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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May 30. 2017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ㅡ 13회, 14회 명대사들 짚어보기

tvN금토드라마 <시카고타자기>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전생의 이야기가 점점 절정에 다다르면서 비장한 장면과 가슴이 먹먹해지는 대사들이 많다. 

14회는 현생에서 작가 한세주와 그의 연인이 된 전설은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유령 유진오는 소멸의 시간이 머지 않았음을 암시하며 끝이 났다.

이제 단 2회만이 남았다. 시청률이 낮다고 평가되기엔 아까운 드라마다. 어쩌다 본방을 놓치더라도 재방은 기필코 사수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작품인데 여러가지로 참 아쉽다. 드라마 속 대사를 보면 진수완 작가님의 의도와 생각을 알 수 있다.


갈지석(출판사 사장) : '시카고 타자기' 말이야, 네 연재소설. 이게 멜로인지 판타지인지 하드보일드인지 액션인지..선명하게 가자고. 타이밍 놓치면 나중에 약도 못 쳐요, 겉돌아서.
솔직히 말해서 이번 소설 너무 퓨어해. 루즈하다, 올드하다 이런  말 나오잖아.

한세주(작가) : 형, 이번 소설은 계속 내 뜻대로 써보고 싶어. 전엔 대중들이 원하는 게 늘 내가 쓰고 싶었던 것보다 우선 순위였어.

갈지석 : 당연하지 그들이 우리 돈줄인데.

한세주 : 전엔 뭘 써야는지 왜 써야는지 몰랐는데 이제 그걸 찾았어.

갈지석 : 그러니까 안 팔리는 글을 쓰겠다?

한세주 : 외면 받는다면 감수해야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된 한세주, 그의 말이 진수완 작가님의 의지를 대변해주는 건 아닐까 싶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쓰시겠다는 걸. 대중의 입맛에 맞추기보다 의미있는 이야기를 소신껏 쓰고 싶다는 걸.

보는 사람들은 아니까.

전생 이야기에 담긴 그 시대의 아픔도, 희생도.


OST의 노래 가사처럼 '가끔 먼지를 털어 읽어주'고 싶은 이야기이자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이번 리뷰에서는 한세주&전설&유진오, 이들 세 사람을 중심으로  13회, 14회에서 인상 깊은 대사들을 정리해본다.



한세주(유아인) - 현생에서 유명 작가. 자신의 신변을 위협하던 스토커가 자살한 이후 슬럼프에 빠지나, 타자기에 깃든 유령 '유진오'를 만나고 전생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며 함께 소설 '시카코 타자기'를 연재해나가기 시작한다.

전생인 1930년대 경성에서 그의 이름은 '서휘영'이며, 문인이자 독립 투사로 조청맹(조선청년총동맹)의 수장이다.



전설(임수정) - 현생에서 한세주 덕후, 한세주 작가의 1호팬. 초반에 한세주의 까칠한 성격에 안티팬으로 돌아설 뻔했으나 차차 서로 얽히게 된 인연의 연결고리와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둘은 전생에 못다한 사랑을 하고자 한다. 그녀 역시 유령 '유진오'의 도움으로 소설 '시카코 타자기' 집필에 합류, 세사람은 그들이 함께 했던 전생의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리며 소설을 완성해나간다.

전생에서 그녀의 이름은 '류수현'이며, 술집 '카르페디엠' 여가수로 위장한 저격수이다. 서휘영과는 서로 사랑하나 더 큰 일을 이루기 위해 다음 생을 기약한다.


류수현 : 나 포기했어요. 조국을 상대로 투기를 할 순 없잖아. 대신 다음 생에 해방된 조선에서 다시 태어나면 그 때는 나 여자로 봐주는 거에요. 이번 생에 못 해준 거 다음 생에 다 해줘요.

서휘영 : 너도 약속해. 반드시 살아 돌아온다고.



유진오(고경표) - 80년 동안 타자기에 갇혀 있다가 현생에서 유령으로 등장. 전생에 함께 했던 이들과 달리 왜 혼자만 인간으로 환생하지 못한 건지 알기 위해 한세주, 전설과 함께 전생의 기억들을 되살리며 그들의 이야기인 소설 '시카고 타자기'를 완성하고자 한다.

