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거저 먹는다. 가만히 있어도 나이는 차곡차곡 먹는다.
너무 행복한 순간엔 나이를 먹는지도 모를 수 있다. 그럴 때도 있다.
어떤 하나만을 향해 달릴 때는 정상에 오르기가 쉽다, 하나만 보면 되니까. 하나만 챙기면 되니까.
하지만 시간이 흘러 혼자만 나아가 있거나 혼자만 뒤처져 있는 걸 아는 순간이 온다. 그때, 그 시간은 그저 나이만 먹은 순간이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시간과 함께 딸려온 깨달음에 감사할 뿐이다. 매일은 아니어도 어쩌다 한 번일지라도 이런 번뜩임은 삶을 편안하게 한다.
이것이 (앞으로 내 삶에서) 내가 바라는 잔잔한 순간들이다. 흔히 말하는 지혜란 단어로 대신해도 될까. 시간이 흐르면 나이는 자연히 먹지만, 지혜는 그저 먹는 게 아니다. 그래서 현재 요즈음 내 인생의, 내 삶의 고지는 지혜라는 언덕에 오르는 일이다.
그때 내가 짓는 미소가 바로 ‘나를 나로’ 이끌어준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