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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all Sep 25. 2021

브런치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브런치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그저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서,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서 나는 올해 3월부터 유네스코 책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브런치에서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나와는 달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이미 책을 출간한 작가들도 있었고 시인으로 등단하신 분 등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두루두루 많았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강사 선생님 외에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께도 많은 도움을 받겠구나, 생각했다.


첫 강의,

1분간 글쓰기였다. 제시어에 따른 1분간 글쓰기.


두 번째 강의도

1분간 글쓰기에서 시작하여 1분간 생각하고 2분간 글쓰기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프로그램 중반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초고 발표를 했다. 초고 발표 후에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과 강사 선생님이 피드백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은 다른 모든 선생님들에게 공평하게 피드백해 주셨다. 하지만 강사 선생님은 어떤 분에겐 정성껏 자세하게 피드백해 주고 참고할 여러 자료나 사이트 등 지나칠 정도로 제공하는 반면 또 어떤 분들에겐 그저 짧게만 말하고 마셨다.


초고 발표할 때, 글을 전혀 쓰지 않아서 아무 글도 제출하지 않으신 분에서 시작하여 거의 대부분은 세 편 정도에서부터 주최 측에서 제시한 원고 분량의 50% 정도 글을 발표했다. 나는 적어 둔 글을 70% 분량으로 모아서 제출했다. 100% 모두 써서 제출한 선생님도 세 분 정도 계셨다.

내가 초고 발표를 하고 나자, 강사 선생님은 내 글이 현학적이라고 하시며 어렵다고 하셨다. 어리둥절했다. 내가 초고 발표 때 제출한 글은 브런치에서 제일 처음 썼던 “어느 하루, 코로나로 인한”과 “나란 사람은?”과 같은 글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글쓰기 공부를 하며 여기에서 내주는 과제에 치여 도리어 글을 쓸 수 없어서 예전에 써 둔 글을 모아서 제출했었다. 강사 선생님이 쉬운 글을 권장하고 강조하셨기에 쉬운 글 위주로 모아서 냈는데 내 글이 너무 어렵고 현학적이라고 하셨다. 강사 선생님 기준에서 접하지 못한 내용이면 자신이 익히지 않은 파트이면 그냥 모르는 영역일 뿐이다. 모르는 영역이라고 표현하면 그만인 걸 구체적인 언급 없이 무작정 어렵다고만 여러 번 말하셨다. 어찌 누군들, 모든 영역을 다 알겠는가. 저마다 관심 영역과 잘하는 게 다르지 않는가. 인간은 저마다 자신의 빛을 발한다.


내가 제출한 위 두 글을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어렵지 않다. 내 기준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작가들 작업실을 찾아갔다. 작가들은 오히려 가벼운 글이니 힘을 더 실으라고 알려 주셨다. 내가 브런치 중반기에 적은 글을 예시로 알려 주시며 그 정도는 힘을 실어서 글을 쓰라고 조언해 주셨다. 물론 함께 공부하고 있는 선생님들도 내 글이 어렵다고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최종 원고를 제출하고 강사 선생님께 마무리 총검토를 받는 과정만 남게 되었다.


강사 선생님은 공고를 하셨다. 마감에 임박하여 제출하면 원고를 다 읽지 못해서 자세한 검토를 해 줄 수 없으니 미리 제출하거나 즉, 첫 번째로 제출하거나 이번 추석 연휴에 제출하면 원고를 전체 모두 읽고 자세히 검토해 주시겠다고 말하셨다.

그래서 나는 미리 원고 수정을 많이 했다. 내 나름 수정한 원고를 이번 연휴 시작 직전에 처음 1번으로 제출했다. 초고 발표 때도 내 글이 어렵고 현학적이란 말 외엔 별다른 피드백이 없으셨기 때문에 더 좋은 글을 위해 이번엔 좀 더 자세한 피드백 도움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전체 글 25편 중에서 5편 정도만, 사분의 일 도 안 되게 읽으시고는 검토를 다 하셨다며 피드백 파일을 전체 톡에 올리셨다. 나는 요청했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제 원고 전체를 모두 읽어 주십사 하고.


