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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ㅡ 시선(視線)을 들다

by 책사이
저녁 7시. 도서관 유리창을 통해 올려다 본 하늘


도서관 창가에 앉아 안도현 시인의 책 《발견》을 읽다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게 하시고, 나뭇잎이 튕겨 올리는 햇빛 한 오라기라도 감격하는 눈으로 바라보게 하소서..('기도' 中)


라는 구절에 각성하듯 책에서 눈을 떼고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한바탕 폭우가 지나가고 빗방울이 잦아든 저녁 무렵이라 '나뭇잎이 튕겨 올리는 햇빛'은 느낄 수 없지만

커다란 회색빛 구름들이 왼쪽 방향을 향해 바삐 흘러가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여긴 한바탕 비 뿌렸으니 이제 우리도 퇴근하자는 듯이,

아님 다른 곳으로 이동! 을 외치며 우르르 몰려가는 것만 같다.

야간 근무조가 온 것일까.

시선을 내려 노트에 상념을 끄적거리는 사이, 좀전보다 농도 짙은 구름 무리들이 하늘을 어둑어둑하게 점령하고 있다.

나뭇잎 위로, 벤치 위로 리듬감 있게 떨어지는 빗방울이 토도독, 마음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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