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사랑을 되새기며..
지난 번 <라라랜드>를 보고 나서 오래 전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했던 영화 <노트북>이 떠올랐어요.
<노트북>을 다시 보니 아련하게 남아있던 감흥이 생생하게 살아나더라구요.
라이언 고슬링, 레이첼 맥아담스 두 배우의 모습이 무척이나 풋풋했습니다.
최근에 <라라랜드>에서 본,
그의 노래하고 춤추고 피아노 치는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각인돼서일까요.
전 라이언 고슬링의 지금 모습이 더 호감가는 거 같아요;)
<어바웃 타임>, <닥터 스트레인지> 등에서도 변치 않는 미모를 보여주는 레이첼 맥아담스.
그녀는 무려 십 삼년 전의 이 영화 속에서도 외모와 헤어, 의상 등 전혀 촌스럽지 않은 사랑스러움 가득이네요.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영화 <노트북>은 할아버지가 병원에 계시는 할머니에게 노트북(컴퓨터 아니고 공책;)에 수기로 적은 이야기를 읽어주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야기는 1940년 앨리(레이첼 맥아담스)와 노아(라이언 고슬링)가 17살 무렵 처음 만난 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랑 사귈래, 말래?"
앨리에게 첫눈에 끌린 노아는 아슬아슬 위험한 방법으로 데이트 신청을 따냅니다.
(예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 님의 대사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 가 떠오르네요. 그녀가 끝까지 싫다고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어지는 노아의 적극적인 립서비스와 애정 공세에 앨리도 그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부족한 것 없이 부유한 집에서 곱게 자란 아가씨였고 노아는 목수일을 하며 일당을 버는 가난한 청년이었습니다.
도로 한 가운데 나란히 누워 신호등 바뀌는 걸 보고 있다가 차에 치일 뻔한 일도 그녀에겐 짜릿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길 위에서 둘이 춤 추는 모습은 <라라랜드>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잔잔하게 아름다운 장면이었답니다.
라이언 고슬링이 탭댄스 추는 모습도
살짝 나오더라구요.
<라라랜드>에서는 참 현란했는데 <노트북>에서는 소박하고 정겨웠어요.
그리고 이 영화에선 라이언 고슬링 대신 레이첼 맥아담스가 피아노를 조금 칩니다;)
사랑에 푹 빠진 앨리와 노아, 두 사람이 차이점은 많아도 한가지는 똑같았어요. 서로에게 미쳐 있었다는 점이요.
하지만 뜨겁게 타오르던 이들의 사랑에도 어김없이 시련이 닥칩니다.
* 다음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노아를 만나고 그의 처지를 알게 된 앨리의 부모님은 그를 밑바닥 인생이라 부르며 못마땅해 합니다.
"너하곤 안 맞는 사람이야"
"여름 한때 풋사랑이야"
그들의 사랑을 이렇게 치부하고 단정지어버리는 앨리의 부모님.
둘은 이에 굴하지 않고 사랑을 나누고 밤을 함께 보내고자 했지만 결국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그녀는 원래 살던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노아는 절박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1년동안 하루에 한 장씩 365장의 편지를 그녀에게 보내지만..
앨리 엄마의 방해로 한 통의 답장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그는 다 잊고 새 출발을 다짐합니다. 친구 '핀'과 함께 애틀랜타에 가서 막노동을 하기도 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그러던 중 절친인 핀을 잃는 슬픔을 겪기도 합니다.
그런 반면 앨리는..
그녀는 대학 시절 간호 조무사로 복무하던 중, 부상자였던 '론'(제임스 마스던)이라는 남자에게 급속도로 빠지게 됩니다.
그는 재력있는 집안 출신에 미남인데다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그녀에게 청혼을 합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노아는 아버지의 배려로 자신의 평생 꿈이었던 '윈저 저택'을 사게 되고 수리에 온 정성을 쏟습니다. 오로지 앨리 그녀와의 약속을 생각하며..
그렇게 7년의 세월이 흐르고..
생각지 못한 순간, 운명처럼 그녀를 다시 만납니다.
그녀를 뒤쫓아 가보지만 잔인하게도 그녀는 약혼남과 데이트 중이었습니다.
