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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an 22. 2017

한사람이 가져온 삶의 변화 <바그다드 카페>

ㅡ 나도, 당신도 행복해지길 바래요

<바그다드 카페(1987) : 디렉터스 컷>


"야스민, 당장 이리 와!"


"성질머리 하고는.."


허허벌판에 낡은 차 한 대, 서로 잔뜩 화가 난 남자와 그리고 여자 '야스민(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가 있습니다.

남자는 차에 화풀이 하고, 여자는 급기야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 있는 커다란 캐리어를 끌어 내립니다.

남자는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떠나버리고

여자는 커다란 짐을 질질 끌며 황량한 사막 한복판을 말없이 걸어갑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낯익은 노래, 'Calling you'


'사막을 따라 라스베가스에서 어딘가로

내가 있던 곳보다 나은 어딘가로..'


이 노래가 이 영화에서 나온 노래였구나..합니다.

영화 초반엔 그저 익숙한 멜로디에 취해 들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다시 들으니 가사가 절 부르네요.


여기 또 한 명의 그녀, '브렌다(CCH 파운더)가 있습니다.

커피 기계가 망가져 커피를 못 팔고 있는 '바그다드 카페' 여주인인 그녀는 짜증이 솟구칩니다.

사오라고 시킨 커피 기계는 안 사오고 고속도로 한 복판에서 노란색 커피 보온병을 주워 온 남편에게 잔소리를 퍼붓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걸로 잔소리군.

꼭 그렇게 팍팍하게 굴어야 해?" (男)


"카페 운영이며, 주유소 기름통이며 내가 다 치우잖아?" (女)


"누가 그러랬나? (男)


그녀는 있는 대로 화가 나있는데 남편은 천하태평 휘파람을 붑니다.


계속 바가지 긁어대면 떠나버린다는 남편,

그녀는 꼴도 보기 싫으니 제발 가버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렇게 그녀의 남편 역시 먼지 풀풀 날리며 차를 몰고 떠나버립니다.


그 때, 등장하는 그녀의 딸은 엄마 속도 모르고 헤드셋 낀 채 자기 원하는 것만 말하고 오토바이 타고 온 남자와 휑하니 가버립니다.


홀로 바닥에 떨어진 빈 깡통들을 주우며 흐느끼는 그녀.

꾹꾹 눌러왔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립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습니다.


어제 오늘 내내 집에 있으면서 차려 먹은 것도 없는데 뒤돌아서면 씽크대에 설거지할 그릇들이 한가득,  손 하나 까딱 않고 티비와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남편에, 여기저기 어질러 놓는 아이에, 엉덩이 붙일 새 없이 혼자 마냥 분주한 주말.


'뒤치닥꺼리는 왜 온통 내 몫이어야 하지'


쌓여있던 감정들이 폭발해 버리고, 듣지도 않는 잔소리를 폭풍처럼 해댔습니다.

쌓인 그릇들을 설거지 하는데 눈물샘이 그만 터져버리고야 말았습니다.

황량한사막에 나 혼자 버려진 느낌, 아마 그녀도 그랬던 걸까요.

사실은 그 분노와 눈물이 '나 좀 구해줘요.

도와줘요' 라는 외침일 때가 있는데..


다시 노래가 흘러 나옵니다.


'고장나버린 커피 기계

엉망이 되어버린 작은 카페


뜨겁고 거친 바람이 나를 관통하네

아이가 울고 잠을 잘 수가 없네


난 널 부르고 있어

들리지 않니?

난 널 부르고 있어..'


그녀의 외침을 들은 것일까요.

눈물로 뒤범벅된 그녀 '브렌다'의 눈앞에

땀으로 범벅된 여자 '야스민'이 나타납니다.


체형부터 피부, 성격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즐거운 일이라고는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 공간에도 변화가 찾아올까요?



*  다음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만남의 시작은 썩 유쾌하지 못했습니다.

모텔 주인이기도 한 브렌다는 독일 여자인 야스민이 황량한 이 곳에 차도 없이 찾아와 숙박을 청하는 게 영 탐탁치 않았습니다.

묵는 내내 똑같은 옷만 입고 청소하러 올라갔을 때 본 그녀의 방 안에는 남자용품, 남자옷들로 가득했으니까요.

(트렁크에 있던 남편의 짐과 바뀐 모양입니다)


브렌다는 그녀가 수상하다고 여기고, 머리 총총 땋으신 보안관에게 신고까지 합니다.

(보안관이 야스민의 방에 들이닥쳤을 때 방바닥을 닦는 그녀의 뒷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요;D)


법적으로 문제될 것 없는 단순 여행객으로 판단한 보안관은 그 자리를 떠나고, 계속 머물겠다는 야스민의 대답에 브렌다는 몹시 불편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합니다.


"미치겠네"


그러던 어느 날, 브렌다는 카페에 떨어진 물건들을 사러 자리를 비우고 야스민은 먼지가 켜켜이 쌓인 사무실과 간판, 가게 이 곳 저 곳을 청소해 놓습니다.


