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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이 동하다 May 02. 2022

내가 책을 선택하는 방법

걱정보다는 긍정, 절망보다는 희망을 먹고 살아가는 나니깐.

    아내는 중고서점에서 산 책을 보고 표정이 안 좋아진 내 표정을 읽는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나의 표정을 보고 직감하고 있었다. 속으로 이렇게 얘기할 터이다. ‘저녁 먹고 책 환불하러 당장 가겠구먼!’




    좋아하는 책의 분야도 다양하듯이 책을 구매하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서점에서 책을 꼼꼼히 확인한 후 사는 사람,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사람, 다양한 후기를 통해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사람 등. 어떤 게 옳고 그름의 차이는 아니다. 좋고 나쁨도 아니다. 그저 지극히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선택이다. 그 다양한 방법 중에서 난 조금 더 까다롭다고 해야 할까?



    십 수 년째 도서관에서 책 빌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예전에는 취미였다면 약 5년 전부터는 일상이 되었다. 2주마다 5권의 책을 빌린다. 2주 후 반납하러 간다. 반납하고 또 5권 빌린다. 또 반납한다. 다시 빌린다. 이 과정을 싫든 좋든 반복해야 한다. 책을 빌린 이상 반납하러 가야하니깐. 가서 빌리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이렇게 책을 5권 빌리면 모두 다 읽을까? 어림없다. 14일 이내 읽는 권수는 고작 한 두 권이다. 그 기간에 2권 읽으면 선방했고, 운 좋게 3권 읽으면 대성공이다. 물론 1권도 안 읽는 기간도 많다. 책 5권을 빌리고서도 집에 있는 책을 읽을 때도 있고, 서점에서 책을 사 놓고서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을 때도 많다. 정해진 규칙도 없다. 그날 내 마음대로다. 그때그때 책의 내용에 따라 선택하고, 책은 선택을 받는다.


    책을 선정하는 기준도 다양하다. 업무상 필요한 책도 있고, 읽고 싶었던 책도 있다, 다른 책에서 추천된 책도 있고, 그날 즉흥적으로 선택되어지는 책도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는 가장 핫한 책은 늘 ‘대출중’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약간은 기간이 지난 책들을 빌리게 마련이다. 그래도 도서관은 나의 가장 좋은 놀이터고 가장 편안한 쉼터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빌린 책 5권 중 먼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한다. 이번 2주간은 이 책이 우선이 된다. 빌린 책 중에는 가끔 한 번 더 보고 싶은 책도 있고, 소장하고 싶은 책도 있다. 그렇게 구매욕구가 생기면 우선 ‘당근’ 어플에 ‘책’과 ‘도서’를 입력한다. 누군가가 혹시 올려놓은 게 있는지 알아본다. 운 좋게 내 품에 쏙 안기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한다. 그럼 이번에는 중고서점 사이트에 접속한다. 책 제목을 검색하고 물품을 확인한다. 중고서점 사이트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있는데 가급적이면 내가 매장에 가서 확인하는 오프라인을 이용한다. 그렇게 중고서점의 양대 산맥인 yes24와 알라딘의 매장과 가격을 비교해보고, 퇴근길이나 휴일에 가서 낚아챈다.




    코로나로 인한 자가 격리로 아내는 며칠째 집에 있다. 있어야만 했다. 덕분에 내가 주말 아이 둘을 데리고 자전거를 태우러 나갔다. 신나게 한바탕 놀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낮에 검색 해놓은  책이 중고서점 매장에 있는 걸 알고 부리나케 가서 책 2권을 손에 쥐었다. 며칠 전부터 필사에 대한 생각으로 내 머리 속은 온통 베껴 쓰기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첫 번째 책으로 김훈의 ‘자전거 여행1,2’를 찜했던 것이다. 다행히 양장본이 중고서점 매장에 있었고, 부리나케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주차 때문에 너무 급했던 나머지 책을 열어보지 않고 샀던 게 나중에 문제가 될 줄이야.


    집으로 오는 길에 뒷좌석에 있는 큰 아들에게 책 상태가 어떤지 뒤늦게 확인했고, 그 중 한권이 찢어짐이 있다는 것을 그때야 알아챘다. 그 이후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말수는 급격히 적어졌다. 아이들과 난 시원한 막대아이스크림만 먹을 뿐이었다. 말이 없었다. 아이스크림이 창밖은 주홍빛과 함께 녹아져 가고 있었다.


    집에서 중고서점 매장까지는 16km 거리다. 일요일 저녁시간을 감안하면 약 25분 걸린다. 왕복 32km, 왔다갔다 50분 이상의 거리다. 나는 6,200원 주고 산 이 책을 환불하기 위해 그만큼의 시간과 버려지는 기름 값을 지불하며 한밤중에 달려갈 것인가? 그냥 필사할 목적인데 상관없다고 나 자신과 타협한 채 있을 것인가? 고민에 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 엄마는 직감하고 있었다. ‘저녁 먹고 책 환불하러 당장 가겠구먼!’



    그녀의 예상은 빗나간 적이 없었고, 나는 기어이 먼 거리를 이동해서 책 한권을 환불했다. 그렇게 자전거여행 1권만 내 품에 넣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책값 좀 아껴보겠다고 하다가 책값만큼의 기름 값만 날려냐구? 그렇지 않다. ‘손에 넣은 그 한 권으로 멋지게 필사에 완성하고 2권을 구입해야지’라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잠들었다.

    나는 걱정보다는 긍정, 

    절망보다는 희망을 먹고 살아가니깐.

    그건 인정?

    응, 그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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