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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Dec 30. 2016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평화의 소녀상》

《평화의 소녀상》 윤문영 글ᆞ그림ㅣ 이윤진 영문

1판 1쇄 2015년 9월 7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차디찬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가 있어요.

입을 꼭 다문 채, 눈을 똑바로 뜨고

건너편 일본 대사관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거짓말에 속아 마치 생가지 자른 듯

거칠게 싹둑 잘려 버린 머리카락.


아픈 세월에 몸부침치다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과 우리를 이어주는

소녀의 어깨에 앉아 있는 작은 새.


숱한 꽃송이의 순결을 난도질하고도

사죄할 줄 모르는 그들을 향한 분노와

평화에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꼭 움켜쥔 두 주먹.


아픔의 세월 속에 편안히 발을 디딜 수 없었던

할머니들의 삶을 상징하는

발뒤꿈치가 들린 맨발.


소녀 옆의 빈 의자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빈자리이자

우리가 소녀 옆에 앉아 슬픔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에요.


어느 추운 겨울날에는,

어린 소녀가 다가와 내 머리에 빨간 털모자를 씌워 주었어요.


낙엽이 흩날리던 어느 가을에는,

씩씩한 소년이 자기가 두르고 있던 노랑 목도리를 내 목에 둘러 주었지요.


언젠가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에는,

경찰관 아저씨가 내게 우산을 받쳐 준 일도 있어요.



난 이제 알아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더욱 크게 눈을 뜨고 건너편을 보고 있어요.

할머니들이 어서 다 죽기를 기다리는

일본 정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있어요.

금보다 귀한 사죄 한마디가 듣고 싶어,

죽어도 죽을 수 없는

할머니들 생각에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어요.





부산 동구청의 강제 철거로 야적장에 방치되었던 '소녀상'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부산 동구청에 강제로 압수ᆞ철거 당했던

'평화의 소녀상'이 반환되고 일본영사관

(부산 동구 초량동) 앞에 재설치하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민심의 힘이란 이런 것임을,


목소리를 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울지마..'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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