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었군요.
우연히라도 마주칠까 싶었는데
이렇게 마주칠 날이 오긴 오는군요.
지척에 있었는데 소식 한번 듣지 못했네요.
당신과의 연을 끊고자 모질게 마음 먹었었는데
다시 만나 형용할 수 없는 회한의 감정에 휩싸여
온종일 당신 생각으로 넋이 그만 나가버렸습니다.
그동안 당신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요.
혹시나 거동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영영 보지 못하는 세상으로 떠난 건 아닌지
지독히도 함부로 생각했던 게 죄스럽고
차마 용기가 없어 당신 앞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말자 싶었던 마음은
어느새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울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우리의 인연
놓아버리고 싶었던 당신과의 연결고리
이다지도 질긴 운명의 끈을 어찌 해야 할지요.
그 언젠가 또 어디선가
우리 다시
마주할 날이 올까요.
그 날이 다시 온다면
그땐 웃으며 안녕,
오래 전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