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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all Oct 20. 2020

내 일기가 이렇게 재밌다니

지나간 일기를 따라가 본다.

내 일기장은 낙서장과 카카오스토리다. 대부분 나만 보기로 설정한 글이다. 오늘은 낙서장을 들여다본다. 낙서장은 내 노트 일기장이다. 낙서장 노트 표지에 공신 워너비(Gongsin Wannabe)라고 적혀 있다. 일생을 공부하며 사는, 내가 고른 노트 표지에 오늘은 웃는다. 첫 페이지를 펼친다. 2016년 1월, “단계별 업무 가능자(조직)”라는 제목이 보인다. 제목에서부터 웃음이 난다.

  “소설이 이보다 재미있으랴.”

내용을 읽어보니 웃음소리까지 나온다. 내 상상력을 발휘한 일기로구나. 로봇을 1단계 업무자 역할로 대치하는 내용으로 적었다가 결국엔 로봇은 악순환이라고 적혀 있다. 흐흐, 악순환인 이유는 1단계 업무자의 실수를 보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1단계 업무자의 한계 인지에 따른 2단계 업무자의 역할 부여나 자동 확인 마무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그러고 나선 교육에 접목하여 적용, 해석, 수정 등등 내용을 마음껏 적었구나.

이 무슨 상상력에, 이 무슨 자신감이람...

“정말 지나간 일기를 읽는 건, 참 재미있구나!”


다음 일기는 더 재미있다. “배경의 양상(대학원 모임)”이라는 제목의 일기다. 2016년 2월에 대학원 모임을 다녀온 후에 적었던 일기로구나. JH, SY, AR, HJ를 관찰한 내용이다. 이들 중 대학원 입학 시기가 나와 같은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도 있지만, 우리 모두는 졸업 논문 동기다. 모두 참 특징적이다. 각각 자신의 테두리를 맹목적으로 따르며 사는 사람, 성적인 부분은 무조건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감정을 가진 사람, 묵묵히 대화를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 밝고 명랑하여 주위 사람들마저도 기분 좋게 하는 사람으로 적혀 있다. 아흐, 갑자기 이들이 보고 싶다. 이 일기는 재미에서 시작하여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이제 여러 장을 마구 넘긴다. 최근 일기를 찾고 싶어서다. 마침 올해 적은 일기를 찾았다. 2020년 7월에 적은 일기로구나. “정말로 운동하는 남자 친구를 만나다니...”라는 제목이다. 이번엔 손흥민 부모님이 보면 안 되는, 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쓴 일기라고 적혀 있다. 오 마이, 정말로 이 일기는 손흥민과 그 부모님이 보면 안 되겠구나. 나의 딸이 운동하는 남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내가 손흥민을 딸의 남자 친구로 상상하여 딸과 나누었던 대화가 적혀 있다. 내가 쓴 일기를 읽으며 ‘빵’ 터져 버렸다.


“내 사위 만나러 가야겠어. 가자. 엄마는 손흥민이 내 사위였음 좋겠어.”


이런 말을 했다니, 게다가 내가 손흥민을 극 예찬하여 적은 대목에선 더 큰 웃음이 연발 터진다. 내 일기가 이렇게 재밌다니, 웃으며 계속 읽는다.

“가끔 지나간 일기장을 방문해야겠구나. 기분 전환에 최고다. 피곤했던 하루가 싹 달아난다.”

이보다 더 좋은 활력소가 있겠는가...


흐흣.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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