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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Feb 14. 2017

그녀의 변치않는 선택 <지금, 만나러 갑니다>

ㅡ <컨택트>에 이은 소중한 삶의 메시지


얼마 전, 드니 빌뇌브 감독님의 영화 <컨택트>(원제 : ARRIVAL)를 봤습니다. (봉준호 감독님에게도 시나리오 제안이 갔었다고 하지요)지난 번에 본 <그을린 사랑>의  충격적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편의 새로운 영화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처음에 제목이 동일해서 헷갈렸던 조디 포스터 주연의 <콘택트>(1997)부터 스티븐 스필버그 감<미지와의 조우>(1982),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 등등 이 영화와 관련된 SF 영화들이 있지만,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를 언급한 기사를 얼핏 본 것 같아 호기심에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웬 일본 멜로 영화인가..두 영화를 끝까지 보기 전엔 좀 뜬금없다 생각했었는데 다 보고 나니 알겠더라구요.

 '이게 대체 왜..?' 하다가 결말에 이르러 비로소 '아..!' 하는 탄식이 나옵니다.



지금은 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대해 먼저 얘기해볼까 해요.

(<컨택트> 리뷰는 아무래도 원작인 테드 창《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유우지'와 아빠 '타쿠미'


"애 아빠가 저 모양이라 걱정이야. 둘이 잘 살까?"


"아이 때문에 병들어 죽은 거죠. 유우지 낳기 전엔 건강했는데"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를 두고 사람들이 두 사람을 향해 수군댑니다.


"인형을 거꾸로 매달면 비가 온대요."


비의 계절엔 엄마가 돌아올거라고 믿고 있는 귀여운 아이 '유우지', 못난이 계란후라이를 부쳐내고 아이를 잘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해하는 아빠 '타쿠미'.


서툴고 어설픈 그에게서 저의 모습이,


"괜찮아, 난 뭐든 잘 먹어."


라고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형편없는 음식 솜씨에도


"난 엄마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어."


라고 외쳐주는 저의 아들 모습이 보입니다.


"단 한번만이라도 날 만나 행복했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타쿠미)는 자신의 아내 '미오'가 살아있을 때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던 걸 마음에 걸려하며 아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그녀가 비의 계절에 돌아와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내리고, 숲으로 산책을 나간 타쿠미와 유우지 앞에 거짓말처럼 그녀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기억도 하지 못해요.


"정말 기억 안나..?당신은 내 아내이자 유우지의 엄마였어"


자신을 기억 못하는 엄마의 모습에 아이는 서글픈 듯 고개를 떨굽니다.


"오늘부터 천천히 알게하면 돼. 우리를 좋아하게 만들자."


아빠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아빠도 아들도 엄마를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니까요.


"예쁜 달걀 후라이 오랜만이야"


아이는 1년 만에 다시 만난 엄마가 해준 계란 후라이에 마냥 신나합니다.


세 가족은 다시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되찾아가게 되고, 어느 날 아내 미오가 묻습니다.


"우리 둘은 어떻게 만났어요? "


언제  어떻게 알게 됐고, 어떤식으로 사랑에 빠졌고, 어떻게 결혼하게 됐는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명랑하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었던 그녀를 짝사랑했다던 타쿠미. 그는 육상에만 전념하고 인간관계도 서툴어 그녀가 그런 자신을 좋아했을리 없다고 생각하며 그 시절을 회상합니다.

(정말 그 혼자만의 짝사랑이었을까요?)


별다른 진전 없이 졸업하고 서로 다른 대학에 다니면서 끝일 줄 알았던 그들은 2년 반만에 다시 만나게 되고 따스한 손의 체온을 나누며 가까워집니다.


지난 시절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그의 곁에 다시 돌아온 그녀와도 애틋하게 서로에 대한 애정을 쌓아갑니다.


