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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Apr 25. 2016

《나는 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

김봉석의 하드보일드 소설 탐험 그 두 번째 이야기

《나는 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

김봉석의 하드보일드 소설 탐험 그 두 번째 이야기

이 책 뿐만 아니라 책 속의 책이야기들이 나오는 책들은 다 좋다.


박웅현 작가님의 <책은 도끼다>부터 시작해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이동진 작가님의 <밤은 책이다>,

김중혁 작가님과의 공저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윤성근 작가님의 <책이 좀 많습니다>, 나승현작가님의 <그 책, 있어요?> 등등


인용된 책을 찾아읽는 재미도 있고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가는 힘이 돼주니까.

물론 작가의 추천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작품도 있지만..


이번에는 하드보일드 장르다.


이 책은 하드보일드 소설 초보자에게 좋은 안내서이자 하드보일드 소설 매니아를 위한 서평집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 소개


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편집장.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기자가 되었고 못지않게 좋아하는 장르 소설, 만화, 대중 문화, 일본 문화에 대한 글을 다양하게 쓴다.

좋아하는 것을 보고 듣고, 글을 쓰고 말하면서 살고 있다.



 하드 보일드란?


하드보일드는 본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다. 딱딱하게 완숙한 계란 노른자처럼 목이 메도록 퍽퍽한 이 세계의 일면을 빗댄 표현이다. 하드보일드는 문학으로 넘어와 비정과 냉혹을 의미하는 동시에 수식과 판단을 배제한 헤밍웨이식 문체를 일컬었다. 그리고 지금 하드보일드는 단순히 문체뿐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정서 자체를 포괄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단순히 미스터리 추리 소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하드보일드는 범죄 소설에 가까운,

무엇보다 사회를 이해하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이다.


이 책에는 총 32권의 하드보일드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중 내가 접한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오쿠다 히데오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도전할 작품들이 꽤 많다.


프롤로그에는 하드보일드에 대한 작가의 견해가 잘 나타나 있다.


나는 비관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 세상은 끔찍하고 잔인하다. 아마도 우리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한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야 할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개인으로서 나라는 존재를 지켜나가는 것. 쉽게 타협하지 않고, 뭔가에 도취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나아가는 것. 허망한 이데올로기나 집단 의식에 중독되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자신의 심연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것. 아무도 돌아보지 않더라도, 자신의 호흡을 견지하며 천천히.

하드보일드는 일종의 애티튜드, 태도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내가 진리를 알고 있다며 마구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물러나서 지켜보는 것. 최대한 신중하게 사건의 앞과 뒤, 이면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는 것. 어딘가에 빌붙거나 편들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 결국은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로 나는 생각한다.


책 속의 책&책 속 메모


-마이클 코넬리 <로스트 라이트>

언제든 다가올 것은 오게 마련이고, 해야 할 일들은 해야만 한다. 그 결과가 반드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끔찍한 살인마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가 선을 조금  벗어나면 저지를 수 있는 범죄들. 이 세상이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야기들.

그런데도 홀로 선 해리 보슈는 절망의 나락으로만 빠져들지는 않는다. 세상이 지옥이라도, 그 지옥에서 우리가 해야할 몫 또한 있는 법이니까.


-헨닝 망켈 <불안한 남자>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나 혼자 살아간다고 생각해도, 혼자인 나 역시 이 거대한 세상의 영향을 받고,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세상을 보라.


-모리무라 세이이치 <야성의 증명>

살아남은 자들은 저마다 상처와 고통을 안고 계속 살아가야만 한다. 거대  악을 고발해도 또 다른 거대 악으로 대체 될 뿐이니까. 결국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단지 오바 가문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우타노 쇼고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운명이란 있을까?없을까?아무리 철저하게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해도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벌어지는 일들이 있다. 그냥 우연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감이란 게 있다. 이런 일들이 닥친 것은 단지 우연일 뿐, 이라고 말하기에는 망설여지는 순간들이 가끔 있다.

그 사건이 없었더라면 좋겠지만, 그 사건들이 결국 나를 만든 것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단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선택과 태도가 더욱 중요한 것.


-존 하트 <아이언 하우스>

지독한 고통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현재에도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다. 어떤 이상이나 희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곳의 생존을 위해서 살아간다. 때로는 진실 대신 따뜻한 거짓을 택하기도 하면서. 그건 위선이 아니라 위안이다.


-누마타 마호카루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아무리 쓰라려도, 결국 우리는 이 세상에서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사랑 역시 해야만 하고.


-히가시노 게이고 <매스커레이드 호텔>

어떤 일로 인간이 상처를 입는지, 타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그렇게 상처 입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상처를 입어도, 그것은 가면 위의 상처일 뿐이라고 기어코 생각하는 것일지도.


타인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사소하지만, 개인에게는 너무나도 치명적이고 거대한 살의 혹은 악의. 우리는 그 사소하지만 절실한 악의 때문에 늘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악의를 피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악의를 숨기기 위해.


-조이스 캐럴 오츠 <좀비>

흔히 사이코패스라고도 부르는, 타인과 정서적 공감을 하지 못하는 범죄자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단순히 정서적 공감이 부족한 이들은 언제나 살인자가 될 위험이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흉악범들을 모두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로 대치함으로써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은연중에 확인하려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선한 사람들이고, 우리 안에 뱀처럼 사악한 존재들이 끼어 있다면서.

그러니 우리는 그들을 격리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ㅡ폴 클리브 <쿠퍼 수집하기>

세상에는 끔찍한 트라우마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혼다 테쓰야 <히토리 시즈카>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폭력을 선택한 여성. 그녀는 폭력을 이용하여 타인을 조종하고 때로 죽여버렸다. 그녀는 분명 악녀다.그런데 마지막 장에서 자명한 사실들이 다시 역전된다. 그녀의 진짜 얼굴이 무엇이었는지 애매해진다.


-미야베 미유키 <그림자 밟기>


모든 소설은 결국 미스터리다. 작가 자신이 찾아내지 못한 진실이라면 독자 역시 외면할 수 밖에 없는 고독한 모험.

자, 어떤 작품부터 모험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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