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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un 20. 2017

'하루'의 의미, 영화 <하루>

ㅡ 당신이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무한 반복되는 하루 속에 갇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악몽처럼 끔찍한 사고가 반복되는 하루라면..


(* 이어지는 다음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전쟁이 나더라도 아군 적군 상관 없이 사람을 살리는 데 소임을 다 하겠다고 말하는

의사 '준영'(김명민). 그는 해외 의료 봉사를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는 딸을 만나러 가던 중,

한 택시의  사고를 목격하게 되고

같은 현장에서 자신의 딸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


"내가 조금만 빨리 왔어도.."

되돌리고 싶은 끔찍한 그 순간,

비행기 좌석에 앉아있는 채로 잠에서 깨어나는 준영.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꿔 볼 야!"


눈을 뜨면 또 똑같이 반복되는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준영은 어떻게든 딸을 살리기 위해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을 단축한다거나 딸과의 약속 장소를 바꾸는 등 온갖 방법을 다 써보지만 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딸의 죽음을 막으려 해도 결과는 참혹할 뿐이다.


딸이 계속 죽는 그 사고 현장에서 너덜너덜해진 그의 멱살을 잡고 달려드는 한 남자, '민철'(변요한).

"당신 뭐야? 다 똑같은데 왜 당신만 다르냐구!"


민철 역시 그의 아내가 죽는 사고가 반복되는 하루 속에 갇혀 있다.


그런데, 같이 지옥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사람이 둘만이 아니다. 한 명이 더 있었다.


결코 우연이 아닌 인연으로 묶여진 세 사람,

왜 그들만 하루가 도는 것일까.


준영의 딸은 왜, 민철의 아내는 또 왜 사고를 당하게 되는 걸까.


"3년 전 죽었어야 할 아이가 지금 죽는 것 뿐이다.           영원히 지옥 속에서 살아라."


3년 전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결말이었지만 영화의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몰입해서 봤다.


하루 어느 사고의 순간이  똑같이 되풀이된다는 설정 자체는 비현실적이지만 이유가 있었다.


'타임루프는 도구이고 핵심은 이야기'

라는 조선호 감독님의 말씀처럼 , 이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반복되는 같은 시간에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만나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딜레마 같은 상황을 추가했다. 같은 시간 안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계속해서 보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누군가는 계속해서 죽여야 하는 사람의 심정을 생각했다. 끝내고 싶지만, 끝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딜레마다."

                   ㅡ 조선호 감독님의 인터뷰 기사 中


그들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수십 번이고 눈 앞에서 지켜봐야만 한다면..


"차라리 나를 죽여."


라는 그의 절규와 울부짖음에 몹시 동조할 수밖에 없다.


지옥같은 하루의 반복을 멈출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자식 앞에서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는 '부정(父情),

하지만 '복수'만이 답이 아니다.

타인을 자신과 같은 입장에서 이해하고

죄를 지었으면 응당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고

풀 수 있는 매듭은 함께 풀어나가는 게 순리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영화의 결말에서처럼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난 '민철'의 분노와 광기에 가까울 것 같기에.


조금 아쉬운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하루'가, 내 곁의 사랑하는 이들이

다시금 소중하고 감사함을 느끼게 해 준 영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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