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로구나!
주말이 좋다!
토요일, 일요일이 좋다.
늦잠을 잘 수 있어 좋고, 7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어 좋다. 실은 주중엔 최소 7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7시 5분으로 알람을 맞춰 뒀다. 잠이 없는 울 신랑은 아침 꿀잠에 빠져 있는 내게, 5분 더 자려는 내게, “잠이 그리 오냐, 고작 5분 더 자는 게 무슨 효과가 있어?”라고 매번 묻지만, 난 아니다. 5분만 더 자도 몸이 가볍고 두뇌도 재생된 듯 또렷하다.
주말이 좋은 이유는 또 있다.
평일 아침엔 신랑이 주로 청소기만 돌려주지만 주말 아침엔 보통 맛있는 아침도 만들어 준다.
늦은 아침을 시작할 수 있는 건 내게 행복이다. 실컷 자고 일어나서(내가 하지 않은 밥은 다 맛있지만 신랑은 요리를 잘하는 편이다)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는 행복을 누린다. 주말 아침엔 작은 기지개를 켜도 거뜬히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여유도 있다. 침대의 여운을 가지고 흔들의자에 가서 앉는다. 입을 벌려 ‘하으’한 후 입을 다물고, 숨을 오물오물 고르면 눈이 개운해진다. 푹 잘 잔 산뜻한 몸을 일으켜 식탁으로 간다. 신랑이 한껏 요리 솜씨를 낸 찌개와 반찬들이 올려져 있다. 울 신랑 요리의 최고는 된장찌개다. 어찌 그리 구수한 맛을 내는지 그 비법을 평생 모르고 싶다. 그냥 신랑이 만든 찌개를 먹기만 하고 싶다. 내가 만들게 아니라 맛있게 먹고만 싶다.
아침을 먹은 후엔 울 귀요미 셜리(울 강아지 이름) 밥만 챙겨 주면 내 자유 시간이다.
피곤하면 TV를 켠 채 멍하니 쉬고, 피곤하지 않으면 휴대폰을 잠시 확인한 후 책을 읽는다. 뭐든 끈기 있게 하는 편인데 운동을 매일 하면서 좀 나태해지고 있다. 어떤 책이든 한 권을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모두 다 읽는 스타일인데 지금은 침대 옆에 책이 쌓여 있다. 구입해 두고 읽지 않았던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 도서관에서 빌린 존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 민들레 9-10월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연결되고 싶다』, 90년대 말 휴대하며 읽던 단편집 『서양 고사 일화』, 아직도 다 읽지 못한 존 롤스의 『정의론』(정의론은 정말 어렵다. 전후관계, 상관관계, 인과관계 등이 없는 듯하다. 사회과학이 신기하여 내 관심 안으로 들어 왔다. 스스로 알겠구나, 할 때까지 읽으며 정리하기로 했다), 한 권 더 있구나. 예전에 읽었지만 다시 읽고 싶어 꺼낸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이 책들 위에 천 필통이 하나 놓여 있다. 이런, 책들이 층층이 쌓여 있구나.(달라진 내 모습이다)
오늘은 『정의론』이다, 『정의론』만 읽을 거다, 그것도 정리하면서. 읽는 것만으로 이해되지 않을 땐 적으면서 읽는다. 오래 전부터 공부할 때 내 습관이다. 그러면 웬만한 건 다 이해되는 편이었다. 세월을 내 두뇌가 이길 수 있을까. 지난 수요일부터 정리하며 읽고 있다. 겨우 3일을 정리한 상태지만 흐뭇하다. 먹먹하던 글들이 다가오고 있다. 글로 써 보는 효과에 감사하다.
온종일 읽고, 쓰고(내 것으로 정리하고) 싶지만 장을 봐야 한다. 인터넷 주문을 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지만 거둔다. 먹을 건 특히 내 눈으로 보고 사는 성격이어서 직접 가기로 마음먹는다.
‘이제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을 그만 써야 책을 읽겠지.’ 하며 나를 어르고 달랜다.
흐흣.
주말이 좋은 이유, 집에 있어 좋은 근본적인 이유는 책이구나! 그렇구나! 책이 그런 존재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