충격을 받은 그는 미친듯이 집을 완성해 나가고, 옆집 미망인과 밤을 보내보기도 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걸 주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어.
남은 게 없거든. 산산조각 났으니까"
그의 좌절감과 상실감은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약혼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며 한껏 들떠 있던 앨리는 우연히 신문에 난 노아의 기사를 보고 그를 찾아갑니다.
노아가 완성한 집에서 마침내 재회하게 된 두 사람.
앨리는 여전히 밝고 사랑스럽고,
그는 몹시 진지하고 심각합니다.
그녀는 그의 삶에 섬광처럼 돌아와서 그의 가슴 속에 강렬히 타올랐습니다.
그리고 잊지 못할 또하나의 장면.
노아는 엘리를 이끌고 오리떼 가득한 강가에 단둘이 배를 타고 노를 젓습니다.
"좋지?"
"장엄하다. 마치 꿈만 같아"
그렇게 둘은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하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둘은 흠뻑 젖습니다.
배에서 내린 그녀가 돌아서서 그에게 묻습니다.
"왜 편지 안했어? 7년이나 기다렸는데..이젠 늦었어"
매일같이 편지했다고 자신의 진심을 말하는 노아.
"그게 끝이 아니었어. 지금도 늦지 않아"
둘은 빗 속에서 격렬하게 키스를 나누고 노아가 지은 집으로 돌아와 지난 시절 못 다한 사랑을 더 격정적으로 나눕니다.
이 사실을 알아챈 앨리의 엄마가 또다시 찾아와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합니다.
그녀는 약혼자와 그의 사랑 앞에 혼란스러워하고 갈등합니다.
그녀의 선택은 누구에게든 상처 줄 수 밖에 없으니까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어.
나나 론, 네 부모님이 원하는 건 접어둬.
넌 뭘 원해?"
그녀 스스로 진정 원하는 선택을 하라는 그의 말에 앨리는 그 자리에서 선뜻 대답하지 못합니다.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그가 그간 보냈던 365장의 편지 중 하나를 읽게 됩니다.
'사랑하는 앨리에게
우리 사랑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왔어.
진실한 사랑을 했으니 씁쓸한 건 없어.
미래에 먼 발치에서 서로의 새 인생을 보면
기쁨으로 미소 짓겠지.
그 여름 나무 아래서 같이 보냈던 시간과
사랑하며 성숙했던 시간을 추억하면서...
최고의 사랑은 영혼을 일깨우고
더 많이 소망하게 하고
가슴엔 열정을 마음엔 평화를 주지.
난 네게서 그걸 얻었고
너에게 영원히 주고 싶었어.
사랑해, 언젠가 다시 만나.
노아가'
눈물로 뒤범벅이 된 그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던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앨리의 선택을 기억해냅니다.
"..이제 기억나요..우리였어요. 바로 우리"
치매로 인해 그간의 기억을 모두 잃고 있었던 그녀의 기억이 잠시 돌아온 그 순간 할아버지는 기뻐하며 그녀와 함께 사랑의 대화를 나눕니다.
"당신을 사랑해.."
그리고..
거짓말처럼 다시 기억을 잃어버리는 그녀.
"누구세요?
가까이 오지마!"
뒷걸음치며 싫다고 몸부림치는 그녀의 모습이 할아버지가 된 노아를, 그리고 저를 안타까움에 눈물짓게 했습니다.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려는 자식들에게
"여기가 내 집이야, 너희 엄마가 내 집이고.."
라고 했던 그는 노트의 마지막,
'사랑하는 노아에게
내가 돌아오도록 이걸 읽어줘요'
라고 썼던 그녀의 바람대로 한 순간도 그녀를 놓지 않고 병원에서 그녀와 함께 했던 것입니다.
기억을 잃은 그녀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며 그녀 곁을 지켰던 것이구요.
"우리의 사랑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물음에
"우리 사랑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확신하며 대답하는 그.
그렇게 두 사람은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며 두 손 꼭 잡고 함께 합니다.
영화의 첫장면에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했으니 그거면 더할 나위 없이 족하다는..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제게 그 지극한 사랑을 다시 일깨워준,
그걸로도 충분했던 영화 <노트북>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