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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an 24. 2017

反轉과 反戰, 그 以上을 포용하는 영화 <그을린 사랑>

ㅡ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하므로..


반전(反轉)과 반전(反戰), 그보다 더 큰 포용력을 지닌 영화 <그을린 사랑>(2010)


엄청난 영화를 만났다.


영화의 첫장면
너였구나..


여기가 어딜까?

군화발 사이로 맨발의 아이들이 보인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한 아이의 발 뒤꿈치, 세로로 새겨진 점 3개가 눈에 들어온다.

삭발을 당하는 아이의 모습이 점점 클로즈업 된다.

화면을 노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무섭다..

이와 함께 흘러나오는 노래도, 가사도 왠지 음산하다.


"You forget so easily

We ride tonight

Ghost horses.."


(넌 너무 쉽게 잊어.

우리는 오늘밤 유령의 말들을 탈거야)



* 영화는 갑작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영화가 끝나고 다시 돌려보니 첫장면이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사건의 발단

'유언은 두 자녀, 시몬과 잔느 마르완에게 개봉할 것'


'나왈 마르완'(루브나 아자발)은 공증인인

'쟝 레벨'(레미 지라르드)을 통해 쌍둥이 남매 '시몬'(막심 고데트)과 '잔느'(멜리사 디소르미르 폴린)에게 유언을 남긴다.


'잔느'에게는 아버지를, 아들 '시몬'에게는 을 찾 '그에게 내 편지를 전하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침묵이 깨지고 약속이 지켜졌을 때 묘비를 세우고

내 이름을 새기거라'


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쌍둥이 남매는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던 아버지 그리고, 있는 줄도 몰랐던 형제의 존재를 찾아나선다.


여정의 시작


'아버지가 살아계신다, 오빠가 있다' 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는 잔느에게, 그녀를 조교로 두고 있는 수학과 교수가 일러준다.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면 질문을 해서 알아야내야지.

안그러면 마음이 치 않을거야.

마음의 평화는 순수 수학과 아무 상관없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아야지.

절대 모르는 변수에서 시작할 수 없어. "


어머니가 다레쉬 대학에 다녔음을 얘기하는 그녀에게 교수는, 그 학교 교수로 있다는 자신의 친구를 만나보라고 한다.


잔느는 어머니의 흔적을 찾기 위해 캐나다에서 중동 지역 '다레쉬'로 향하고, 엄마의 고향 마을에 도착한다.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잔느'

'마르하바'(환영합니다)

'슈크람'(감사합니다)


캐나다에서 온 잔느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나 어머니의 고향 마을 사람들 앞에서 몇 마디 아랍어로 인사한다.

통역해주는 소녀의 도움으로 어머니에 대해서 물어보지만, 마을 여자들은 불같이 화를 낸다.


"그녀(나왈)의 가문은 수치였어!"


여정에서 밝혀지는 진실들


잔느는 엄마의 사진 속 장소인 '크파리얏'이라는 남부에 있는 감옥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끔찍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잔느는 시몬에게 이 소식을 전한다. 어머니의 유언에 냉소적이었던 그에게, 그들 어머니의 공증인이자 변호사인 쟝 레벨이 말한다.


"절대 죽음으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

여전히 자취들이 남아있지.

형을 찾고 싶다면 어머니 과거로 들어가야 될거야"


잔느가 있는 곳으로 온 시몬. 그들은 함께 자신들의 어머니를 알고 있다는 또한명의 여자, 간호사를 만난다.

그녀에게 듣게 되는 충격적 진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찾아다니는 한 남자..


끝까지 알지 말았어야 할 진실이었을까.




* 다음 내용은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녀(나왈)의 이야기


나왈이 젊은 시절 사랑했던 남자 '와합'.


"내 여동생에게서 떨어져! 난민 자식놈 주제에.

넌 우리 가문의 명예에 먹칠했어."


이슬람교에 팔레스타인 난민이라는 이유로 '와합'은 나왈의 오빠 손에 죽임을 당한다.


나왈도 죽임을 당할 뻔하지만 그녀의 할머니의 도움으로 와합의 아이를 낳게 된다. 

할머니는 아이의 발 뒤꿈치에 점 세 의 표식을 하고 아이를 그녀와 떼어놓는다.

그녀는 절규하며 스스로 약속한다.


