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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an 07. 2017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너의 이름은>

찬란한 광경 속 숨겨진 아픔..<너의 이름은>


내가 본 일본 애니메이션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에 몇 편 안되지만 그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을 뽑으라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이다.



예전 드라마 <나인>과 더불어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타임 슬립을 소재로 한 작품들 중 무척 흥미롭게 설레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46분의 짧은 러닝타임에 자연에 대한 묘사를 섬세한 영상으로(그것도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으로)보여준 <언어의 정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문학적인 요소도 있고 무엇보다 비내리는 풍경과 어우러진 피아노 선율의 배경 음악은 감성을 촉촉하게 해주기에 충분하였다.



<너의 이름은>은..


'너는..누구니?'

이 영화는 일본에서 작년 8월에 개봉하고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이미 상영한 바 있어 일찍부터 찜해두었던 작품이었다.

<언어의 정원>을 제작한 감독의 영화였기에 서정적인 영상미와 감성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였을거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개봉(2017년 1월 4일)

하면서 흥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사람과의 인연 뿐만 아니라 책이든 영화든 만나게 될 운명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고, 만날 기회가 온다.


하지만 사람과의 인연은,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은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훨씬 더 복잡미묘하고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 너와 나, 당신과 내가 만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너'와 ''의 연결 고리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인연(因緣)'이라는 한자어에도 뜻하는 한자(糸)가 들어 있듯이

'너'와 '나', '당신'과 '나'사이에 보이지 않는 으로 연결된 엇인가 있지 않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인연에 대해 다시금 풀지 못할 숙제를 만난 기분이었다.

이전 작품들에서 느꼈던 것처럼 영상은 중간중간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잊을 만큼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전  작품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남녀 주인공(타키미츠하)의 몸이 뒤바뀐다는 발상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무려 20년 전의 영화 <체인지>(정준, 김소연 주연)나 드라마 <시크릿 가든>(하지원, 현빈 주연)이 묘하게 중첩되어 떠오른다. 같은 시각 번개를 맞거나 술을 마신 게 연유가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자연 현상(1,200년 만의 혜성)과 (쿠치카미자케)이라는 매개체가 등장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그것 말고도 꿈을 통한 데자뷰 현상이라든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타임 슬립, 평행 이론, 사라진 것에 대한 향수, 재난에 대처하는 자세(세월호 사건이 떠올려지는)등 막연하게 또는 구체적으로 다양한 소재와 생각들이 마치 인연의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떠오른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내가 진정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중한 사람, 잊고 싶지 않은 사람, 잊어서는 안되는 사람은..


영화에서처럼 나스스로에게도 이런저런 물음을 던져본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이 영화의 끝에 다다르면서는 애송시이기도 한 박인환님의 <세월이 가면>의 시 구절이 되내어지기도 한다.


이미 사라져 버린 공간들,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소중한 기억들, 또는 인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바람처럼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따뜻한 온기와 따뜻한 풍경을 그려본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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