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드디어 해결하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현관문을 나선다.
누군가가 내 옷깃을 잡아당겨 끌려가는 기분이다.
‘가고 싶지 않다.’
그래도 코로나 19 때문에 신랑도, 친정 엄마도, 언니도 여러 번 권유했기에 현관문을 열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먹었지만 여전히 무섭다.
약은 될 수 있으면 먹지 말자 주의인데, 독감은 석연치 않은 불안한 사례들이 주변에 많아서 독감 주사(=독감 예방 접종, 독감 예방 주사)를 그냥 맞았었다.
딸이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거의 매년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구나. 행여 내가 독감에 걸리면 나보다 체력이 약한 딸이 옮을까 걱정되고 염려스러워 솔선수범해서 독감 주사를 맞았었다. 그러다 딸이 중학생이 된 후부터는 독감 주사를 맞지 않다가 올해 다시 맞을지 말지 고민한다
다시 고민하는 이유는 코로나 19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년에 딸이 고등학생인데도 학교에서 독감을 옮아왔기 때문이다. 건강해도, 체력이 좋아져도, 면역력이 생겨도 누구나 쉽게 독감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작년에 딸 반 학생들이 돌아가며 독감에 걸려 결석했으니 말이다. 독감에 걸렸던 딸을 열흘 간 간호하며 느꼈다. 독감이라는 인플루엔자는 몹시 심각하고 다양한 증세로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구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치명타겠구나. 그 어떤 병보다 주의해야겠구나. 그에 더하여 딸에게 타미플루 처방을 해 줬던 소아과 의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타미플루는 부작용이 있단다. 의사는 딸이 타미플루를 먹고나서 헛소리를 하거나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리려 하거나 평소와 다른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할 수 있으니, 잘 살펴 헛소리하는 1단계 부작용 현상이 보이면 약 먹는 걸 즉시 중단하라고 말해 주었다. 독감부작용이 이리 무서우니 독감도 코로나도 우리가 당연히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서운 독감을 피하기 위해서는 독감 예방 주사가 필요하다. 독감 예방 접종은 보통 사람들에게 별 탈 없는, 별 것 아닌 주사다. 그런데 나는 아니다. 이 주사를 맞을 때마다 심한 몸살감기에 걸린 것 마냥 몹시 아팠었다. 어떤 해는 하루, 또 어떤 해는 이틀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내가 독감 주사를 맞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여러 가지였다. 우선 주사 맞은 팔 부위 통증이 심해지다가 점점 굳었고 온몸이 몸살감기에 걸린 것처럼 아프고 심한 근육통에 시달리고 열이 났다. 주사 맞은 한두 시간 후면 ‘살려 주세요’를 외치며 반혼수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기도 했다. 하루 이틀 정도 후에 겨우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독감 주사를 맞을 때는 매번 금요일 오후에 맞았다. 만약 10월에 독감 주사를 맞으면 하루 이틀 정도 사경을 헤매다가 쇠약해진 몸으로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보통 독감 예방 주사를 맞지 않은 해는 감기에도 걸리지 않았는데, 주사를 맞은 해는 10월에서부터 4월까지 추위를 몹시 탔고 일반 감기를 달고 살았다. 독감예방 주사는 이런 부작용으로 내게 공포를 줬다.
딸이 중학생이 되면서 독감 주사를 맞지 않으니 생사를 헤매지 않아도 되고 잦은 감기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어 참 좋았고 겨울이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 19 때문에 가족들이 내 건강을 염려하여 올해는 독감주사를 꼭 맞으라고 여러 번 권유해서 하는 수 없이 현관문을 나섰다. 하지만 향하고 싶지 않은 발걸음이다. 병원 쪽으론 한 발짝도 내딛고 싶지 않다.
가족들 걱정을 외면할 수 없기에, 나도 약한 내 체력을 인정하기에 올해는 독감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결정을 수긍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틀 이상 심하게 아플 것을 대비하여 반찬 준비와 세탁, 집 정리 등을 미리 해 두고 우리 아파트 단지 내 Y내과로 갔다. 독감 주사약이 없다는 말에 이리 좋을 수가 없다. 냉큼 병원 문을 열고 나왔다. 내 성격은 왜 이리도 일방적이지 못할까. 신랑과 친정 엄마가 걱정할까 봐 C이비인후과에도 가보려 했다. 이제 병원에 주사약이 없을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C이비인후과에는 가기 전에 전화부터 했다. 여기에도 주사약이 없다고 간호사가 말해 주니 떨고 있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사는 아파트 우리 동 2층에 있는 소아과에 가 봤다. 거기에도 주사약이 없었다. 이리, 이리 좋을 수가 참 다행이다. 난 이 정도로 노력했는데 주사약이 없어서 독감 주사를 맞지 않은 거라고 신랑에게 전화했다. 신랑은 신랑 사무실 앞에 있는 H내과에는 주사약이 있으니 토요일에 같이 가서 맞자고 했다. ‘같이’라는 말이 싫을 수도 있구나. 싫은 들 어찌하랴. 그냥 독감 주사를 맞기로 하고서 마음을 툭 내려놓자 다시 무언가 나를 강제로 잡아당기는 듯했다.