'비의 계절이 끝났어. 이제 돌아가야 해'


그녀가 생전에 아이에게 만들어준 그림책 내용처럼 그녀는 6주 뒤 장마가 끝나면 떠나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것조차 알지 못하던 때의 그녀는


"이대로 기억이 안 돌아와도 괜찮아요. 셋이 이렇게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행복해하며 말합니다.


그는 대학 시절 그녀와 헤어지려 했던 이야기를 이어서 들려줍니다. 무리한 육상으로 몸에 문제가 생겨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고 남들과 같은 일상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좌절감을 느끼고 이별을 고합니다.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애써 그녀를 잊으려하던 그에게,


'지금, 만나러 갑니다..'


"너 만나러 가도 되니?"


그녀가 먼저 연락을 해왔습니다.


"난 안돼, 네게 어울리지 않아"


소심하게 말하는 그에게


"그런 게 어딨어, 바보.."


그녀는 가득 피어있는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으며 그를 꼭 안습니다.


"괜찮아, 우린 뭐든 잘 할 수 있어"


그녀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한 그 말에 그는 다시 용기낼 수 있었고 그녀와 결혼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미오는 그녀가 생전에 썼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면서부터,

남편과 아이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 변화가 생깁니다.


아이에게 스스로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보게 하고, 빨래 너는 방법도 알려주고, 아빠 구두 닦는 법도 알려줍니다.


그녀가 만든 그림책의 내용도 알게 되었지요..


자신이 곧 떠나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 다시 남겨질 남편과 아이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지만 두사람을 위해 의미있는 마지막을 준비합니다.



어느새 하늘은 파랗게 개고, 파아란 하늘을 보고 엄마에게 달려와 와락 안기는 유우지. 그리고 더 이상 비는 오지 않을 거란 일기예보에 직장에서 근무중이던 타쿠미 역시 숲을 향해 달립니다.

뛸 수 없는 몸임에도 그는 그녀를 향해 애타게 달려니다.


그녀와 기적처럼 재회했던 숲의 한 공간에서 마주하게 된 두 사람.


"미안해,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단 한번도 그러질 못했어, 미안해.."


"아니, 난 행복했어요, 항상.. 당신을 좋아한 날부터 평생동안. 당신 곁에 있는 것이 내겐 행복이었어요.

삶이 허락한다면 당신 곁에 영원히 있고 싶었어요.

유우지를 잘 부탁해요. 내 몫까 사랑해줘요."


아이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네잎 클로버를 찾으러 간 사이 그녀는 마지막 빗방울과 함께 그의 곁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제 그의 손에 그녀의 일기장이 들려 있습니다. 그는 전혀 생각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진짜 그녀의 이야기들.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을..

(<컨택트>를 봤음에도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던 반전이었습니다)


허구 속에 개연성이란 이런 것이겠지요.

영화의 첫장면부터 흩어져있던 조각들이 이제서야 짜맞춰집니다.


행복하게 지내야겠구나. 함께 있는 시간만이라도..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녀는 다른 운명의 삶을 살게 됐을까요.


짧은 삶이라도 사랑하는 두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할 것이고,

'내 마음이 그걸 원하'므로 그때로 돌아갔더라도 그와 결혼하고 '유우지를 이 세계로 맞아들이는'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그녀에게서 영화 <컨택트>의 그녀, 루이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여정의 매 순간을 수용한다'


고 했던 <컨택트>의 마지막 대사는 여러가지로 제게 의미있는 문장이었습니다.


<컨택트>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SF에 접목하여 웅장한 스케일로 심오하게 전달했다면, 이 영화는 착함 가득 감성 가득 지고지순한 사랑을 중심으로 순수하게 보여준 것 같아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이 있더라구요. 엄마 미오 역으로 너무나도 잘 맞을 것 같은 배우 손예진이 출연하기로 했구요.


올해 '비의 계절'엔 저도 이 영화를 떠올릴 수 있게 됐네요.

해바라기꽃 가득한 풍경과 함께.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ㅡ 정현종, '방문객' 中



<지금, 만나러 갑니다> OST 中,
                                  ORANGE RANGE의 '花'

http://naver.me/xE7lh1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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