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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Feb 06. 2017

끝까지 지켜주고 싶은 영화 <오빠 생각>

ㅡ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 곳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오빠 생각>(2016. 1. 21개봉)


제 때에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게 아쉬움이 아니라 미안함으로 남는 영화 <오빠 생각>.


영화는 1951년 8월, 치열하고 참혹한 전쟁 현장으로 시작해 한 마을에로 전환된다.


'인민군 만나면 인민군가 부르고 국군 만나면 국군가 부르고',

'빨갱이 새끼'로 몰리면 한 동네 이웃이어도

'살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말 그대로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영화의 시작은 암울했으나 끝은 뭉클하다.

아이들의 모습에 웃다 울다 한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소외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었던 이한 감독님은 <오빠 생각>에서도 그 시선을 잃지 않고 아이들노래희망을 담는다.


첫장면부터 존재감 빛나는 배우 임시완부터 진짜 남매처럼 살뜰했던 아역 배우(정준원, 이레)까지 주ᆞ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다.


배우 임시완은 이미 <변호인>과 <미생>에서 연기력을 입증받았듯이 이 영화에서도 진실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지휘하는 모습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배우 임시완(한상렬 소위 역)


전쟁 고아가 된 남매 역할을 맡은 두 아역배우 정준원, 이레는 실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ㅜㅜ

아역 배우 정준원(동구 역)과 이레(순이 역)


그리고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였던 배우 이희준은 얼마 전 종영한 <푸른바다의 전설> 에서도 악역인 듯 악역 아닌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는데 이 영화에서 그 면모가 더 실감나게 드러난다.

배우 이희준(갈고리 역)


 '나의 살던 고향은', '즐거운 나의 집, '친구와 함께', '나물 캐는 처녀' , '오빠 생각'등의 애틋하고 그리운 노래들이 아이들의 청량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마음을 울린다.



"합창은 서로 다른 음을 불러서 화음을 내는거야.

서로 다른 음이 어울리면 지금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노래가 되는거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나라. 언제쯤 멋진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전쟁이 사라지길 기원하며..'


영화의 마지막 자막은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 다음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전쟁으로 가족도, 동료도 잃은

한상렬 소위(임시완).

그에게 울며 애원하는 남매 동구(아역 배우 정준원)와 순이(아역 배우 이레).

'빨갱이'로 몰려 마을 사람들에게 몰매 맞아 죽어가도 선뜻 나서서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처음 대면하게 된다.


1952년, 그(임시완)는 조 상사(이준혁)의 도움으로 부산으로 내려와 부대 안에 있는 고아원의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할 사람으로 배치된다.


그는 고아원 교사 박주미(고아성)와 첫인사를 나누지만 그녀의 밝은 웃음에 정색을 한다.


"선생님은 뭐가 그렇게 즐겁습니까?

지금 온나라가 무덤입니다"


훈훈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는 웃지 않는다. 아니 웃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무참히 죽어가는 전쟁통에 어떻게 웃음이 나오겠는가.


"저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시종일관 진지하고 심각했던 그는 '아이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합창단'을 만들면서 비로소 웃음을 찾게 된다. (이 영화는 한국 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고아원 안의 아이들은 밝다. 살갑게 그에게 안아달라 말하고 귀여운 장난도 친다. 이것이 노래와 음악의 힘이리라.


"아이들이 참 예뻐요, 그래서 미안합니다."


어른들이 벌인 일로 부모를 잃고 길거리에 내몰리고 눈깔사탕 바꿔먹겠다고 불발탄에 망치질하는 아이들.

한 소위(임시완)는 이런 아이들이 안타깝고 미안하다.


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 중 고아원이 아닌 갈고리(이희준)의 손에 맡겨진 아이들의 삶은 더욱 안쓰럽다.

"이 손은 나라하고 바꾼 손이다"


전투 중에 한 쪽 팔을 잃었지만  '병신' 취급 당하는 건 못 참는다. 그래도 그 역시 '살기 위해' 돈 되는 일이라면 부정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한 소위(임시완)는 순진한 아이들을 이용해 군물자를 빼돌리는 그(이희준)에게 달려가 한 판 몸싸움을 벌인다.


"애들이 당신 물건입니까, 주고 받고 하게?"


그들은 그렇게 한바탕 몸싸움 벌이고, 죽을 뻔했던 갈고리(이희준)를 한 소위가 살려주면서 그(이희준)의 행동에도 의로운 변화가 생긴다.


한 소위(임시완)는 같은 동네 친구였으면서 서로의 아버지 때문에 가족이 죽임 당한 일로 원수처럼 지내는 동구(정준원)와 춘식(탕준상)을 노래로써 화해시키기도 한다.


"그건 어른들이 한 일이고, 너희들 잘못이 아니잖아."


서로 다른 노래를 동시에 부르게 하는 한 소위.

서로를 노려보고 치고받고 싸웠던 두 아이의 목소리는 자신들도 모르게 화음이 되어 교실 가득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하나 되어 노래 부르는 동구와 춘식


"싸우더라도 멋진 화음으로 아름다운 노래로 만들어 내는 의미있는 싸움을 하길 바란다."


여전히 밖에서는 총탄이 날아다니지만 아이들은

한 공간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를 통해 교감하고 화해하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전시 상황에서 부대마다 위문 공연을 다니라는 상부 지시는 아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기에 그는 합창단을 해체하려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원치 않는다.


"전쟁에서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버려지는 거예요"


고아원 합창단 아이들과 두 명의 선생님


생존의 절박함보다 엄마 아빠의 따뜻한 품이 더 그리웠을 아이들. 아이들은 그런 따스함을 느낀 합창단을, 그리고 자신들을 껴안아준 선생님을 잃고 싶지 않다.



한 소위의 지휘와 박주미 교사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이대로 행복하게 놔두지 않는 게 가혹한 현실이다.

여동생 순이를 그 누구보다 살뜰하고 의젓하게 챙겼던 동구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남매는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된다.

순이 노래를 듣고 싶다는 오빠 동구.

자신이 인민군가 불러서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한 순이는,


"내가 또 노래 불러서 오빠야도 죽으면 안되잖아"


그래서 순이는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한 번도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그런 순이가 오빠를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들은 밤하늘의 별이 됩니다."



'오빠,

듣고 있는 거지..?'



영화 OST 中 두 남매가 부르는 노래
'고향생각'& '오빠 생각'

https://youtu.be/fayuusjtUhk

너무 구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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