"언젠가 널 꼭 찾을게, 아들아"


이후, 대학교를 다니고 있던 나왈은

기독교 민병대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죽은 줄로 알고, 민병대 지도자 집안의 가정교사로 잠입해 암살을 수행한다.


그 일로 그녀는 15년간 크파리얏 감옥에 수감되고, 그녀는 그곳에서 '노래부르는 여자'로 불리게 된다.

그 누구에게도 절대 굴복하지 않았던 그녀를 사형집행인  '아부 타렉'이라는 자가 강간하고, 임신을 시킨다.

그녀는 어떻게든 아이를 지우려 하나 끝내 감옥에서 쌍둥이를 낳고 만다. 강에 버려졌어야 할 아이들은 그녀의 출산을 도운 간호사가 거두어 기른다.



밝혀진 진실 속 진정한 의미는..


영화 중간중간 인물들의 대사와 모습을 통해 제시되던 복선들이 어느 지점에 이르러  하나로 합쳐진다.


비운의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몬'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잖아. 하나일 수 없잖아.

근데 하나 더하기 하나가 하나라면?"


시몬이 말한 '1 + 1 = 2 가 아니라 1'이라는 명제의 의미도 밝혀진다.


나는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오이디푸스 신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반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알고 봐도 끔찍한 건 여전히 끔찍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반전(反轉)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반전(反戰)영화라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의 제목 '그을린 사랑'이 원제 'Incendies'

(프랑스어로 '화재, 전란, 분노, 감정의 폭발' 등을 의미)보다 더 와닿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엔 반전에 집중했다.

그러다 전쟁으로 인한 비극적인 장면들에 몸서리를 쳤다.

난민 대학살이 벌어지고, 이슬람과 기독교 두 종교의 대립으로 마을은 폭격 당하고  사람들은 죽임을 당한다.

그들의 눈에는 아이도 없다. 단지 다른 종교와 이념만 있을 뿐.

인정사정없이 총을 갈긴다.

(영화 속 지명은 가상이지만, 이 영화는 실제 레바논 내전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보복이 보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분노의 끈을 끊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감독은 느왈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나왈, 그녀가 본 것은..('나왈'과 그녀의 딸 '잔느')


잔느와 시몬에게 보내는 그녀의 편지에서,


"이야기의 시작이 어디일까.

너희들이 태어났을 때? 그럼 공포로 시작되겠지.

너희 아버지가 태어났을 때? 그럼 대단한 러브스토리가 시작될거야.

나라면..너희 이야기는 이 약속으로 시작되는 거라 생각해.

분노의 끈을 끊겠다는 약속으로."


그리고 아이들(잔느와 시몬)의 아빠이자 형제이며, 그녀(느왈)의 남편이자 아들이기도 한

'아부 타렉'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넌 진실 앞에 침묵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항상 널 사랑할거야.

그건 네가 태어날 때 네게 했던 약속이야.

내 평생동안 널 찾아 헤맸는데 드디어 널 찾았구나.

넌 날 알아볼 수 없지만, 네겐 오른쪽 발뒤꿈치에 문신이 있단다. 내가 그걸 봤어. 난 널 알아봤지.

넌 사랑으로 태어났단다.."


그녀는 자신이 알게 된 끔찍한 진실을 침묵으로 감추지 않았다.

전쟁과 역사에 뒤엉킨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가 지켜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모성(母性)으로 감싸안고 용서하고 포용하고.. 그녀처럼 그럴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기에 이 세상은 서로 반목하고 분노하고 대립하고 크고 작은 비극적이고 끔찍한 '전쟁'이 끊이지 않는 건 아닐까.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말했듯, 이 영화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닌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가족은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부터 우리 모두를 포용하는 의미의 가족이리라.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함께 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건 없단다"


마지막 느왈이 남긴 대사를 곱씹어본다.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 캐나다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지니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드니 빌뇌브 감독, 그의 첫 SF 영화 <컨택트>가 개봉을 앞두고 있네요.

(2017년 2월 2일 개봉)

<그을린 사랑>을 보고 나니 더욱 기다려집니다.



- 영화 <그을린 사랑>의 오프닝 곡은 라디오 헤드의 'You and Whose Army?' 입니다.


<그을린 사랑> 오프닝 곡 영상

https://youtu.be/pLNON274MD8



* 의미있는 영화를 추천해주신 도시락 작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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