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mileall Oct 19. 2020

‘생각으로’ 알기

생각하는 방식과 근거

 모든 인간은 섬세하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거나 챙겨주거나 내버려 두어도, 인간은 의심하거나 상처 받거나 고통스러워한다.

 인간은 이리도 미묘한 존재기에 저마다 위로받는 대상도 다양하다.

 나 또한 내 애장품이나 맛있는 요리, 쇼핑이나 노래, 독서나 여행, 울 강아지나 가족, 지인 등에게서 주로 위로받는다.

위로받는 대상이 사람인 경우, 특히 타인인 경우는 보통 동성끼리 서로 위로받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렇지 않다.


 오늘에야, 동성(同性)에게서 쉬이 위로받지 못했던 이유를 찾았다, 오늘에야...

 It turns out,

 사고형이어서 동성과 부딪혔구나.
 나의 동성은 감정형이 많다는구나.

 생각하는 방식에서 사고 기능이 두드러진(사고형인), 나는 코로나 19가 발생한 이래로 매일 마스크를 끼고,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는다.


 마스크를 고를 때, 내 딸과 나는 서로 상반적이다. 딸은 그저 자신 마음에 들고(좋기만 하면 되고), 자기 얼굴에 예쁘기만 하면 된다. 그에 비해 나는 피부 트러블이 없어야 하고, 호흡이 잘되는 재질이면서 비말 차단이 되고, 사이즈는 조금 커서 공기가 살짝 통하는 마스크를 고른다. 즉 내게 편하고 유용한 마스크를 고른다. 우리 두 사람이 마스크를 고르는 모습에서 딸은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많은 감정형(감정 기능이 두드러진 유형)이고, 나는 남성에게 많은 사고형(사고 기능이 두드러진 유형)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 가족이 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중에서 종합비타민을 구매했던 과정을 얘기하면 사고형은 ‘아하, 그렇구나.’ 할 것이다. 종합비타민 구매를 위해 우선 평소 애용하는 유기농 회사 네 곳의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간다. 내가 찾는 종합비타민을 판매하는지 그 여부부터 알아보고, 판매하는 곳 중에서 공정 과정을 살펴 두 곳을 먼저 선정한다. 그런 후, 두 곳 회사가 만든 종합비타민의 영양 기능별 성분을 자세히 읽어 본다. 당연히 두 회사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열어 놓고 동시에 번갈아 가며 읽는다. 한 회사는 폰으로 다른 회사는 노트북으로 동시에 띄워 놓고 비교하며 읽는다. 회사별 공통 성분과 추가 성분을 확인하고 어느 회사 제품이 원료별 채소, 곡물, 과일 등 전성분이 우리 가족과 내게 맞는지 살핀다. 전체 함량이 만약 둘 다 총 120정으로 같으면 영양 기능별 1일 섭취 함량이 높은 것을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몸에 해로운 부형제를 첨가했는지 확인한 후에 마침내 종합비타민 하나를 최종 결정한다.


 종합비타민 하나를 사면서 뭘 그리 따지냐고 하겠지만, 저절로 하게 되는 행동이고 비교 분석하여 고르는 게 재밌다.

 그렇다, 나는 생각이 우선이고 세상의 일과 사물을 판단할 때 ‘옳고 그름’부터 떠오른다.

 이러한 판단 과정을 거쳐 종합비타민을 구매하러 유기농 매장에 간다. 매장에 도착하여 종합비타민 진열대를 찾는다. 흐흣, 한 번에 찾지 못한다. 제품을 고를 때의 섬세함은 간데없고, 매주 가는 매장인데도 종합비타민 진열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린다. 자주 사는 제품이나 예전에 산 적이 있는 제품은 한 번만에 위치를 잘 기억하지만, 새로 살 제품 위치는 잘 찾지 못한다. 이럴 땐 그냥 직원에게 내가 사고 싶은 종합비타민이 어디에 진열되어 있는지 물어본다. 알려 준 곳에서 내가 가져오거나 직원이 찾아 준 종합비타민을 계산대에서 결제하면, 드디어 내 손에 종합비타민이 주어진다.


 매장에서 제품을 찾는 내 모습에서 생각하는 근거가 ‘직관’ 임을 알 수 있다. 생각하는 근거가 ‘감각’인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세부적인 진열에 눈길이 가고 모든 제품의 배치까지 잘 기억하며, 처음 사는 제품의 위치도 빠르게 찾는다. 하지만 생각하는 근거가 직관인 나는 세부적인 것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매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그때의 느낌이나 생각만 기억에 남는다. 이것은 감정형이 생각하는 근거가 감각이라면 사고형은 직관이기 때문이다.

 그래, 직관적인 사고형인 나는 세부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어 패턴이나 유형과 같은 큰 그림을 오히려 쉽게 잘 파악한다.

 나의 젠더를 모른 채, 만약 미지의 누군가가 내 글이나 생각, 선호도, 판단력 등을 접하면 나를 남자라 추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다. 실상 외모가 여성스럽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누군가 나를 처음 만나면 외모만 보는 게 아니라, 일차적으로 드러나는 나를 볼 수도 있다. 순간적으로 무방비 상태에서 나타나는 일차적인 내 성격은 사고형이다. 보통 원리 원칙을 따르고 정의롭고 객관적인 것을 중시한다. 하지만 여유로운 상태이거나 내가 좋아하는 상대와 있을 때는 때로 다른 모습도 보인다.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띄우거나 가끔 감각형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누군가와 만나는 동안은 그곳 분위기와 대화에 감동하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날의 분위기와 그 사람의 느낌만 주로 생각나는 사람이다.


 이렇게 나는 생각하는 방식과 근거가 남자들에게  많은 직관적인 사고형이다. 그리하여 대화할 때 남자들은 대부분 내 말을 오해하지도 곡해하지도 않았다. 내 생각이 얼굴에서 드러나는 편이기도 하지만, 그 어떤 얘기를 하든 어떤 의논을 하든 남자들은 나와 같은(?, 비슷한) 스타일이 많았다.

...,


이제야 또렷이 알겠구나...

나의 동성과 내가 달랐던 점을,

동성과의 대화에서 위로받지 못했던 이유를,

오히려 이성과 대화(소통)가 잘 통했던 이유도...


생각하는 방식과 근거가 크게 둘로 나누어져 있어도 사람들은 저마다 묘하리만치 모두 다르다.


각자 생각하는 방식이 어떠하든 그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장단점이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방식과 근거로 살아간다. 그러므로 각자가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자신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채워가며 살면 좋겠구나...!


(내게도 파이팅!!!)

(2020.10.3.)




작가의 이전글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