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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Feb 19. 2017

'관심'의 힘을 보여준 영화 <재심>

ㅡ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을 밝히다


일반적으로 따끈따끈한 신작은 보기 전에 그 어떤 정보도 듣지 않고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지만,

<재심>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실제 사건을 어느 정도는 알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모르고 봤더라도 보고 나면 관심 갖고 더 찾아봐야 하고.


2000년 8월 10일 새벽,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수차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다방 아르바이트생이었던 15살 최군은 목격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살인 누명을 쓴 채 10년을 감옥에 갇혀 있었다.


2003년, 군산경찰서에서 진짜 범인이었던 김모 씨와 그의 친구가 범행 사실을 자백한 적이 있었으나, 이 사건을 맡은 군산 경찰은 좌천되고 진실을 은폐한 검찰로 인해 진범은 어이없게 풀려난다.  


미심쩍은 정황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음에도 갖은 구타거짓 자백을 강요한 형사들의 쓰레기같은 시나리오에(최군을 수사했던 형사들은 심지어 표창장까지 받았었다고 한다) 한 소년은 빛나는 청춘을,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다.


잃어버린 10년..


그의 억울한 사연은 여러 차례 방송된 적이 있다.


2010년 sbs 뉴스추적, 2013년 sbs 현장21

 이 사건을 다루었던 이대욱 기자님의 제안으로 김태윤 감독님 <재심>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2013)도 김태윤 감독 작품이다.


'관심'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되고 분노했다.


"법이라는 것이 뭐여"

이 영화에서 살인 누명을 쓴 청년 역을 맡은 강하늘 <재심>을 선택하기 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 를 통해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방송을 보며 울분을 토했던 시청자 중 하나였다고 한다.


"내가 얘기해줄게. 너 살인범 아니라고."

한마디로 '개판'이었던 사건은 준영 변호사의 도움으로 재심이 청구 되고, 16년 만인 2016년 11월 마침내 무죄가 입증되었다.

(영화는 그 전인 10월에 완성되었다. 무죄에 대한 확신이 있었겠지만, 무죄 판결이 안 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더욱 공분했을 것이고, 결코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 뿐만 아니라 2007년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 1999년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 등의 재심을 맡아 무죄 판결을 받은 재심 전문 변호사이다.


영화 <재심>에서 변호사 역할을 맡은 정우, 억울한 누명을 쓴 현우 역의 강하늘, 두 사람의 관계 변화가 진심으로 느껴진다. (보는 이들의 마음도 변화하건만, 정작 바뀌어야 할 인간들은..)



아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역의 김해숙 등 영화 속 배우들의 진정성있는 연기가 절절하게 와닿는다.


이것이 영화의 힘이고 진실의 힘이리라.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이 사건의 용의자 김씨가 구속되고 수사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이 진실이 왜곡되고 은폐된 사건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들에게는 한 사람의 인생 따윈 안중에도 없다.

약하고 힘없는 자를 비웃으며 너무나도 쉽게 짓밟아버린다.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추악한 현실 속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도움을 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억울한 이의 사연을 외면하지 않은 분들이 계신다는 게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너무 많이 돌아왔지만 그간 고통의 세월을 견뎌내주신 그 분께,

부디 앞으로의 삶은 한 아내의 남편으로,

두 아이의 아버지로 평범하게 살아가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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