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이 담쟁이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정말 궁금한 시점에서 출발했다. 낯빛은 어두운데, 어쩜 살아서 계속 줄기를 뻗어 내리고 있는 중 일지도 모른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 두달뒤 똑같은 곳에서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으면 녀석의 생사를 알 수 있겠지.
다소 엉뚱한 생각은, 낯설고 엉뚱한 단어들의 조합을 끌어내고, 매끄럽지 않은 상상과 결과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오늘이 그러하다.^^
벽에스민 담쟁이 감사
침묵속을 헤매는 검사
흙묻은손 길잃은 기사
낯선표정 말없는 대사
녹슨철문에 멈춘 역사
내그림자에 묻은 인사
담을오르다 멈춘 천사
살았을까 죽었나 생사
녹슨 철문과 바랜 경고문, 균열진 시멘트 벽 위로 담쟁이가 조용히 뻗어 있다. 벽에 스민 세월은 마치 오래된 감사처럼 무언가를 품은 채 고요하다. 이곳은 한때 검사가 다녀갔고, 흔적을 좇던 기사가 발길을 멈춘 자리였다. 바람결에 날린 외국 대사의 한마디조차 지금은 들리지 않는다. 붉게 바랜 경계선 너머로는 먼지에 덮인 역사만이 남아 있다.
벽 앞에 누군가 멈춰 선다. 흔적 없이 지나온 발자국, 낯선 숨결 하나가 담벼락을 응시한다. 그의 눈빛은 짧고 낮은 인사처럼 스쳐간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잎사귀 사이 어딘가에서 천사 하나가 모습을 감춘다.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타오르며, 그 모든 것을 조용히 기억하고 있다.
살아 있었던 것들도, 사라졌던 것들도 모두 붙들려 있는 이 자리에서, 이제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