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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un 26. 2017

제주 여행(2)

ㅡ 어부피자, 서귀포 치유의 숲

애월 해안 산책로에서 (6. 24 제주여행 마지막날)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좋을 제주.

가면 갈수록 더 매력적인 곳, 제주가 좋다.


3박 4일의 일정은 언제나 아쉽다. 언젠가는 짧은 일정이 아쉬워 며칠 더 연장해서 머물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방학동안 제주에서 살아보기의 꿈은 언제쯤 이룰 수 있을까.


제주에서 꽤나 많은 곳을 사계절 두루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서면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긴다.

처음엔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던   제주의 바다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숲 깊이 들어가 보고, 오름을 오르고, 산책로를 따라 걷는 등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이 제주를 그리게 된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하다 눈을 사로잡는 풍경에 멈춰 시간을 보낸다.

배에 몸을 싣고 작은 섬에 들어가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를 돌며 놀멍 쉬멍 한다.

정적인 여유를 만끽하는 한편, 아이를 위해 때로는 액티비티한 체험과 활동을 즐겨보기도 하고, 궁금했던 맛집을 찾아가보기도 한다.

하루는 동부(함덕이나 월정리)에서, 하루는 서귀포  에서, 하루는 서부(협재나 애월)에서 숙박을 하며 꼭 가보고 싶었던 곳, 해보고 싶었던 것, 먹고 싶었던 것을 중심으로 계획을 짜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투명 카약, 바나나보트, 레일바이크 등을 타보기도 하고 리조트 내 수영장 또는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친정 엄마와 내가 찜해 둔 맛집을 찾아가 먹어보고 서귀포에 위치한 숲을 오르고 내렸다.

마지막날 아침 제주엔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애월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운치를 즐겼다.

돌아오는 날은 왜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르는지 애월의 해안 풍경에서 끝까지 버티다 결국 공항에 빠듯하게 도착했다.


다시, 둘째날.

월정리를 뒤로 하고 떠난 오후 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어부피자'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아이의 눈길을 끈 건 당연히 물 속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랍스타다. TV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고지용의 귀여운 아들이 직접 랍스타를 건져올린 걸 봤는지라 아이도 뜰채를 이용해 랍스타 한 마리를 건져올려 만져봤다.


랍스타 피자(6월 22일 방문)

평일이라 그런지 가격이 비싸서 그런지 식당 안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주문을 하고 조금 있으니 랍스타 한 마리가 통째로 얹어진 피자가 나왔다.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 철판콘치즈를 서비스로 준다길래 얼른 사진을 찍어 카스에 올렸다.

피자 도우도 도톰폭신하니 맛있었다. 피자를 먹고 있으면 직원분이 와서 랍스타를 먹기 좋게 손질해 주신다. 랍스타는 생각보다 조금 질긴 감이 있었다.

잠시 뒤 철판콘치즈도 서비스로 나왔다.

2~3인용(48,000원)을 시켰으나 두 사람이 먹기엔 아무래도 비싸고 양도 많다. 한 사람 당 두조각 씩 4인이 맛보면 될 것 같다. 가격 부담도 덜하고.

암튼 비싼 음식이니 맛있게 먹고, 서귀포에 위치한 숙소로 향했다.


서귀포 돈내코힐 리조트 일부 전경(야외 온수풀)
저녁 늦게까지 색색의 조명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이번엔 먹는 피자가 아닌 튜브 피자다. 아이를 위한 물놀이 선물로 구입했는데 집에 있는 바람주입기가 안 맞는 줄 몰랐다.  입으로 한참 불어넣느라 죽는 줄..

바람 넣는 건 빡셌지만, 셋째날 애월에 위치한 숙소(샐리스 호텔)의 야외 온수풀에서도 아이 셋이 신나게 타고 놀았으니 열심히 입으로 불어넣은 보람은 있었다.


셋째날 아침에는 서귀포 '치유의 숲'을 찾아 갔었다. 이 곳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숲이라 미리 전화해서 방문했다. 아침 10시에 숲 해설자 분을 동반하여 다른 일행과 함께 숲을 올라갔다.

코스를 다 돌려면 5시간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치유의 숲 매표소(어른 천 원, 청소년 600원, 아이는 무료)와 통나무를 뉘어만든 시원한 치유샘.

숲을 올라가는 중간중간 숲 해설자 분의 설명과 안내가 썩 괜찮았다. 덕분에 어른들 틈에 혼자였던 초등학생 아들도 호기심 있게 듣고 가파른 길도 잘 쫓아가 주었다.


숲에서 만난 특이한 나무들. 옆으로 쓰러진 나무가 생존을 위해 다시 위로 처절하게 자라면서 가지가 7개로 뻗어나가기도 하고(왼쪽) 햇빛을 받고 살아남기 위해 위로 갈라지며 가지를 뻗는다.(오른쪽) 

살아남은 그들의 주름진 가지들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본다.


맨 왼쪽은 지난 태풍으로 인해 땅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들이 한꺼번에 쓰러진 나무들이라고 한다. 가운데 사진은 두 나무가 손을 꼭  잡고 있는 부부 삼나무, 오른쪽 사진은 편백나무 치유 공간이다.


자연에게 배운다.

서로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지를 뻗고 함께 자라는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거대한 삼나무 군락지인 엄부랑('엄청난, 큰'이라는 뜻의 제주어) 숲길은 신비로웠고,

가베또롱('가뿐한, 가벼운'이란 뜻의 제주어) 치유숲길은 이름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숲이 주는 맑은 공기와 그늘이 감사하다.

자연 바람은 또 얼마나 시원한가.
숲길을 거닐고 내려오니 두 시간 반 남짓의 시간이 지났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을 주민이 만든 특별한 도시락'차롱도시락'을 못 먹어봤다는 거다.

도시락도 사전 예약을 통해 먹을 수 있는데 현재 10명 이상의 단체 손님만 가능하다. 숲해설자분 왈, 개인이 주문해놓고 안 오는 경우가 생겨서란다.
단, 매월 수요일 음악회가 있는 날은 개인 주문도 가능하다고 하니 다음 기회를 노려보는 수밖에.

아쉬운 대로 점심은 숲해설자분이 추천해주신 식당 '메밀애'에 가서 시원한 메밀 물냉면과 비빔 냉면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차를 몰아 금능 해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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