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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an 05. 2017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음으로 <러블리, 스틸>

& <장수상회>

반전을 알고봐도 끝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던 강제규 감독님의 <장수상회>(2015. 4. 9 개봉작),

그리고 <장수상회>의 원작인 <러블리, 스틸>

(2010. 12. 23 개봉작)


<러블리, 스틸>은 니콜라스 패클러 감독이 2008년 23살의 나이에 직접 시나리오를 쓴 영화다.(젊은 나이에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 대단하다)


두 작품의 큰 줄거리는 같으나 인물의 성격, 주변 인물의 비중, 배경, 분위기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장수상회>는 원작에 없는 극적인 사건들을 추가하여 여러 변화를 꾀했다.


<장수상회>는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라면  <러블리스틸>은 인물도 배경도

대체로 차분하고 조용하다.

<장수상회>의 할아버지는 '버럭'하는 까질한 성격이라면 <러블리 스틸>의 할아버지는

착하고 순수하신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러블리 스틸>이 <장수상회>보다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강하다.


<러블리 스틸>은 잔잔한 웃음을, <장수상회>는 코믹한 웃음을, 두 작품의 웃음 코드는 사뭇 다르지만 같은 반전으로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만든다.


영화의 시작 <러블리, 스틸>


징글벨 노래가 영화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러블리, 스틸>.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 혼자 사는 할아버지(로버트)의 아침 일상으로 시작한다.


소녀같고 귀여우신 할머니 엘렌 버스틴(메리 역)

할아버지가 일하는 마트에서 빨간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한 할머니(메리)가 할아버지한테 관심을 보인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할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밥통에 을 해놓은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낀다.

놀란 할아버지는 누구냐고 묻고 이내 모습을 드러낸 빨간 스카프의 할머니는 자신을 앞집에 딸(알렉)과 이사 온 메리라고 소개한다.


서로 수줍은 듯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인사하고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할아버지.

"미안해요"라고 대답하는 할머니.


"내일 저녁 같이 할래요?"


할머니의 제안에


할아버지는 잠시 머뭇하는 듯 하더니 이내 '오케이'라고 흔쾌히 응한다.


"로버트 당신을 만나 정말 기뻐요."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설레는 말에 아이처럼 행복해한다.


데이트 한다고 좋아하는 모습이 무척 순수해보였던 할아버지(마틴 랜도, 로버트 역)


데이트를 앞두고 할아버지는 사장(아담 스콧)한테 도움을 요청한다.

사장은 할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을 작전을 짜주고 마트 직원들도 할아버지의 부탁에 데이트 기술에 대한 각종 조언을 해준다.

정성껏 코치해주는 사장님(아담 스콧, 마이크 역)


두근두근 첫 데이트


레스토랑의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며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두 사람. 


그러다 할머니는 왠지 말 못할 사연이 있는 듯 애처롭게 얘기한다.


"어렸을 때 그림 형제의 동화를 제일 좋아했어요.

동화 속 이야기처럼 살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이를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그런데 세월은 흘러가고..모든 게 변했죠."


귀담아 들어주던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로 답한다.


"다 괜찮을 거에요.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죠."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에 감격하며 당부한다.


"우리 약속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두 사람은 이내 웃으며 서로 통한 듯 숟가락으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할머니는 야경에 감탄하고 둘은 정답게 무릎 담요도 같이 덮는다.


설레고 행복한 첫 데이트를 무사히 마치고

사람은 할아버지 집에 와서 티타임을 갖는다.


밖에서는 성탄절 노래소리가 들리고 할머니가 그에게 묻는다.


"첫 데이트 어땠어요?"


할아버지는 망설임없이


"원더풀"


이라고 대답한다.


연인들처럼 달달한 만남


두번째 데이트에서는 같이 눈썰매를 탄다.

정말 신나보이는 할아버지;D


썰매를 타고 내려와 설원을 배경으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눈다.


"아름다워요. 늙어서야 이런 게 보이네요."(할머니)


"모든 게 처음이에요.

난 인생을 헛살았나봐요."(할아버지)


"아니에요. 과거는 잊자구요.

과거는 그저..어쩔수없는거에요.

하지만 미래는..누가 알아요? 얼마나 멋질지!

아닐 수도 있지만..알 수 없는 거에요.

그러니 지금을 즐기자구요."(할머니)


할머니는 기쁜 표정으로 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할아버지도 사장과 함께 할머니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른다. 


그리고 각자의 집에서 두 사람이 전화로 대화하는 장면은 연애하는 연인들처럼 달달하다.


"I miss you"


"I miss you, too"


둘은 데이트 약속을 하고 행복해하며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둘은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행복한 데이트를 한다.


이윽고 밤까지 함께 있게 된 두 사람은 하늘에 뜬 달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난 달이 좋아요. 항상 거기 있잖아요.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어요."(할머니)


"원한다면..내가 저 달처럼 항상 옆에 있을게요."

