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그들의 곁에 머물며 그들을 비추고 싶다.
겨울 새벽의 출근길은 여전히 어둡고 짙다. 오늘도 일찍부터 폰을 들고 글감을 찾는 하이에나가 되어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겨울 거리를 더 밝게 비추고 있는 가로등이 눈에 들어와서 얼른 폰에 담았다. 그리고 이 가로등을 주제로 사전을 열심히 찾다보니, ‘소부등’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소부등(小不等): 그리 굵지 아니한 둥근 나무]
그러고 보니 가로등 옆에 그리 굵지 않은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소부등이 있어서 덜 외롭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졌고, 그렇게 오늘은 [가로등]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라본다.
겨울이 짙은 새벽, 불평등
가로등 아래, 콧잔등
차가운 바람, 뽀드등
그림자 속, 새우등
빛을 잃은, 주마등
어둠을 감싸는, 상야등
서로의 온기, 소부등
이 거리를 지키는, 가로등
겨울이 짙은 새벽, 나는 가로등이다. 이 어두운 거리에서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발걸음을 지켜보는 존재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나는 이곳에서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세상은 나에게 불평등한 시선을 던진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 나도 함께 시리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지나치며, 콧잔등에 흐르는 물기를 느끼고는 잠시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이 안쓰럽다. 나는 그들에게 따뜻한 빛을 주고 싶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차가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거리는 내게 뽀드등 소리를 내며 차가운 느낌을 준다. 나의 빛은 그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라지만, 내 휘어진 모습은 마치 새우등처럼 얇고 연약해 보인다. 나는 그들이 서로를 더욱 따뜻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어둠 속에서 나는 빛을 잃은 주마등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내 빛이 희미해질 때, 나는 더욱 애절하게 그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기를 바란다. 나는 상야등처럼 어둠을 감싸고 있다.
이 거리의 모든 순간을 지키는 나에게는 곁에 항상 함께하는 소부등이 소중하다. 그리 굵지 않은 둥근 나무인 소부등이 내 곁에 있어 고맙다. 작은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나는 더욱 강하게 빛나고 싶어진다. 나는 이 거리를 지키는 존재로서, 언제까지나 그들의 곁에 머물며 그들을 비추고 싶다.
나는 오늘도
이곳에서의 모든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다.
이 거리를 지키는 나는
가로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