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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이 동하다 Apr 01. 2022

7세 아이 vs 아빠의 큐브대결 승자는?

정육면체 큐브, 아이에게는 얼마나 많은 면들이 있을까?

    어렴풋이 큰 아이가 7살이었던 때로 기억한다. 2017년 5월, 그러니깐 5년 전 봄이다. 우리 가족은 자주 가던 짬뽕&돈가스 집에 갔다. 오랜만에 외식이다. 이곳은 매운 짜장면과 짬뽕이 일품이다. 나는 무조건 불짜장면이고, 아내는 짬뽕, 아이들은 돈가스와 탕수육이다. 그렇게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테이블위에 5월 이벤트 안내문이 눈에 보였다. ‘식사 주문 후 나오기까지 막간을 이용하여 큐브를 맞추시면 음료수를 드립니다.’ 나는 예전에 공식을 외워가면서까지 큐브를 완성한 경험이 있던 터라 바로 계산대로 가서 큐브 하나를 건네받았다. 국민큐브라고 일컫는 3×3×3 큐브에도 나름 공식이 있는데, 총 8단계의 공식으로 밑면 십자가 모양부터해서 차근차근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맞춘다. 녹슬지 않은 나의 뇌는 분주하게 손가락으로 명령을 지시했고, 그렇게 나는 음식이 채 나오기 전에 모든 면을 맞추었다. 500ml 사이다를 손에 넣고서 멋진 여유까지 부렸다. 별다른 반응이 없던 5살 작은아들과는 달리, 큰아들은 그렇게 큐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가 다시 큐브를 만지게 된 건 그해 겨울 무렵이었다.

< 큐브를 처음 만졌던 그날 >


    집에 큐브가 없던 터라 그렇게 큐브에 대한 아빠의 영웅담이 잊혀 가던 그해 11월, 우연히 마트에서 큰아들이 큐브를 보고 말았다. 호기심은 결국 구매로 이어졌다. 막상 덜컥 사긴 샀는데, 이 공식을 내가 어떻게 7세 아이에게 설명하지 난감했다. 관심 많은 어른들도 사실 쉽게 접근하지 않는 큐브를 고작 7살 아이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는 상태였다. 1단계는 밑면에 흰색을 맞추는데, 십자가 모양을 만들기 위에서는 옆면에 흰색을....어쩌고...저쩌고.... ‘내가 뭐하는 거지?’ 안되겠다 싶어서 공식이 적힌 그림을 프린트하고, 내가 좀 더 쉽게 간단하게 설명한 후 코팅까지 하였다. 1단계부터 8단계까지 8페이지로 만들어 코팅한 후 인내력을 가지고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그렇게 아들은 조금씩 큐브를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고 있었고, 속도는 놀랍게 빨라지고 있었다. 어느새 코팅지를 보고 성공하더니, 그 이후 1주일 만에 완전히 외워서 성공하고 만 것이다.




정육면체 큐브!
하나의 view point에서 최대 몇 개 면이 보일까?
3개! 6개면 중 반 이상을 볼 수 없다.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면들이 있을까?
그 중 우리는 아주 작은 한 면만을 보는 거죠.
그런데도 판단을 한다! 미워하고...
_장동선《뇌는 사람이 중요하다》(세바시 강연 766회)


    큐브는 총 6면으로 이루어진 정육면체 모양을 하고 있다. 큐브를 들고 어떤 쪽에서 바라봐도 3면 이상을 볼 수 없다. 즉, 한 번의 시선으로 반대편의 3면까지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순간적인 아이의 호기심면만 바라보고 7살이 어떻게 이걸 하겠냐며 지나쳤다면? 그 이후 일어날 엄청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 1주일 뒤 아들은 나에게 배틀 신청을 하였다. 엄마가 똑같이 섞은 후 동시에 큐브를 시작해서 누가 더 빨리 완성하는지 대결이었다. ‘이 어린노무 자슥이 감히 아빠에게?’ 아빠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보여줄 때가 왔다. 7세 아들과 아빠의 한판 승부, 어이없게도 아들이 1분57초의 기록으로 당당하게 아빠를 이겨버렸다. 그 당시 아빠의 최고기록이 2분30초 내외였던걸 감안하면 놀라운 발전이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고. 나는 패배를 인정함과 동시에 아들을 치켜세웠다. 칭찬과 격려로 아이는 자란다지 않는가? 내 아들이어서 자랑스럽다고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빠를 이겼다는 성취감은 큐브사랑으로 이어졌다. 이듬해 초등학교 입학 후 학급장기자랑에서 모든 아이들 보는데서 큐브를 멋지게 성공시켰다. 아들은 큐브하나로 뇌섹남이 되었고, 그렇게 초등학교에는 1학년인데 큐브 할 줄 아는 아이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후 어떻게 되었을까?


< 차곡차곡 모은 다양한 큐브들 >


    아들은 2×2×2, 4×4×4, 5×5×5, 6×6×6, 7×7×7, 메가밍크스 등 다양한 큐브를 수집했고, 아빠와 함께 하나씩 배워나가며 큐브를 정복하였다. 4학년 때는 3×3×3 큐브를 35초 만에 성공하는 신기록까지 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취미삼아 큐브를 만지고, 그 열정도 많이 사그라졌다.


유대인 아빠는 직장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하루 일과에 대해 대화를 하며, 여유가 생기면 독서를 한다. 아이들은 책을 읽는 아빠를 따라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흉내를 내고 습관을 들이게 된다.
_고재학《부모라면 유대인처럼》(예담)


    이 책을 읽었을 때가 큐브사건이 있었던 2017년 8월이었다. 다행히 아이가 미취학이었던 때다. 이 책의 이 글귀를 읽고 메모한 것이 어쩜 아이와 함께하는 저녁시간을 오래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해 만난 큐브와 그때 만난 책을 통해 지금껏 퇴근해서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문득 든 생각인데,
이제 난 큰아들과의 큐브대결은
영영 이길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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