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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ul 10. 2017

책을 좋아하게 된 '그'와 함께 철 들고 싶다

ㅡ 노홍철의 《철든책방》을 읽고

《철든 책방》 노홍철 저, 푸른숲(첫판 1쇄 2016. 10. 24)


오늘 오후,

시원스레 내리는 비를 만끽하며 도서관에 들렀다. 보려고 했던 책을 찾아 818번대 서가로 다가가 원하던 책을 찾은 후, 불규칙하게 오르락내리락 꽂혀있는 책등을 쭉 훑어보고 있었다.


'철든 책방?'


정감가는 크라프트 표지와 재미있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 서가에서 책을 빼냈다.

(도서관에서는 겉날개표지를 벗겨내고 비치해 놓는 거라 크라프트 질감의 표지지만 원래 겉표지에는 책방 사진이 홀로그인 표지라 한다.)


큰제목 아래 써 있는 다음 문장과 낯익은 이름에 눈이 더 쫑긋해졌다.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한, 만만한 책방


대표 노홍철

직원 노홍철

싹다 노홍철'


내가 아는 그 분 맞나 싶어 얼른 모바일 웹사이트에 책이름을 검색했다. (어감에서 풍기는 느낌은 그 분이었지만;)

맞나보다. 이미 용산에 위치한 '철든책방'을 실제 방문했다는 분들의 블로그에 슬쩍 들어가보니 찾아 간 사람들이 꽤 많다. 다른 가게도 아니고 '책방'(그것도 독립출판물을 다루는!)이기에 나도 언제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업시간은 노홍철 씨 본인의 인스타그램에서 필히 확인하고 가야한다. 올린 글들을 훑어보니 그 분은 못 봐도 책방 구경하고 싶다고  무작정 갔다가는 건물 외관만 본 걸로 만족해야 하나보다.

그러고보니 책 첫장에도 적혀 있다.

'철든책방'은 노홍'철이 들어'있을 때만 운영된다고.


1층은 책방, 2층은 자신의 집, 옥상은 철든책방 독자들을 위한 루프톱 공간이라고 한다. 종종 기획전도 열고 이벤트, 행사도 하는 모양이다.

개성적인 그의 성격만큼이나 독특한 공간도 있다고 한다. '홍철전'이나 '거울의 방'같은. 전자는 스스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공간으로, 후자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직접 체험해봐야 알 것 같다.


그의 인스타그램도 몰래 들어가봤다. 그의 근황을 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확인하게 될 줄이야..


'재미있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1-92

노 홍 철이 들어 있는 책방, 철 든 책방' (인스타그램 소개문구)


역시 그는 그다! (이미지 출처 - 노홍철 인스타그램)


《철든책방》의 저자이자 '철든책방'의 주인인 그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어려서부터 책을 안 좋아하다 못해 싫어했다고 솔직하게 밝힌다. 평생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낼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어느 순간 책이 좋아졌고, 큰 즐거움도 얻게 됐다고. 예전의 자신처럼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책을 만만하게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방을 차리게 됐다고 한다. 누군가 이 곳에 와서 자신이 경험한 즐거움을 느끼고 책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책방을 하는 목적과 보람은 충분하다고.  '철든' 책방이라는 이름이 수긍이 간다.


반면 '제일 조용한' 책방은 되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의 바람까. 연예인이란 직업이 자신이 조용하게 살고자 한다고 조용하게 놔두는 직업이 아닌데다가 지난 날  '시끄러운' 일도 겪은 그였기에. 책 속에 그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가 단지 이목을 끌기 위해 책방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큰길에서 떨어져 있고, 주차도 안 되고, 마음먹고 찾아야만 발견할 수 있는 곳. 이런 공간이라면 상업적으로 접근한다는 오해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을 테고 나 혼자서도 조용히 지낼 수 있고, 사람들이 놀러 오더라도 조용히 책을 볼 수 있는 아지트같은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흔히들 말하는 부동산 상식으로는 절대 선택하면 안 되는 집이었지만 눈앞에 두고도 어딘지 몰라 헤맸던 첫 만남에서 이미 나는 꽂혔다.
(p. 90)



그의 말처럼 해방촌이 좋아 골목골목 구석구석 훑어보고 다니면서 해방촌 사람들이 만드는 풍경에 정겨움을 느끼고, 이웃 공방 구경에 작은 행복을 느꼈다는 그는 해방촌 아티스트들과 함께 '철든책방'의 공간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는 '에어컨 실외기 바람을 걱정할 정도로'

이웃과 붙어 함께 살아가는 동네에 낸 책방이기에 조용조용 이용해달라는 정중한 부탁의 말도 잊지 않는다.


책 속 중간중간에 책방의 외관과 실내, 동네 곳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따스하고 정겹다. 옥상에서 찍은 주택들 지붕 넘어 저 멀리 내다보이는 남산 타워의 모습까지.

더불어 책 뒷부분에는 '고요서사','별책부록' 등 이웃 서점들과 '낮인사', '이니김공작소' 등의 이웃 공방도 아낌없이 소개해준다. 경쟁 상대로서의 가게가 아니라 순수한 동네 이웃으로.


책과 가까워지는 환경은 책방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철든책방에서 읽을 책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원천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내가 책에 대해 뭘 알아야 추천도 하고 팔기도 할 테니 가능하면 많이 읽어보고 싶다. 물론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책에 대해 손님들에게 내 나름의 소견을 들려주고 싶은 원대한 바람도 있으니까. (p. 71)


그 어떤 선입견을 떠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게 된 그의 현재 모습이 친근하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 일이 또 즐겁다는 그의 책 얘기가 듣고 싶다.


(이미지 출처 - 노홍철 인스타그램)


김제동 씨와 정재승 교수님, 유시민 작가님이라니! 이 분들과 그곳 '철든책방'에 함께 있는 무모한 상상을 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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