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자유롭게 한 책
이 *책은 내게 필연적이다.
4개월 반 전에 모임에서 겪었던 감정과 기분, 서로의 입장과 태도에 대해 적었던 내 글이 이 책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결론이 무척 궁금했지만, 매일 30~50쪽가량씩 2주에 걸쳐 읽었다. 차분히 과정을 밟으며 느끼고, 익히고 싶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세상을 대하는 세 가지 태도였다. 모임 사람들에게는 이 세 가지 태도가 각각 저마다 하나씩 두드러졌다. 순응적, 공격적, 고립된 태도가 각각 눈에 띄게 나타나지만 조절이나 보완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나의 지인들은 이 세 가지 태도를 잘 조절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러기에 2년 전부터 시작한 모임은 무척 혼란스러운 관계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의식과 무의식적인 면을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되어, 이제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모임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 책에서 최고로 공감했던 내용은 화내는 방법과 자기 돌보기였다. 화를 내는 건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탄이다. 자신을 지키는 안전 범위,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무너졌다는 표시다. (침범당한) 상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침범한 상대는 자신이 타인을 침범한 사실을 모르고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여 저지른다고 한다. 어쨌든 나는 그런 경우에 잘못된 행동이나 말에 내가 화났다는 표현을 하고 살았다. 그동안 실천하고 있던 사항이지만, 한번 더 적으며 다짐하고 더욱 체화해 보려 한다.
“화가 난 상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나-메시지(I-message: “나는 이렇게 느껴”라고 표현하는 메시지)’를 좀 더 유연하게 살리고 싶다.”
즉, 누군가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면 또는 기본 질서를 무너트렸다면 (다시 말해, 어떤 문제를 발생시켰다면) 상대가 경계선을 넘어 저지른 문제적 부분을 파악하여 그로 인해 상한 내 감정과 느낌을 적절하게 표현하도록 하자(화내도록 하자). 적절하게 제대로 화내는 것이 바로 자신을 능동적으로 돌보는 행동이다.
자기 돌보기에서 ‘침착함’이란 흥분과 무심함의 중간 지점이다.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억압하지도 않는다(이남희).
누구나 아는 익숙한 문장인데, 무척 공감되고 가슴에 와닿는다. 흥분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모른 척 하지도, 무시하지도 않으면서 화난 감정을 표현하여 자신을 돌볼 수 있다. no라고 느낄 때 단호하게 no라고 말하던 내가 들었던 (잘못된 위계질서에 따른) 여러 가지 반응을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건강한 인간관계는 no일 때 no라고 표현할 때 형성되는 거라는구나.
이제 이 책의 절정으로 간다.
‘강좌가 끝나고’에서 마침내 내 가슴을 울리는 문장이 있었다.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리고 상처라는 말 대신 경험, 예전에 내가 잘못 대처했던 경험이라고 말을 바꿔서 쓰면 어떨지요? 스트레스 대신 도전이라는 단어를 쓰고요. 의식적으로 말을 긍정적인 걸로 바꿔서 쓰려고 애써 보세요. 말을 바꾸면 우리의 생각도 바뀌기 때문에 태도나 마음이 한결 편안하고 침착해질 겁니다(이남희).
참, 따뜻하다, 따뜻한 문장이다.
어루만져주는, 쓰다듬어 주는 문장이다.
...,
그래, 더 침착하고 더 긍정적으로 나 자신을 돌보며, 나를 보호하는 삶을 살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2020.10.16.)
* <<나를 만나는 글쓰기>>, 이남희
(사진 출처, 포리스트 카터, 조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