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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May 21. 2017

함께 완성해 나가야 할 나와 너, 우리의 이야기

ㅡ <시카고 타자기>~12회까지 보고 난 후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中 한 장면             (1930년대 전생 속 세 사람의 추억 사진)

1회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챙겨보고 있는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어느새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를 향해 달리고 있다.

금,토요일만 되면 드라마 방영 시간에 맞춰 서둘러 집에 들어온다. 물론 본방을 놓치더라도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럿 있지만 본방만의 묘미가 있기에. 또한 시청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도 있다.

어느 날은 드라마 하나 보겠다고 빨리빨리 가자 를 외쳤다가 친구를 서운하게 만든 적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 회가 궁금해 미치겠는 걸.


12도 어김없이 깔깔 웃겼다가 결국엔 안타깝게 끝이 났다. 본방이 끝나고 시청률을 체크하고 신문 기사를 찾아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 해 본다.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특히 재밌다. '에이, 설마' 했던 추측이 신기하게 다음 회에 진짜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11회에서는 유령인 유진오의 모습을 백태민이 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밝혀졌다. 그가 상대방의 이름(단, 전생에서의 이름이어야 함)을 부르면 상대에게 그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가 그토록 애절하게 바라만 봤던 전설에게도 그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 처럼.


지난 번엔 정희재 작가님의 책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인용하여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었는데

12회에서는 '찰스 스펄전'의 시를 인용하여 전설을 향한 유진오의  애잔한 사랑을 전했다.


장미가 피고 가슴이 설렐 때
지금 당신의 미소를 주십시오.
불러야 할 노래가 있다면
지금 부르십시오.
당신의 해가 저물면
노래를 부르기엔 너무 늦습니다.
당신의 노래를
지금 부르십시오.

 ㅡ 찰스 스펄전


한 편, 첫 회부터 궁금증을 유발했던

'전생에 과연 전설이 총을 겨눈 사람은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은 어느새

'수현(전설의 전생)이 죽인 사람이 진짜 서휘영(한세주의 전생)이었을까'가 되고

전설의 흩어진 기억이 조금씩 짜맞춰지면서 마침내 의문점 하나가 해소되었다. 타자기 앞에 앉아있다 머리에 총을 맞아 피 흘리며 죽은 사람은 놀랍게도 유진오(전생에서는 '신율')던 것.


이로써 또 하나의 미스터리였던

'유진오는 왜 타자기에 봉인된 채 혼자만 현세에 환생하지 못했던 걸까'에 대한 의문에 본격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질문 또한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유진오, 그는 왜 전생에 서휘영의 타자기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걸까?부터 시작해서

총으로 그의 머리를 박살 낸 사람은 누구였을까?

유진오는 일본 경찰 앞잡이 노릇을 하는 친일파 밀정 허영민(백태민의 전생)과 어떻게 엮여 있는 걸까?

그가 서휘영 대신 죽음을 자처한 것일까?

그가 설마 서휘영을 배신하는 건 아니겠지? 등..

12회의 마지막 장면은 새로운 궁금증 유발에 성공적이었다. (일주일을 또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구나..ㅜ)


전설의 엄마(전생에서는 술집 '카르페디엠'의 마담)는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던 걸까. 그녀가 말하는 전설과 한세주의 악연이란 어떤 걸 말하는 걸까. 이루어질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슬픈 운명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한세주의 말대로 시대가 허락치 않았던 그들의 못다한 사랑을 오히려 현생에서 마음껏 누려야 할테다.


"너 때문에 내가 죽을 뻔한 게 아니라, 내가 죽을 뻔한 위기의 순간마다 네가 날 살려줬던 거야.

전생에 못 지켰으니까, 이번 생에 지키라고.

해방된 조국에서 만나 마음껏 연애하라고.

죄값이 아니야. 면죄야, 기회야.

그래서 내가 오늘 조국을 위해 뭔 짓 좀 해보려고."


그 '뭔 짓'엔 애절함과 애틋함, 그리고 달달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11회에서 유진오의 의미심장한 대사를 기억한다.


"잔재를 남긴 과거는 극복된 과거가 아닙니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부패되고, 단죄되지 않은 잘못은 반복됩니다. 남의 것을 빼앗고도 빼앗긴 자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논리를 저는 똑똑히 경험했습니다. 뼈에 사무치도록."


그들의 얽히고 설킨 지난 날의 미스터리를 푸는 것이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꼴이 되어버릴지라도 결국엔 맺힌 사연을 풀고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감으로써 비극적 운명이 반복되는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는 건 아닐는지.


그리고 백태민(전생의 허영민), 그는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봐서는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현생에서나 전생에서 이중적이고 악독한 인물이지만 앞으로의 현생에서 극적으로 한세주와 전설을 위기에서 구해주고 부디 '개과천선'하여 지난 날의 과오를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이제 4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시카고 타자기>.

드라마 속 인물과 사건들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고 의문 투성이의 미스터리지만 생각해보니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지난 과거는 달달했던 멜로 눈물나게 슬픈 드라마를 지나 낯부끄러운 코미디와 막장드라마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내 인생은 아직 다 풀리지 않은, 그래서 풀어나가야 할 미스터리물에 가까우니까.

또한 그들처럼 나도 서서히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제 나도 '밀당 아닌 전진,  유턴 말고 직진'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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