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 모든 걸 감싸안은 아침의 [안개]

그 사이에서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지는 안쪽의 세계에 들어선다.

by 마음이 동하다

이른 아침 출근길, 광안대교를 차로 건너는데 심한 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가까스로 비상등을 켠채 거북이 운전을 하고 난 뒤, 광안대교를 내려왔을때, 문득 멀리서 광안대교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졌다.


출근길 직장을 지나쳐 해운대 미포 어느 구석에 차를 잠시 정차하고 바라본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찍은 사진에는 광안대교가 보이지 않았다.


안개란 녀석이 삼켜버렸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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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파도 따라 걷는길

모래 위 발자국 스며드는

잠든 듯 멈춰선 이른도시

하늘도 바다도 경계 없는

멀리서 배 한척이 불빛만

사람들 목소리 마저 낮은

어디로 가는지 묻는 듯한

모든 걸 감싸안은 아침의


조용한 파도를 따라 걷는 길 위에서, 마치 마음 깊이 스며드는 안심을 느낀다. 모래 위에 남긴 발자국은 곧 사라질 운명이지만, 그 짧은 흔적 속에 담긴 인사는 고요히 퍼지는 안녕처럼 다정하다.


도시는 아직 잠든 듯 이른 아침의 정적에 잠겨 있고, 그 고요함은 마치 익숙한 안방에 들어선 듯 편안하게 맞이한다. 하늘과 바다는 서로의 경계를 잊은 채 부드럽게 이어지고, 그 사이에서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지는 안쪽의 세계에 들어선다.


저 멀리 바다 위를 떠도는 배 한 척이 은은한 불빛만을 남긴 채 길을 안내하고, 그 속삭이듯 조용한 빛은 낮게 깔린 사람들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잔잔한 안색을 그린다. 어딘가로 향하는 이 길 위에서 문득, 누군가 나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조용히 묻는 듯한 안부가 마음을 스친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풍경과 감정을 부드럽게 감싸안은 아침의 안개 속으로 서서히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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