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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un 29. 2017

궁금증은 해소했다. 그러나..영화 <리얼>

영화 <리얼> 6월 28일 개봉, 감독 이사랑 (청소년 관람불가)


화제성은 단연 최고의 영화 <리얼>,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허무하달까.


어제가 개봉 첫날이었는데 뚜껑을 열자마자 워낙 망작 중 망작이라는 안타까운 소문이 자자해서 기대감은 뚝 떨어졌으나(예고편을 봤을 때만해도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궁금했다.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었다. 직접 봐야 속시원할 것 같았다.

결국 오늘 아침, 9시 반 조조로 보고 왔다.


"<리얼>이요."

어떤 영화 볼 거냐는 남자  직원의 물음에 대답을 하고 표를 받는데 왠지 쑥스럽다. 설마 나 혼자 보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바로 옆에서 "리얼이요."

한다.  나처럼 모자 푹 눌러 쓴 여자분 혼자다. 표를 끊는데 왜 실소가 나오는 걸까.

상영관에 들어서니 혼자 온 남자, 혼자 온 여자 몇 명, 나란히 앉은 여자 세 명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궁금해서 보기엔 러닝타임 137분이 너무 너무 길었다..ㅜ


이 영화에서 압도적인 비중의 주연을 맡은 배우 '김수현'( 111회 촬영 중 101회의 분량이었다고 한다).

수트 입은 장태영, 안경 쓴 장태영, 붕대 감은 혹은 가면 쓴 장태영 역을 맡은 배우 김수현

울엄마가 좋아하는 배우인데 차마 같이 보러 가자고 말할 수 없는 영화가 돼버렸다. 몇 년전 그의 첫 스크린 작이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때 부푼 기대를 안고 엄마와 함께 보러 갔다가 실망감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기에 이번 영화는 진심 잘 되길 바랐는데..그가 주연한 여러 드라마짧은 분량이지만 영화 <도둑들>, <수상한 그녀>에서 맡은 역할도 좋았는데!


(* 다음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시작과 끝, 그리고 중간중간 화려한 영상미를 뽐낸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카지노이다 보니 선정적인 장면들도 있다.  


'탄생 - 대결 - 리얼' 3장의 챕터로 구성된 <리얼>은 해리성 인격 장애를 지닌 인물 장태영(김수현)이 신경정신과 박사 최진기(이성민)에게 상담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무언가 될 수 있다면 되어야 한다.'는 영화의 첫 자막은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난해한 결말로 끝난 느낌이다.

영화 속 대사 중에 "이런 타입은 비주류가 아닌 주류에 있어야 말이 되는 거죠."라는 말이 나오는데, 주류 비주류 이런 구분을 떠나서 아니 실험적이고 비주류라 할지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나 메시지, 의미는 알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리얼'이라는 제목처럼 '진짜의' 내 모습을 찾거나 나의 여러 자아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영화 <리얼>은 인격 장애를 소재로 하지만 마약 문제와 얽혀 있어 결국엔 약물 중독의 최후를 보여준다. 내 속에 또 다른 나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끼기에는 스토리가 너무 난해하다.


 "제 마음이 왜 산산조각이 나야만 했는지, 그 조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을 생각입니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조각난 마음을 이어 붙이고, 어떤 그림이 완성되는지 지켜볼 겁니다."

-  드라마 <킬미힐미> 12회 차도현 대사 


다중 인격을 소재로 했던 드라마 <킬미힐미>는 무려 7개의 다중인격임에도 과거의 상처와 아픔, 자아의 치유와 화해의 과정이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마지막엔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끝났던 거 같은데 영화 <리얼>의 결말은 뭐라 말해야 될지 확신이 안 선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스스로 얘기했던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도 상상으로 만들어 낸 거짓말이었다.)

차라리 통쾌하고 짜릿한 액션 영화였으면 어땠을까.


진심 열일했을 배우 김수현 뿐만 아니라 조원근 역의 배우 성동일, 변호사 역의 배우 조우진, 정신과 의사 역의 배우 이성민, 재활치료사 송유화 역의 배우 설리, 배우 이경영(비중을 더 살렸더라면..), 그 외 출연한 여러 낯익은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생각지 못한 인물의 반전도 있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설리의 마지막 욕조씬(이건 베드씬 아님)도 자연스러웠다. 물론 영화의 홍보에 내세운 그녀의 짧지만 충격적인 장면도 있었지만.. 그녀도 액션 연기를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를 다보고 나와서야 옆에 사람들 얘기를 듣고 알았다. 영화 속에 잠깐 등장했던 타투이스트가 배우 '수지'였다는 사실을. 타투해 준 배우는 누굴까 잠깐 생각은 했지만 수지인 줄은 몰랐다.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영화 속 시상식 도우미는 '아이유'였고, '박서준'도 나왔다는데 사전에 알고 갔더라면 찾아보는 재미라도 있었을까.

난해한 영화라면 해석하고 싶어 다시 찾아봐야는데 그러기엔 중간중간 빨리돌리고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여러 불편한 장면들도 있고..


여러모로 아쉽지만 어쨌든 궁금증은 해소했다. 다음 번엔 부디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길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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