큼 진한 드라마가 담기기 마련이니까.


'본질을 아는 것보다, 본질을 알기 위해

있는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그 대상에 대한 존중이라고.'


돌이켜보면 열아홉이나 스물아홉에 느꼈던 걱정과 불안들은  지나고 나서는 웃음이 나올 정도로 지레 겁을 먹은 것 같다고 느꼈었는데 또다시 서른아홉이 되니

과연 이번에도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기분이 들어.

게다가 조금 더 현실적인 느낌이랄까.


10년 전 스물아홉 때 쓴 일기에서

나는 다가올 삼십을 불안해하며 하물며 마흔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나이라고 썼던 거겠지.

그런데 그 긴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어느새 다다른 서른아홉.

믿을 수 없는 나이는 마침내 현실이 되었어.

그런데 말이야 겪어보니 이것도 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 불과하고 결코 끔찍한 나이는 아니더라.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이고 그래서 또다른 새로운 꿈을 꾸게 되더라고.


생을 마친 후 만약 신과 마주하게 된다면 그는 나를 가혹하게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삶에 지친 나를 가엾이 여겨 쉬게 해줄 것인가. 만약 내게 주어질 천당이라는 게 있다면 행불행을 감수하지 않아도 될만한 공평함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천당일 것이다.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해답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좀 더 젊은 시절에는 이런 사소한 일에 행복을 느껴야 하는 내 처지가 가여웠던 적도 있었지만 행복 중의 으뜸은 평범한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부터는 더더욱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오늘도 서점을 찾고 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안식처인 서점이 있어 저는 행복합니다.



분명 작년에 출간된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먼저 읽었는데 별다른 메모없이 도서관에 반납하고 2009년 작 <보통의 존재>로 거슬러 올라갔다.


메모의 습성에 발동걸리는 걸 보면  최근작보다 이전 책인 <보통의 존재>가 더 공감이 간다는 뜻일거다.


물론 책 내용 전체 다가 아닌 부분부분이지만 어쩌면 이리도 내 마음 내 생각과 같을까 싶은 부분들이 있다.


작가는 여자도 아니고

이 책을 쓴 시기는 2009년이지만

서른아홉이라는 지금의 내 나이와 당시 작가의 나이와 똑 맞아떨어지는 우연의 일치때문일까.

제목의 '보통의 존재'라는 말에 위안을 받은 때문일까.



하지만,,


이석원 작가님은

그룹 언니네 이발관 소속인 가수에 글도 쓰시고 책도 내시고 얼마전까지 사인회에 북콘서트까지 하시는 분인 거 보면 차원이 다른 보통의 존재,

아니면 보통을 가장한 재주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또

진짜 보통의 존재인 나는 씁쓸하고 쓸쓸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에도 지지 않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