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지나온 나날들에 대한 자연의 보상일지도 모른다.
아침 출근길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길로 내려오다가 모퉁이에서 발견한 보라색 꽃에 발걸음을 멈췄다. 처음 보는 거 같기도 하고, 살면서 몇 번을 봐왔던 거 같기도 한 모양이다. 사실 보고도 모른 채 지나쳤을 것이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고 이 꽃을 검색하니 ‘조개나물’이라고 뜬다. 꽃은 몰라도 이름은 분명 처음 듣는 것임은 분명했다. (혹시 이 꽃의 이름을 틀렸다면 누가 정확한 이름 알려주세요^^)
‘조’로 시작하는 단어.
‘물’로 끝나는 단어.
도무지 사전을 찾아봐도 이 꽃과 연결 지을 수 없다.
오전 내내 들여다보길 반복하다가 색상이 예뻐서 ‘보라’로 결정했다.
비에 젖은 땅, 생명의 보존
잎새 흔들림, 바람은 보통
작은 피어남, 마음의 보람
가만히 바라본, 오늘의 보고
빛에 반짝임, 잊었던 보상
발끝에 닿는 풀잎의 보탬
이 순간을 기억하는 보답
끝내 피어난 조용한 보라
비가 내린 다음날, 땅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그 위에 자란 풀꽃들은 마치 오래도록 이 자리를 지켜온 듯 고요히 서 있었다. 자연의 보존이란 어쩌면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자라나는 생명들의 끈질긴 존재감일지도 모른다. 바람은 스치듯 지나가고, 흙냄새와 이슬 냄새가 어우러진 공기는 익숙한 보통의 하루처럼 느껴졌다. 그 속에서 작고 연약해 보이던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고, 그 존재만으로도 하루를 살 이유가 생긴 듯한 보람이 스며들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이 풍경을 보고, 습관처럼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잠시 꽃들 앞에 서서 쉬고 있는 이 순간은 바쁘게 지나온 나날들에 대한 자연의 보상일지도 모른다. 별다를 것 없는 풀꽃 하나조차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하루에 작은 보탬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그렇게 조용히 서 있는 그 꽃은, 나에게 무언의 보답처럼 다가왔고, 결국 끝내 전해진 것은 단 하나의 색, 고요하고 깊은 보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