과거에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을 여럿 보았다. 하지만 신랑은 자신은 건강하다며 독감 주사 맞는 걸 거부했었고 워낙 건강하기도 해서 신랑만 제외하고, 우리 셋(아들, 딸, 나)만 독감 주사를 맞았었다. 아들과 딸이 초등학생 때까지는 맞았구나. 그러고 보니 거의 10년간 독감 주사를 맞았구나. 독감 예방 주사는 내 몸엔 전혀 맞지 않는 주사였는데 그동안은 그 어떤 의사도 내 몸 상태를 세심히 살펴 주지 않았다. 아무도 맞지 말라고 만류한 적이 없었다. 열 체크 후 열만 없으면 내가 무서워 뒷걸음질을 쳐도, 주사 맞은 후 나타나는 고통스러움을 호소해도, 열이 없으면 괜찮으니 무조건 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나 역시도 독감 자체가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에 아들, 딸이 어릴 땐 아이들 보호 차원으로 내 독감 주사 후유증(부작용)이 무서워도 맹목적으로 맞았다.
같이 독감 주사를 맞기로 한 토요일 아침에 늦잠을 잤다. 신랑은 아침을 먹고 나가며 일어나는 대로 신랑 사무실 쪽으로 나오라고 했다. 독감 주사를 같이 맞으러 가자고 11시 이전에 아무 때나 출발할 때 전화하라고 덧붙이며 나갔다. 내가 10시 30분이 되어도 출발한다는 전화를 하지 않자 신랑은 자신은 먼저 독감주사를 맞을 거고 내 주사비를 미리 결제해 둘 테니 12시 30분까지는 H내과로 오라고 했다. 가지 않으려 했는데 결제를 해 두었다니... 코로나가 무섭긴 무섭구나. 신랑이 생애 첫 독감 주사를 맞다니, 그것도 스스로 나서서 주사를 맞고 나서 나까지 이리 권유하다니…
12시경에 H내과에 겨우 도착했다. 대기자들이 병원 복도에까지 한 줄로 길게 늘어 서 있었다. 독감 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12시 25분경에 문진표를 들고 진찰실에 들어갔다.
H의사가 내게 물었다.
“평상시 먹는 약 있어요?”
“아니요.”
“요 근래 몇 해는 독감 주사를 맞지 않았네요. 왜 안 맞았어요? 맞았을 때 어디 불편하거나 아팠어요?”
“네, 주사 맞은 팔 부위부터 시작하여 심한 몸살감기에 걸린 것처럼 아팠어요. 심할 때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이틀 이상 보낸 적도 있어요.”
“오한이나 열이 나기도 했나요?”
“네, 식은땀도 나고 너무 아파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어요.”
“아이코, 몸이 더 좋으라고 맞는 주사인데 더 불편하게 되면 맞을 필요가 없죠. 보통은 독감 주사 맞고 전혀 아프지 않아요. 그러니 000 씨는 독감 주사가 오히려 몸에 좋지 않으니 맞지 맙시다.”
“네”
단번에 크게 대답하고 진찰실을 얼른 나왔다.
‘아, 해방이다. 드디어 독감주사로부터 해방되었다.’
불편하면 맞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이다.
‘후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주차장을 향해 신나게 걸어갔다. 신랑에게 이 상황을 전화로 설명하며 H의사는 세심한 의사라고 극찬했다.
H의사가 무척 고맙다. 흐흣, ‘H의사는 올해의 내 은인이다.’
(2020.10.10)
*독감 주사가 내게 맞지 않는 주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독감주사가 효과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되는 필요한 주사다.
코로나로 건강을 더 잘 챙겨야 하는 시기다. 현명하게 자신 몸을 파악하길 바란다. 그 어떤 병원 처방은 물론이고 독감 주사, 코로나 19 등을 의사와 함께 본인도 잘 판단하길, 잘 대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