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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이 동하다 May 12. 2022

당신의 스물다섯, 스물 하나는 안녕하십니까?

추억이란 기나긴 시간의 기억으로, 항상 좇을 수밖에 없는 과거의 이야기

    나는 TV를 좀처럼 보지 않는다. 인기 있는 예능도, 드라마도 잘 모른다. 어쩌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내 폰에 띄워진 예능이나 드라마를 통해 소식만 간간히 접할 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알고리즘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인도하기에 충분하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말이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프로그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수가 등장하고 그의 노래를 부르는 일반인들 진짜, 가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실력자와 음치를 구분해 내는 예능프로그램이다. 2년 전쯤에 너목보7 까지 방영되고 있었지만, 정규시간에 시청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니 정말 텔레비전에 무관심하긴 했다.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자우림편 실력자가 눈에 띄었다. 다름 아닌 임상병리사라는 그녀의 직업 때문이었다. 보건전문대 방사선사를 나온 나이기에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의료기사가 등장하면 눈길이 가는 것 어쩔 수 없었다.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노래도 처음 들었다. 초반에 자우림이 노래를 부르다가 약간의 고조되었을 때 임상병리사 출연자가 부르는데, 정답은 실력자였다. 그런데, 너무 잘 부른다. 너무 잘 불렀다. 평소 자우림의 열혈 팬이라는 그녀는 본인만의 스타일로 시원스레 불렀고, 자우림은 적절한 화음을 통해 노래를 더욱 풍성하게 하였다. 보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었고, 나는 그 영상을 그 자리에서 10번 정도 봤었던 거 같다. 그때 내 나이 마흔 넷. 나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어땠을까 잠시 추억에 잠겨본다.


추억이란 기나긴 시간의 기억으로, 항상 좇을 수밖에 없는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기억의 감각에 우연히 닿으면 언제 잊었냐는 듯 어느새 그 시간을 떠올리고 이야기를 추억하게 됩니다.
_플랜투비《1℃ 인문학》(다산북스)



    내 스물하나와 스물다섯은 보통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군대가기전과 군대 갔다 온 후로 대비된다. 나 역시 군대라는 타임머신 전후로 개인적인 삶의 태도가 달라졌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군대가기 전 나의 스물하나는 골프웨어로 장식을 하고, 바지는 체크바지가 교복과도 같았으며 머리엔 항상 칼라스프레이를 뿌리고 다녔다. 염색은 맥주와 과산화수소를 번갈아가며 셀프로 했었다. 흔히 말하는 멋이라는 멋은 다 부리고 다녔었다. 지금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은 옷을 그 당시 나이로 어울린 척 하고 있었다. 웃기지도 않다.


    스물다섯은 군대를 갔다 오고 복학생의 신분이다. 예비역이라고 부른다. 달라진 게 많았다. 어울리지 않았단 삐에로복을 과감히 벗었다. 가장 단정한 게 가장 멋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면 그것도 웃음거리일까? 어쨌든 청바지나 면바지로 단정하게 입고, 골프웨어가 아닌 기본티만으로도 충분함을 느꼈다. 학교생활도 충실했고, 도서관에 지내는 시간이 늘어갔다. 수업에 충실했으니 성적도 뿜뿜했다. 모범생으로 스스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웃기다.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노래는 10년전 나온 노래다. 노래와 이야기엔 10년이라는 터울이 있지만, 분명 타임머신을 장착할만큼 위력을 지닌 노래임에 틀림없다. 그때 유행한 노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노래제목과 가사만으로도 충분했다. 내가 순간 과거와 현재를 오고갔으니 말이다.




    올해 초, 2월에서 4월까지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라는 드라마가 시청률 10%를 넘으며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 드라마도 16화까지 방영되었지만 보지 못했다. 아니 보지 않았다. TV에 관심이 없는 건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나이니까. 그래서 내용도 알지 못한다. 그저 드라마 제목이 2년 전 들어봤던 자우림 노래랑 일치하다는 것만 기억한다. 그런데 잊혔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건 뜬금없이 책이다.     

    유병욱 작가의 [없던 오늘]이라는 책에서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영상이 언급되었다. 자우림의 김윤아가 비긴어기엔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포르투갈 현지에서 부른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무대에 깊이 울림을 줬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 봤다. 소름이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이지만 이건 진짜 레전드라 생각했다. 그날 퇴근길, 이 영상을 대학 동창 단톡방에 공유해본다. '애들아 우리 대학교때 기억나나?'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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