전생에서의 이름은 '신율'이며, 그 역시 문인이자 서휘영, 류수현과 독립 투사로서 뜻을 같이 한다. 류수현을 사랑하지만 전생에서나 현생에서나 이룰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이다.


할 일이 생각나거든 지금 하십시오.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어제는 이미 당신의 것이 아니니 지금 하십시오.
친절한 말 한마디가 생각나거든 지금 말하십시오.
내일은 당신의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곁에 있지는 않습니다.
사랑의 말이 있다면 지금 하십시오.
미소를 짓고 싶다면 지금 웃어주십시오.
지금 하십시오.
당신의 친구가 떠나기 전에.

                                              ㅡ 찰스 스펄전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찰스 스펄전의 구절들이 '카르페디엠'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현생에서 유령으로서의 삶도 소멸을 앞두고 있는 유진오.

한세주의 집에 전설이 잠시 지내게 되고 야밤에 라면을 먹으며 모처럼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는 세 사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냐는  물음에 그는 대답한다.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 걱정없이 조국의 독립이니 해방이니 어깨에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깃털처럼 가벼운 이 시간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라면 한 그릇에도 마음껏 행복해할 수 있는 바로 지금."


그는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 누릴 수 있는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현생에서 한세주의 소설을 훔쳐 자기 것인 양 행세하고, 한세주에게 피해 의식과 열등감을 갖고 있는 표리부동의 인물인 '백태민 '작가(전생에서 그는 친일파 밀정 '허영민'이다)의 악행을 덮어주려는 한세주에게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지금의 일본을 향한 일침이기도 한.


"잘못을 저지른 댓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니까요.

놈이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기미가 보였다면 저도 이러진 않았을 겁니다.

단죄할 건 단죄해야죠.

죄를 알고도 방관하는 것 역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대로 된 사과없이 지난 과오를 덮는다면 사람도 세상도 바뀌지 않습니다."



전생인 1930년대 경성에서의 거사 전 날, 신율은 조청맹 동지들 앞에서 수장 서휘영의 말을 대신 전한다.


그대들이 식민지 조선에서 느낀 고통과 울분은 이 나라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요, 그대들이 흘린 피와 눈물은 이 나라의 미래를 향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대들을 끝까지 행동하게 하는 힘은 이 나라 이 땅 조선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나의 부모 형제 나의 아이들 소중한 벗과 연인 그리고 동지들..그들이 앞으로 쭉 함께 살아갈 이 땅에 대한 사랑과 연민입니다. 분노와 투지는 빨리 불타오르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꺾이기 쉽고 이상과 열정은 숭고하나 퇴색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나의 소중한 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배곯지 않고 마음껏 웃고 뛰놀 수 있도록 핍박과 차별없는 세상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청맹 동지들이여 끝까지 가봅시다.
우리 함께 해방된 그 날을 맞이합시다!


일제 앞잡이들을 처단하는 거사를 목전에 두고, '카르페디엠'에서 그들은 마지막일지 모를 술잔을 기울이며 해방된 조선에서 뭘 하고 싶은 지 한 명씩 얘기한다. 그들의 꿈은 너무나도 소박하고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그리고 부인이 아이를 출산하는 일로 뒤늦게 달려 온 청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이가 생기니까 도저히 가만 있을수가 없더라구요.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독립이 되어야죠."


그렇다. 우리 세대 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살기 좋은 세상,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그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지닌 분들의 희생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것이리라.


거사 당일, 일제의 밀정 허영민이 조청맹을 잡으려는 목적으로 서휘영과 신율을 초대했지만 이를 눈치챘던 서휘영은 전날의 계획대로 류수현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시선을 끄는 틈을 타 친일 인사를 암살하기로 한다.


그리고 마침내 탕! 탕! 탕! 총성이 울려퍼지고,



복면을 쓴 수장 서휘영의 비장하고 단호한 외침이 들린다.


"조청맹의 이름으로 조선의 독립 의지를 만천하에 알리며, 조선의 해방을 가로막는 자들을 처단한다!"


이들의 운명과 거사의 결과는 어떻게 까.


"만일 해방된 조선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는,

그때도 너와 너희들과 함께이길.."


이번주 금ᆞ토 15, 16회도 그들과 함께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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