그녀의 방문을 내내 불길하게 생각한 브렌다가 마침 돌아오고 불같이 화를 냅니다. 그것도 한 손에 기다란 총을 들고..(후덜덜)


"누가 내 사무실 건드렸어~~~~!"


잔뜩 긴장한 야스민이 조심스럽게 대답합니다.


"내가요..나는..좋아할 줄 알았어요.

행복해질 줄 알았어요."


전 여기서 야스민의 이 말에 흔들렸는데..

하지만 브렌다는 전혀 기뻐하는 기색 없이 콧방귀를 끼며 반문합니다.


"모텔 손님이 내 행복을 신경 써요?

무슨 헛소리를. 난 그딴 말 안 믿어요. never!"


원래 있던대로 (몹시 너저분한 상태로) 되돌려

놓으라고 엄포를 놓고는 야스다가 고분고분 하라는 대로 하기 시작하자 이내 됐다고 그만 두라는 브렌다.(조금은 맘이 변화한 걸까요?)


석양이 찾아오고 야스민도 브렌다도 각자의 방에서 생각에 잠깁니다.


이때 또다시 들려오는 노래 'Calling you'


'곧 변화가 다가올거야.

달콤한 안식이 가까이 다가왔네.

난 널 부르고 있어.

듣고 있지?'


브렌다는 여전히 냉랭하고, 철없는 브렌다의 딸도, 카페 한쪽 구석에서 피아노만 치고 있는 브렌다의 아들도 야스민에게 짓궂기만 합니다.


그날 밤, 홀로 방에서 슬퍼하던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워보이던지요.


다음 날 브렌다의 딸이 야스민의 방에 청소하러 오고, 평소 아이를 좋아하는 야스민은 그녀를 살갑게 대합니다.


그리고 브렌다의 아들 '살라모'가 치는 피아노 소리도 야스민이 유일하게 귀담아 들어줍니다.


이제 카페 주변 사람들도 조금씩 그녀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네요.


그 중, 그녀를 꼭 그려보고 싶다는 남자분, 나이가 좀 있으신 화가 '콕스'는 그녀의 모습을 그림에 담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어색하기 그지 없던 그녀도 혼신을 다해 그리는 그에게 점점 대담한 포즈를 취합니다. 그녀를 담은 그림은 점점 풍성함이 더해지고.


야스민은 이제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깁니다.

혼자 방에서 가방에 들어있던 마술상자를 꺼내 설명서를 보고 열심히 따라해봅니다.


브렌다의 아이들이 야스민의 방에서 놀고 있던 어느 날,

브렌다가 방문을 벌컥 열고 소리칩니다.


"속셈이 뭐예요, 누구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이래요?

누구 맘대로 내 삶을 휘저어요?

얼른 짐 챙겨서 나가요.

안 그러면 총을 갈겨줄테니까!


그리고는 해서는 안 될 비수를 그녀에게 날립니다.


"가서 당신 애랑 놀아요!"


야스민이 대답합니다.


"난 애가 없어요.."


브렌다는 잠시 후 다시 방문을 열고 미안해하며 말합니다.

진심은 진심으로 통합니다.

브렌다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일도 많고 애들도 봐야 하니까요.

남편이 일주일 전에 떠났거든요."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웃음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그녀 브렌다가 한결 밝아진 모습으로 인사합니다.


"좋은 오후예요, 야스민"


야스민이 카페의 서빙을 봅니다.

손님들에게 그간 혼자 열심히 연습했던 깨알 마술보이면서요.

손님들도 아이들도 그녀의 마술에 즐거워합니다.


브렌다에게는요, 야스민이 마술로 장미꽃 한 송이를 그녀에게 선물합니다.

마치 제가 받는 듯 제 얼굴에도 그녀들처럼 행복한 미소가 번졌어요.


야스민의 마술쇼는 점점 입소문을 타고 썰렁했던 카페가 손님들로 북적북적해집니다.


그러다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해요.

야스민의 여행 비자가 만료되어 더이상 머물 수 없게 된 것이죠.

아쉬움의 인사를 나누고 야스민은 택시를 타고 떠나요.


카페는 이대로 다시 무료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 걸까요.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브렌다는 긴장하고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 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던 어느 날,

하얀 옷을 입은 그녀가 커다란 짐을 끌고 다시 나타났어요.

브렌다를 비롯한 카페 사람들이 그녀를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네요.

처음에 이 곳을 찾았을 때는 아무도 환영해주지 않았었는데..


그녀와의 재회를 제일 좋아한 사람이 누구였을까요?


마술쇼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꽉 찬 카페에

브렌다와 야스민이 무대에 노래를 부르며 등장합니다.

브렌다의 아들 살라모는 배경음으로 멋지게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그녀들의 흥겨운 노래를 들으며 이어지는 그녀들의 마술쇼를 보며 편안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모든 게 마술 같아서 슬플 일은 없지.

시작해봐요.

오늘을 사는 거예요."


그리고 야스민에게도 찾아온 행복..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운명이었을까요.

그녀들이 저를 부르네요.

함께 행복해지자고.


나도, 당신도 조금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웃음을 되찾게 되어 다행이에요.


다시 듣는 Jevetta Steele 의 'Calling you'

http://tvcast.naver.com/v/92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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