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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an 28. 2017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기까지 <500일의 썸머>

ㅡ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1일'

<500일의 썸머>(2009)


이 영화도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다시 보기 한, 노아와 앨리의 사랑에 가슴 찡했던 <노트북>(2004)에 이어 <500일의 썸머>(2009)를 보고 톰과 썸머의 연애에

지난 시절을 또한번 돌이켜보게 되었네요.


두 영화 다 각기 다른 매력과 포인트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여자보다는 남자의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둘 다 작년에 재개봉하고 흥행작품들이었구요.(지금까지 재개봉했던 작품들의 1~3순위가  '이터널 선샤인', '노트북', '500일의 썸머'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노트북>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라면 <500일의 썸머>는 누구나 한번쯤 시행착오를 겪었을 법한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라고 할까요.


<노트북>은 시작에서부터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했으니 그거면  성공한 인생이고 더할 나위 없이 족하다'


 애틋하고 뭉클한 러브스토리를 예고하지만, 


<500일의 썸머>는


'이것은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이지 러브스토리는  아니다'


라고 딱 잘라 말하며 시작하거든요.


<노트북>에서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재회하고 일생을 함께 한 운명이었다면,

<500일의 썸머>에서 그들은 재회하더라도 우리 인연은 거기까지..였다고 해야할 것 같아요.


그래도 공통점은 네 명의 주인공들(라이언 고슬링, 레이첼 맥아담스,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모두  사랑스러웠다는 점이에요.


<노트북>의 노아는 애절하고 애틋하고 노년까지 로맨틱한 남자의 모습이었다면,

<500일의 썸머>''(조셉 고든 레빗)은 서툰 연애의 모습과 귀여움을 보여줬거든요.

세상을 다 가진 듯 흥에 겨운 그의 모습;D  (배경 음악 : Hall And Oates의 'You Make My Dreams Come True')


남자를 첫눈에 반하게 만드는 여주인공들은, 둘 다 자유롭고 적극적인 모습이었지만 처한 환경이 달랐기에 사랑에 대한 관점도 차이가 있었어요. <노트북>의 앨리는 부유한 환경에 부족함 없이 자랐기에 거리낌없이 솔직했다면,

<500일의 썸머>에서 '썸머'(주이 디샤넬)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상처로 이성과의 진지한 관계를 조심스러워했어요.


"사실 누군가의 뭔가가 되는게 불편해요.

전 제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어요.

혼란스러운 인간관계로 인해 마음을 다치기도 쉬우니까요."

..대부분의 결혼이 이혼으로 끝나요. 우리 부모님처럼요"


그래서 그녀는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톰과 달리 사랑같은 건 믿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었어요.(후에 상황이 바뀌기도 하지만요)


두 영화에서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노트북>에서 노아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존중하고 그녀의 입장에서 배려할 줄 아는 남자였어요.

<노트북>의 한 장면 ('앨리'와 '노아')

자신은 전생에 새였을 거라고 자신을 새라고 불러달라는 그녀에게,

"네가 새면 나도 새야"

라고 흐뭇하게 호응해 주기도 하고,

<노트북>의 한 장면 ('앨리')

그가 직접 지은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던 그녀를 위해 호수가 보이는 발코니에 이젤을 마련해 주기도 했지요.


반면, <500일의 썸머>에서는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그에게 말 걸었을 때도 그가 듣는 음악에 호감을 표현한 것도 그녀였고,

"저도 Smiths 좋아해요^-^"


톰이 현재는 감사 카드 문구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의 전공인 건축학에 관심을 보이며 기꺼이 팔을 민 것도 그녀였죠.

"내 팔에 그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직접 얘기해도 농담으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이해를 못하기도 했어요.

