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고래가 산다》 최기종 시집

by 책사이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최기종 시집

학교는 아이들을 미래로 실어 나르는 배일까, 아니면 낡은 과거에 가두어 침몰시키는 세월호일까? 그것은 결국 야생의 아이들과 낡은 제도의 접점에 서있는 교사의 손에서 갈라지리라. ㅡ책 뒷표지 김진경 시인의 말 中



차마 가르치지 못한 것

ㅡ세월호 참사 30일



아이들에게

이건 가르쳐야 하는데

차마 가르치지 못한 게 있다.

이건 알려줘야 하는데

차마 알려주지 못한 게 있다.

누구의

눈치를 보아서도 아니다.

이해가 얽혀서도 아니다.

위험한 물가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게 책상을 뒤집는 것이라서

그게 교실을 버리는 것이라서

차마 가르칠 수 없었다.

차마 알려줄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지 말라고

바닥에서 어서 탈출하라고

그렇게 가르쳐야 하는데

그렇게 알려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학교를 깰 수는 없었다.

세상을 깰 수는 없었다.



전교조 교사로 살아왔던 최기종선생님 교단 생활의 고백과 성찰이 담긴 시집.

어느 시 하나 버릴 거 없이 고스란히

교육에 대한 고뇌, 교사 생활의 갈등, 학생들과 동료 교사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담겨 있다.

특히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시들은 가슴이 또한번 미어진다.

아직 눈물을 거둘 때가 아니다.

부디 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



나는 젊은 날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던가.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긴 선생이었을까.

얕은 지식과 좁은 식견으로

오로지 젊음과 열정만 믿고

아이들의 환심을 사는 데 급급하지 않았던가.

교육에 대한,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이 그저 밤새 내 교재연구에만 몰두했던 부끄럽기 짝이 없던 교단 생활..이젠 정말 미련을 버려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마음과 닮은 그림책 《무릎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