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늦잠 자는 아이를 깨워 간신히 등교시키던 분주한 아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미리 타고 있던 남자 아이 둘이 꾸벅 인사를 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보면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기특해보였습니다. 아이들의 인사를 받는 이웃들도 흐뭇한 표정이었지요.
알고보니 16층에 이사 온 이웃이었습니다.
마침 형제 중 동생은 아들과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었어요.
그렇게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나니 아이들 부모님과도 엘리베이터에서나 지하 주차장, 집 근처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눈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만나면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 산책길 따라 등교시켜주기도 하고 늦을 땐 차로 아이들을 데려다주기도 했습니다. 저희집은 아이가 혼자였기에 내심 우리 아이와 동무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이후,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오가며 친해지게 되었는데 저희집에 놀러오는 아이들 손에는 언제나 같이 먹을 간식이나 아이들 엄마의 정성이 담긴 음식이 손에 들려 있었어요. 어느 날엔 속이 알찬 맛있는 김밥이, 또 어느 날엔 먹음직스러운 꽃게 된장찌개가, 그 다음엔 전복죽이며 묵은지 김치찌개가 아이들 편에 전해졌어요. 모두 아이들 엄마가 직접 만든 음식들이었습니다.
그 순간, 결혼 10년차에 접어듦에도 불구하고 요리와는 거리가 먼 제게 밑반찬이며 김치며 챙겨주시던 친정엄마처럼 느껴져 뭉클해졌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부담스러워할까봐
'저희 저녁 준비하면서 만들다보니 양이 넉넉해서 조금 나눴어요. 입맛에 맞을지 모르지만 맛있게 드셔주세요~'
라는 말을 덧붙여 더 고맙고 편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어요.
그 정성과 나눔에 어찌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요. 덕분에 남편과 아이, 저 이렇게 세 가족은 훈훈한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새로운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은 성격 탓에 어느 정도 마음의 벽을 치고 살아왔었는데 고마운 이웃의 호의에 닫혀있던 제 마음도 서서히 열리게 되었어요. 저또한 자연스럽게 장을 보면서 사 온 음식들을 조금씩 나누게 되고 아이들 생일도 진심으로 챙겨줄 수 있었어요.
받은 것에 비해 준 것은 변변치 않았음에도
어느 날은 저희 아들이 감기에 걸렸다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직접 담근 유자차를 제게 조심스럽게 건네주었습니다.
아, 얼마나 따뜻하고 달달하던지요. 꼭 무엇을 주고 받아서 좋은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따스한 온정과 진심이 느껴져서 마음이 한없이 푸근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나니 아이들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울 아이들 잘 챙겨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좋은 친구 이웃과 함께라서 참 행복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조금의 나눔이 더 큰 배려로 돌아온 행복한 순간이었고, 최소한의 노력도 해보지 않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에 지레 겁 먹었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웃이 별건가요.
환한 인사 주고 받고, 소소한 정을 나눌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좋은 친구이자 이웃이 될 수 있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