가령, 그녀가 비틀즈 멤버 중 '링고스타'가 제일 좋다고 했을 때, 영화 <졸업>을 보고 난 후의 반응

(그녀는 울고 있으나 영화의 결말을 그녀와 다르게 받아들이는 그는 이해 불가의 표정을 짓죠, 안타깝게도.. ),

그리고 그녀가 초대한 파티에서 그가 그녀에게 준 선물 역시 '그녀가 좋아하는' 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었죠.


"우린 그냥 친구잖아"


라고 했던 그녀에게 그가,


"나한테 강요하지마, 이건 친구를 대하는 방식이 아니야. 복사실에서 키스하고 이케아에서 손잡고 데이트하고 샤워실에서 한 섹스가 친구라고?

우린 커플이라고, 젠장"


이라고 말했을 시점엔 그의 분노가 이해되기도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리고 다시 돌이켜 봤을 때는 자신의 기준에서 관계 정립에 신경쓰느라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미안해' 라는 말도 그녀가 먼저 하러 그를 찾아갔었지요)


그의 기대와 다른 현실은 어쩌면 예견된 것이 아니었을까요.


결국 그녀는,

"식당에 앉아서 '도리언 그레이'를 읽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내게 다가와서 책에 대해 물어봤어. 그리고 그 사람이 내 남편이 됐어. 지금은 운명을 믿어, 톰. 네 말이 옳았어. 내가 틀렸던 거고"


그렇게 그의 곁을 떠납니다.


'톰의 시선에서 보면 썸머가 나쁜 X이고, 썸머의 시선에서 보면 톰이 나쁜 X'이 될 수도 있다지만, 썸머이기도 톰이기도 했던 지난 시절이 떠올라

둘 다 나름대로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랑을 막 시작하고 단단한 벽이 허물어지면 톰의 말처럼,


"그녀 덕분에 어떤 일이든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뭐랄까? 인생이 가치있는 거라는 생각 말이야"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긍정의 언어와 환희로 가득차지만, 


헤어지고 나면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온갖 부정의 말들을 내뱉고, 폐인 모드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되기도 하니까요.


톰의 여동생으로 나오는 '레이첼'(클로이 모레츠)의 말을 인용해볼게요. 나이는 어리지만


 "오빠보다는 많이 알아"


라고 똑부러지게 말하는 그녀는 썸머와 헤어지고 괴로워하는 톰에게 성숙한 충고를 해줍니다.

"오빠가 썸머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는 건 알겠는데 난 아니라고 봐. 지금은 그냥 좋은 점만 기억하고 있는거야.

다음 번에 다시 생각해보면 오빠도 알게 될거야."


그녀와 만나고 헤어진지 (500일)째 되는,

1년 중 대부분의 날들처럼 평범한 일상 속에,


다시..시작된 (1)일.

그렇게 '썸머(Summer)'가 가고 '어텀(Autumn)'이 다가오네요.


행운을 빌어요, 톰;)





처음 작가의 말부터 재치있게 시작했던(허구라지만 실제인 듯 암시하는^^)

영화 <500일의 썸머>,


중간중간 삽화와 노래도 무척 좋았어요.

(마크 웹 감독은 영화 감독이기 이전에 주목받는 뮤직비디오 감독이었다는군요. 어쩐지..!)  


엘리베이터에서 톰이 듣던  Smiths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주이 디샤넬이 직접 불러 더 달콤했던  

'Sugar Town',

"Su-Su-Su-Su-Su-Su ~ Sugar Town"


엔딩 크레딧을 장식한  Mumm-ra 의 'She's Got You High' 영화 한 편에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가득했어요.


그리고 순차적이지 않고 왔다갔다 하는(예를 들어 488일에서 1일로, 그리고 다시 290일, 3일..이런 식으로) 역순행적 구성이, 연애를 하면서 좋았다 나빴다 맑았다 흐렸다 하는 감정의 기복을 더 잘 보여 것 같아요.


왠지 두고두고 봐도 안질릴 영화 중 하나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 영화 <500일의 썸머>였습니다.


웃으며 함께였던 '톰'과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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