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스쳐간 봄비는 숲길을 더욱 짙은 녹차빛으로 물들였다.
봄비에 숲길은 짙은 녹차
촉촉한 향기 머금고 녹녹
빗방울 위로 피어난 녹색
햇살에 감정 조용히 녹다
귀에 흐르던 쇼팽의 녹턴
걷다 멈춘 걸음위로 녹즙
잔잔했던 하루 끝엔 녹초
푸르름이 쉼이 되는 녹음
조용히 스쳐간 봄비는 숲길을 더욱 짙은 녹차빛으로 물들였다. 비에 씻긴 공기 속에는 흙냄새와 나뭇잎의 촉촉한 향기가 감돌고, 그 잎사귀들은 봄비를 머금어 더없이 녹녹해 보였다. 방울방울 떨어진 빗물 자국 사이로, 생기가 도는 녹색 이파리들이 피어났다.
햇살이 고요히 스며들면서, 마음속 깊은 감정들도 어느새 조용히 녹아들었다. 숲속 한켠에서는 누군가 흘려보낸 듯한 쇼팽의 녹턴이 은은하게 퍼지고, 걷다 멈춘 순간, 자연스레 들고 있던 병 속의 녹즙 한 모금을 마셨다.
잔잔한 하루가 저물 무렵, 몸과 마음엔 살짝 녹초가 된 듯한 평온함이 찾아왔고, 푸르른 나뭇잎이 우거진 그늘 아래, 마침내 쉼을 주는 녹음 속에 잠시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