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당신이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무한 반복되는 하루 속에 갇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악몽처럼 끔찍한 사고가 반복되는 하루라면..
(* 이어지는 다음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전쟁이 나더라도 아군 적군 상관 없이 사람을 살리는 데 소임을 다 하겠다고 말하는
의사 '준영'(김명민). 그는 해외 의료 봉사를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는 딸을 만나러 가던 중,
한 택시의 사고를 목격하게 되고
같은 현장에서 자신의 딸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
되돌리고 싶은 끔찍한 그 순간,
비행기 좌석에 앉아있는 채로 잠에서 깨어나는 준영.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꿔 볼 거야!"
눈을 뜨면 또 똑같이 반복되는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준영은 어떻게든 딸을 살리기 위해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을 단축한다거나 딸과의 약속 장소를 바꾸는 등 온갖 방법을 다 써보지만 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딸의 죽음을 막으려 해도 결과는 참혹할 뿐이다.
딸이 계속 죽는 그 사고 현장에서 너덜너덜해진 그의 멱살을 잡고 달려드는 한 남자, '민철'(변요한).
민철 역시 그의 아내가 죽는 사고가 반복되는 하루 속에 갇혀 있다.
그런데, 똑같이 지옥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사람이 그 둘만이 아니다. 한 명이 더 있었다.
결코 우연이 아닌 인연으로 묶여진 세 사람,
왜 그들만 하루가 도는 것일까.
준영의 딸은 왜, 민철의 아내는 또 왜 사고를 당하게 되는 걸까.
3년 전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결말이었지만 영화의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몰입해서 봤다.
하루 중 어느 사고의 순간이 똑같이 되풀이된다는 설정 자체는 비현실적이지만 이유가 있었다.
'타임루프는 도구이고 핵심은 이야기'
라는 조선호 감독님의 말씀처럼 , 이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반복되는 같은 시간에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만나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딜레마 같은 상황을 추가했다. 같은 시간 안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계속해서 보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누군가는 계속해서 죽여야 하는 사람의 심정을 생각했다. 끝내고 싶지만, 끝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딜레마다."
ㅡ 조선호 감독님의 인터뷰 기사 中
그들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수십 번이고 눈 앞에서 지켜봐야만 한다면..
"차라리 나를 죽여."
라는 그의 절규와 울부짖음에 몹시 동조할 수밖에 없다.
지옥같은 하루의 반복을 멈출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자식 앞에서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는 '부정(父情),
하지만 '복수'만이 답이 아니다.
타인을 자신과 같은 입장에서 이해하고
죄를 지었으면 응당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고
풀 수 있는 매듭은 함께 풀어나가는 게 순리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영화의 결말에서처럼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난 '민철'의 분노와 광기에 가까울 것 같기에.
조금 아쉬운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하루'가, 내 곁의 사랑하는 이들이
다시금 소중하고 감사함을 느끼게 해 준 영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