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호야의 바쁜 일요일을 함께 보낸 저녁에, 신랑이 운동하러 나가자고 했다. 쉬고 싶은 맘과 나가고 싶은 맘이 반반씩 교차했다. 더울까 봐 망설이다가 나가기로 결정했다. ’어머, 운동하자더니 주차장으로 향하네.’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는 정도의 운동이려니 하고 따라나선 건데 레포츠공원으로 가려고 하나...
신랑은 자동차 트렁크를 열며 자전거를 타자고 한다. 마구 접힌 종이처럼 납작해 보이는 자전거를 꺼내더니 능숙하게 조립한다. 내 다리 길이에 맞추어 안장 높이를 고정하는 손놀림이 다정하다.
자전거를 끌고 1층으로 나오니 바람이 불었다. 시원했다. 내가 좋아하는 날씨다. 처음엔 비틀거리다가 힘들지만 차츰 잘 타고 있는 내가 대견스러워지려는 순간에 신랑이 타겠다고 했다.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특히 저녁에 야외에서 운동하는 그런 움직임을 꺼리는) 내겐 반가운 소리기에 얼른 내려서 자전거를 줬다. 나와 달리 신랑은 쌩쌩 아주 빨리 잘 달린다.
요가도 걷기도 쉬고 있던 터라 내 몸은 월요일 일정 모두를 내려놓아야 할 정도로 가라앉았다. 자도 먹어도 어지러웠다. 내가 제일로 싫어하는 경우다. 저질체력으로 내 생활이 마비되는 게 제일 부끄럽고 싫다.
밤이 다가올 무렵, 몸이 조금 살아나는 듯하니 신랑의 샐러드가 생각났다. 하지만 나갈 만큼의 생기는 찾지 못하였다. 섭섭해할 신랑 얼굴이 떠올랐지만 나가지 않았다.
오늘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여서 오전 일정을 쉬기로 했다.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셜리와 함께 잤다. 일어나니 몸이 가벼워져서 기분이 좋았다. 샐러드와 육포, 화장품 생각이 나서 현대백화점으로 갔다. 백화점 주차장에 주차한 후, 딸의 화장품을 사기 위해 로드샵부터 가기로 마음먹었다. 무거운 백화점 문을 밀고 나가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아~ 시원하네. 바람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구나! 시원해서 행복하구나!' 라고 느끼며 걸었다. 이런 기분 좋은 날씨는 참 오랜만이다. 다시 백화점 식품관으로 내려가서 즐겨 마시는 딸기 바나나 주스를 주문했다. 주스를 손에 쥐는 순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
기분 좋은 날씨에 기분 좋은 대화라니, 최고다!!!
(“내가 만일” 이처럼 사랑할 수 있다면...)
*호야 : 아들의 애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