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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142화 - 기어이 오늘도 바다로 [출]항

손때 묻은 그물처럼, 어부의 삶 역시 바다와 함께한

by 마음이 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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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며 시작된

갈매기 사이로 백로가

망망한 수평선 햇살의

텅빈속 마음엔 슬며시

물살을 가르는 기술은

잔잔한 물결도 기대에

그물처럼 삶마저 어촌

기어이 오늘도 바다로

바다는 새벽을 깨우며 고요한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어부는 이른 시간부터 준비를 마치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로 향하는 출근길에 오른다. 물결 사이를 가르며 날아오르는 갈매기들 사이로, 백로 한 마리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자연의 일상 속에 고요히 출현하는 장면은 이른 아침 바다의 평온함을 더한다. 멀리 펼쳐진 수평선 위로는 따사로운 햇살이 번져가고, 그 빛은 어디서 왔는지 모를 듯하지만 분명한 온기의 출처가 된다.


아침을 거른 탓에 출어 준비로 분주한 마음 한편엔 허기가 찾아온다. 텅 빈 속엔 바람 한 줄기만 스며들고, 어쩐지 마음마저 출출해진다. 그러나 오랜 세월 다져온 솜씨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거센 물살을 가르는 손길은 남다른 기술과 경험의 결과로, 능숙함은 누가 보아도 분명히 출중하다. 조심스레 배를 몰고 나아가자, 잔잔하던 물결도 그 기대를 담은 듯 가볍게 출렁인다. 이 모든 풍경은 걸어온 세월과도 맞닿아 있다. 손때 묻은 그물처럼, 어부의 삶 역시 바다와 함께한 어촌 출신의 이야기다.

그렇게 오늘도, 묵묵히 바다를 향해 또 한 번의 출항한다.


[꾸미기]14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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