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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이 동하다 Apr 04. 2022

장애인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우선

사회적 약자에게 편안한 것이 비장애인 혹은 젊은이에게도 편리하다는 깨달음

    요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와 국회의원의 말이 큰 사회적 이슈이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가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특권을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지하철 이용차별을 없애기 위한 기본권 보장이 주 내용이다.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한 여야 간의 대립, 개인과 연대간의 언쟁이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졌다. 가지치기는 물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와 SNS소식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한때 나의 꿈이 21대 국회의원이었다는 부끄러운 사실이다. 다행히 그 꿈은 시기도 지나갔지만, 언젠가부터 정치에 대한 관심이 거의 1도 없어지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다.


    2021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장애인구수는 267만 명으로 조사되었다. 질환, 사고, 선천적 원인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한다. 이 중에도 후천적 장애 즉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88%에 육박하다는 것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나는 직장이 병원이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환자는 재활이 필요한 환자이다. 이곳에서 10여년 넘게 일했으니 해박한 지식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도가 있는 편이다.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 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대부분이 장애등급을 받는다. 입원기간동안 재활과 다양한 사회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입원환자들에게 본인이 경험해 온 사회적 경험과 필요한 정보들을 환자의 개인 상황에 따라 제공하고 많은 부분들을 도와주는 직업군이 있다. 우리병원 재활코치다. 이들은 장애인이다. 몸이 조금 불편할 뿐 너무나도 편하게 일상을 주고받는 동료들이다.



    그림 속 사람들이 모두 웃고 있다. 2년전 큰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를 따라 결혼식에 갖다 온 모습을 기억하고 그렸던 그림이다. 이날 결혼식은 장애인인 재활코치 선생님과 같은 장애인이 센터 국장님의 결혼식이다. 흔하진 않지만 특별히 다를 것 없는 결혼식이다. 모두가 축하해주고, 모두의 축복 속에서 두 성인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는 결혼식.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결혼식이기에 하객 분들 중에도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초등3학년이었던 큰아들에게는 평소에 잘 보지 않았던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웃는 모습들이 보였던 거 같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모두가 웃고 있는 사진 속에서, 일상에는 장애와 비장애가 따로 구분지어서는 안된다는 게 느껴진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는 세상에는 그 간격이 더 좁혀졌으면 한다. 아니면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





장애인 문제와 노인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신체적, 정신적 약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 공통분모 위에 서 있는 것이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원칙이다. 이전의 무장벽(barrie free)에서 한 단계 발전됐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장벽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감안하고 배려하자는 것이 무장벽 논의라면, 보편적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에게 편안한 것이 비장애인 혹은 젊은이에게도 편리하다는 깨달음이 전제가 된다.
_백경학,고재춘,채춘호 외《보통의 삶이 시작되는 곳》(사회평론)



    내가 근무하는 병원의 미션이 ‘우리는 누구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존재합니다.’였다.(현재는 미션 리빌딩으로 다른 문구이다.) 꼭 장애인 문제만이 아닌 신체적으로 불편한 모두를 위한 다양한 사회적 제도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제도임을 인식할 수 있는 날들이 왔으면 한다. 또한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식개선교육뿐만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부터 장애인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비뚤어진 편견을 바로 잡으며 자라야 되지 않을까?




사진 속 어른들이
오늘도 웃는다.
그 역할을 해야 할 우리 어른들은
오늘도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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