그나마 보내신 피드백도,,, 오 마이, 후유 한숨이 나온다.

현 프로그램에서 편집 강의를 듣기 전이어서 편집 강의하실 분을 배려하여, 나는 책 형식은 모두 취했지만 편집 관련 요소는 좀 남겼다. 다음 주부터 있을 편집 강의를 모두 들은 후에 세부 편집은 총 마무리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였다. 내가 최종 원고를 제출할 때 보냈던 메일을 자세히 읽지도 않으셨고 내 원고도 모두 읽지 않으시다니,,,


이 프로그램은 문집 제출이지만 책 형식을 취하는 서지 정보에 지도하신 강사 선생님이 지도 감수자로 이름이 적힌다.

내가 받은 피드백은 편집 관련이 많았고 글 관련 구체적 피드백보다 글을 그저 더 늘여서 더 쓰라고만 하셨다. 하지만 주최 측에선 글 분량을 축소 제한하는 이메일을 우리에게 이미 보내 준 상태고, 강사 선생님도 더 쓰면 안 된다는 걸 알고 계신데 더 쓰라고 말하셔서 의아했다.

나는 내가 받은 피드백에서 궁금한 요소를 적고, 글도 모두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부탁의 글을 보냈다. 답이 없었다. 편집 관련 수정 등 다른 대부분은 모두 수용했지만, 가령 내가 글에 삽입한 류시화 엮음 ‘마음 챙김의 시’에서 옮겨 적은 어떤 시에서 류시화 님 번역이 잘못되었다고 하시며 언급하신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에 대한 개인적인 사심은 혼자서 생각하시던가, 옳은 번역을 내게 제공해 주며 권하시던가 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도 저도 거두절미하고 강사 선생님과 나는 통화를 했다. 강사 선생님은 자신이 원고 검토를 모두 해 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하셨다. 분명히 그리 말씀하셨는데 말을 바꾸셨다. 게다가 원래 원고 검토는 일부만 하는 거라고 말하셨다. 자신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업무도 많고 그 학교 학생들이 우선이니 우리 원고는 검토할 시간이 없어 전체적으로 원고 검토해 주기는 힘들다고 말하셨다. 그래, 그러시구나, 하고 수용했다. 처음부터 그리 말씀하셨으면 기대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러면서도 학교 학생들이 우선이면 학교 수업만 하시지 왜 이 강의를 맡으셨지, 두 쪽을 모두 성의껏 할 수 없다면 하나만 하셔야 하지 않나, 다시 또 의아했다. 그때 불현듯 강사 선생님이 내가 원고를 모두 다 읽고 전체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한 사항을 이 프로그램 선배 기수, 실무 관할 도서관 주무관 등 강사 선생님 주변에 온통 얘기를 다 하셨다며 이상한 뉘앙스로 말하셨다. 그냥 본인이 피드백해 준대로 따르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런, 나와 관련한 얘기는 나와 해야 하거늘 참 어이없다. 나와 해결해야 하는데 엉뚱한 사람들과 떠벌리듯 말하는 성격이셨구나. 해 줄 수 없으면 못해 준다고 하면 그만이다. 그걸로 마무리되는 사안이다. 그러면 내가 받아들이거나 진행하던 원고를 그만두고 다른 원고로 하던가 하면 그만이다. 이조 시대도 아니거늘 강사 선생님은 강의를 듣는 우리들은 의견을 말할 필요가 없다며 무조건 자신이 제시한 것을 따르기만 하라고 하셨다. 소통을 하지 않으시는 분이었다.


후유, 인간사 그 기운을 어찌 모른단 말인가. 한숨과 함께 이 불편한 마음을 브런치에 호소한다. 브런치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글로 해소하며 그 기운은 멀리 보낸다. 이제 내 기운이 더 단단해지도록 컨트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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