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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화 - 어쩌면 낚는 것은 [세월]

단번에 대를 세움으로써 녀석과의 대결을 시작한다.

by 마음이 동하다
[꾸미기]101-1.jpg


강가에 부는 바람

수면위 물결 관찰

낚시대 끝의 집중

결정적 순간 대를

당기는 녀석 힘의

팅기며 끊긴 줄에

아쉬움 털고 다시

어쩌면 낚는 것은


강가에 부는 바람은 생각보다 세다. 거센 바람 속에서도 수면 위를 유심히 바라본다. 물결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데 세심함이 필요하다. 작은 흔들림조차 놓치지 않으려 낚시대 끝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집중은 어느새 세밀해지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진동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적 순간이 다가오자 단번에 대를 세움으로써 녀석과의 대결을 시작한다.


낚싯줄을 당기는 녀석의 힘의 세기는 상상 이상이다. 강하게 버티는 손아귀에 온 신경을 집중하지만, 팅기며 끊긴 줄에 세상 모든 아쉬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러나 아쉬움에 머물 수는 없다. 가볍게 털고 다시 세팅을 시작한다. 찬찬히 미끼를 꿰고 릴을 점검하며, 문득 생각한다. 어쩌면 낚으려 애쓰는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흘러가는 세월인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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