(할아버지)


"로버트, 우리 크리스마스도 함께 보내요."

(할머니)


"그러니까..진정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거군요.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건 처음이에요"(할아버지)


두 사람이 키스를 나누자 주위가 환해지고 눈이 내린다.

아름다운 두 사람, 메리와 로버트.


크리스마스 이브날, 할아버지는 약속대로 파티에 참석한다.


할머니가 어떤 할아버지(벅)와 대화 나누는 모습을 보고는 전남편으로 오해하고 분노한다.

할머니가 오해를 풀어주고 둘은 밖으로 나간다.


눈내리는 설원에서 크리스마스 노래를 배경으로 서로를 마주보며 춤을 추는 장면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두 분, 진정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한 침대에서 맞이하는 아침.


"메리 크리스마스~"

할머니는 할아버지한테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렸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물감을 선물하고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좋아하는 스노우볼을 포함한 여러 개의 상자를 할머니한테 준다.


상자를 하나씩 열어보다 우연히 권총이 든 박스를 열어보고 놀란 할머니.


"이게 뭐예요?왜 자신에게 이걸 선물한거죠?"


"사는 게 지쳤었어요. 더는 외롭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당신을 만났. 날 떠나지 마요.

당신을 사랑요.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당신을 만나고부터 살아있다는 걸 느꼈어요."


"저도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했어요."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껴안는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평생 내 곁에 있어준 사람 같아요.

나쁜 기억은 사라지고 행복하고 따뜻해요."


할아버지는 자신의 곁에 잠이 든 할머니에게  청혼하겠다고 다짐한다.


함께 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 날, 할머니의 바람대로 그림을 그리는 할아버지. 한참 그림을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가 없다. 


"메리, 어디 있어요?"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자신을 떠났다는 생각에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인다.


전화기를 붙들고 울부짖고 분노하고 괴로워던 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할아버지가 문을 여니 그곳에 할머니가 서 있다.


며칠동안이나 왜 날 떠난거냐고 묻는 할아버지의 물음에 슬퍼하는 할머니.


"아니에요. 떠나지 않았어요. 며칠이 아니고 단지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이에요. 아침에 인사한 거 기억 안 나요?"


할아버지는 그럴 리 없다고 할머니의 말을 믿지 못하고 화를 낸다.


"기억이 도무지 나질 않아. 당신이 벅과 짜고 날 속이는 거지?"


그리고 이내 다신 자신을 떠나지 말라고 애원한다.


이런 할아버지의 모습에 할머니는 흐느끼며 말한다.


"날 떠난 건 당신이었어요.."

..그리고 벅은 당신 동생이잖아요."


그제서야 뭔가 잘못됐음을 깨닫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집으로 달려가서 가족 사진을 보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들..(* 스포 포함)


사장은 할아버지의 아들이었고 알렉스는 자신의 딸이었다. 그리고 할머니는..자신의 아내였다.

할아버지는 치매로 인해 가족 모두가 기억에서 지워지고 혼자 사는 걸로 생각하고 지낸 것이다.

가족들은 그런 할아버지를 혼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 그의 주위에서 다시 새로이 관계를 만들며 묵묵히 지켜주었던 것이다.


노년의 첫사랑같은 로맨스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였는데 말에서의 반전 사랑에 대해, 가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장수상회>의 결말


<장수상회>에는 원작에 없던 어릴 때 '첫사랑'의 회상씬이 등장한다. 부부인 할아버지(박근형, 성칠 역)와 할머니(윤여정, 금님 역)의 첫만남.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수줍게 서로의 이름을 소개했던 그 시절의 모습과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게 돼버린 지금의 할아버지 모습이 대비되어 코끝이 찡해진다.


"그냥 우리 살아있는 동안 만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금님)


"우리 둘 중에 누가 먼저 죽든 울지 맙시다.

어차피 잠깐 떨어져 있는 것일 테니.."(성칠)


그리고 <러블리, 스틸>에서는 부인에 의해 가족임이 밝혀지지만 <장수상회>에서는 자식들에 의해  밝혀진다.

자신이 일하는 마트의 사장이라 생각했던 남자가 자신의 아들(조진웅)이었고 금님의 딸이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자신과의 딸(한지민)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성칠은 자식들에게 미안해하며 얘기한다.


"악착같이 기억하고 싶은데 기억이 안나..

이걸 어떡하면 좋으냐..미안하다, 얘들아"


그런 아버지에게 사장이었던 아들 목이 멘 목소리로 말한다.


"기억 못하셔도 괜찮아요. 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자식이라는 건 가슴 한 켠에 묵직하게 들어앉은 돌덩이같은 거라고..아버지가 기억 못하셔도 저희가 악착같이 꽉 들어 앉아 있을게요.."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음에,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음으로


삶을, 쉽게 포기해버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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